박영선 "자상한 기업, 참 고맙습니다"..대·중소기업 "가치삽시다"(종합)
"헤닝 카거만이 삼성전자 부러워해..소상공인 희망 생겼다" 덕담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네이버는요, 그동안 파트너스퀘어를 종로와 홍대 두 곳이나 더 개소했어요. 소상공인들이 무료로 부스를 사용하면서 네이버 스마트상점에 입점하고 있습니다. 최승재 회장님 벌써 웃으시네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제1호 자상한 기업'(자발적 상생협력 기업)으로 선정된 네이버의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사례를 소개하자 곳곳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네이버의 상생 파트너인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 얼굴에는 활짝 웃음꽃이 폈다.
중기부는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646 테라스에서 '자상한 기업의 밤' 감사 행사를 열고 네이버·포스코·삼성전자·현대자동차 등 올해 자상한 기업으로 선정된 10대 대기업 및 은행, 공기업 임직원과 성공적인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사례를 공유하는 송년회를 가졌다.
삼성전자의 상생형 스마트공장 고도화 파트너인 중소기업중앙회, 소프트뱅크벤처스와 AI 창업벤처 스케일업을 확대하고 있는 한국벤처투자 등 자상한 기업과 상생 호흡을 맞추고 있는 중소·소상공인 협·단체장들도 자상한 기업 대표들과 둘러앉아 덕담과 다과를 나누며 한해 노고를 치하했다.
박 장관은 한성숙 네이버 대표(1호)부터 양진모 현대자동차 부사장(10호)까지 10명의 자상한 기업 대표자들을 한명 한명 호명하면서 진한 고마움을 전했다.
◇박영선 "자상한 기업이 던진 메시지 크다…내년엔 제도화할 것"
"내년부터 자상한 기업을 제도화할 것입니다. 동반성장평가와 포상에 가점을 드리고, 자상한 기업은 불공정거래실태조사를 면제해 드릴 겁니다. 상생협력법도 개정을 검토 중이에요. 자상한 기업이 모두 다 잘 살아가는 사회로 가는 디딤돌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박 장관은 "올 한 해를 보내면서 감사해야 할 분들이 누구일까 꼽아봤는데, 자상한 기업을 맺어주신 대기업과 파트너 여러분들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가 굉장히 크다"며 이날 행사의 운을 뗐다.
네이버의 상생협력 성공사례를 설명한 박 장관은 "2호 자상한 기업인 포스코는 신한은행(3호), 우리은행(5호), 하나은행(8호)과 힘을 합쳐 활발한 창업·벤처 투자를 지원하는 5조4000억원대 벤처펀드를 만들고 있다"며 "벤처투자 1억원이면 0.4명의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통계가 있는데, 이분들은 2만1600개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셈"이라고 치하했다.
자상한 기업 6호인 소프트뱅크벤처스에 대해서는 "소프트뱅크벤처스는 한국벤처투자와 함께 3200억원대 국내 인공지능(AI)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하기로 했다"며 "한국 AI 기술평가에 대한 촉발제가 돼 주셨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중기중앙회와 함께 상생형 스마트공장을 도입·고도화하고 있는 삼성전자(7호)에 대해서는 "독일 인더스트리 4.0의 창시자 헤닝 카거만(Henning Kagermann) 회장도 매우 높은 관심을 보일 만큼 성과를 내주셨다"며 높은 점수를 줬다.
박 장관이 "카거만 회장이 저한테 '데이터를 공유하자'는 제안을 했다"며 "제가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고 어깨를 으쓱하자 웃음과 박수갈채가 터지기도 했다.
이어 지난 18일 자상한 기업 10호로 선정된 현대자동차에 대해 "미래자동차 시대를 맞아 중소 부품업체들도 전환을 해야 하는데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막막한 상황이었다"며 "자동차 산업은 전 세계적으로 고용인력만 1000만명이 넘는 큰 산업인만큼 현대자동차와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파트너)의 어깨가 무거울 것"이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을 촉진하기 위한 '정책 선물'도 이날 소개됐다.
