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AI보다 못하다" 이세돌은 왜 지고도 '한돌' 비판했나
"나는 부족했지만, 후배들이었으면 한돌을 이겼을 것이다. (한돌은) 중국의 인공지능(AI) 절예와 비교해서 아직 부족하다."
은퇴 전 마지막 경기에서 토종 AI 바둑 '한돌'에 2승 1패로 대국을 마친 이세돌 9단은 기자회견에서 국산 AI 바둑의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예상 못한 수를 당한 이후로 흔들려서 그렇지 아직 한돌이 접바둑에서 강하다고 인정하기 그렇다"고 했다. 이번 대국을 통해 국산 AI 바둑은 과연 어느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지 짚어봤다.
━
①이기고도 '약하다' 지적받은 한돌, 왜?
이세돌은 지난 18일 열린 1국에서 흑으로 2점 먼저 놓는 접바둑으로 한돌과 붙어 불계승했다. 당초 한돌이 이세돌을 압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한돌은 81수에서 이세돌이 고개를 갸웃할 정도의 의아한 실수를 저질렀다. 이 수를 계기로 승률이 30%까지 치솟았던 한돌의 승률은 곧바로 3%대로 떨어지고 대국이 끝났다. 한돌이 예상치 않은 수를 둔 것을 보고 일각에서는 "한돌이 버그를 일으킨 것이 아니냐"라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NHN 측은 "버그는 아니고 이세돌 9단이 그만큼 대처를 잘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창률 팀장은 "알파고 논문에 나왔던 '엘로(Elo) 레이팅'이라는 수치를 통해 대국 실력을 평가하는데, 한돌이 '알파고 제로'나 '알파 제로'와 같은 가장 최신 버전에 근접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NHN은 현재의 한돌 3.0을 이 엘로 레이팅 수치 기준 4500으로 평가하고 있다. 같은 기준으로 볼 때 이세돌과 2016년 겨뤘던 알파고 리는 3700, 인간 바둑기사 9단은 3500 정도로 평가된다.
━
②이세돌이 인정한 AI '절예'는 누구?
21일 기자회견에서 이세돌이 언급한 중국 AI 바둑 '절예'(絶藝·줴이)는 중국의 정보기술(IT) 기업 텐센트가 개발한 AI 바둑이다. 현존하