박 장관은 "내년부터는 자상한 기업을 제도화할 것"이라며 "동반성장평가와 포상에 가점을 드리고, 자상한 기업은 불공정거래실태조사를 면제하고 출입국심사에서 우대권을 드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장관이 "협력사와 숙박시설을 공유하는 경우에도 혜택을 드리는 상생협력법 개정도 검토 중"이라고 덧붙이자 기업인들은 박수갈채를 보내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중기부는 지난 16일 공정거래위원회와 함께 발표한 '대·중소기업 거래 관행 개선 및 상생협력 확산 대책'에 따라 자상한 기업에 더 많은 혜택을 보장하는 지원안을 시행한다.
구체적으로는 Δ동반성장지수 및 공공기관 동반성장 평가 가점 신설 Δ법무부 출입국 우대카드 발급(2년) Δ수·위탁거래 정기실태조사 2년 면제 Δ수출정책자금 금리 우대 등 혜택을 제공하는 인센티브 지원안이 마련됐다.
◇"저도 삼성전자 도움받았다"…"박영선 장관 대단해" 덕담 오가
"제가 2001년에 창업했습니다. 중국시장을 100% 석권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중국의 사드(THAAD) 보복으로 매출이 매년 1000억원씩 줄었습니다. 그때 손을 내밀어 준 곳이 바로 삼성전자였죠"
이날 송년회에서는 알려지지 않았던 '비밀 상생협력' 사례들도 깜짝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생체인식 전문기업 '크루셜텍㈜'을 이끄는 안건준 한국벤처기업협회장은 과거 중국의 사드 보복 후폭풍으로 매출이 3분의 1수준으로 급감했던 경영 위기를 회상하면서 "삼성전자에 큰 도움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안 협회장은 "한국에는 '대기업 생태계'라는 것이 있다"며 "많은 벤처가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안타까우면서도 한편으론 큰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벤처는 상대적으로 자금과 경영 노하우가 부족할 수밖에 없지만, 대기업과의 상생협력을 잘 이용하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안 협회장은 "박영선 장관님이 자상한 기업을 한다고 했을 때 제가 가장 크게 환호한 이유도 이것 때문"이라며 "벤처와 자상한 기업이 함께 민간 주도의 혁신 성장을 이룩하면 좋겠다"고 말한 뒤 건배사를 외쳤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협·단체의 축하 인사도 이어졌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정부가 어떤 정책을 하면서 '실천'까지 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박영선 장관님은 정말 대단하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최승재 소공연 회장도 "장관님이 평소 말하는 '작은 것을 연결하는 강한 힘'이 자상한 기업을 통해 얼마나 큰 힘으로 발휘되고 있는지 요즘 느끼고 있다"며 "네이버와의 상생으로 소상공인도 힘찬 도약이 가능해졌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날 만찬은 박 장관이 준비한 '모둠전'으로 채워졌다. 모둠전에는 그의 부처 운영 기조이자 신념인 '작은 것을 연결하는 강한 힘'을 형상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장관과 김기문 회장, 김종호 삼성전자 사장은 각각 정부와 중소기업, 대기업의 대표 자격으로 나란히 앞치마를 두르고 참석자들에게 모둠전을 배식했다.
테이블에는 청와대 공식 만찬주이자 중기부의 '브랜드K' 제품인 화이트와인 '여포의 꿈'과 김기문 회장이 후원한 레드 와인 '몬테스 알파 까베르네 쇼비뇽'이 채워졌다.
이날 10대 자상한 기업에 감사패를 수여한 박 장관은 "자상한 기업은 상생과 공존의 가치를 실현하는 척도"라며 "작은 것들이 모여서 강한 힘을 만들어 내는 현장을 곳곳에서 만나 볼 수 있어 큰 보람을 느꼈다"고 한해를 소회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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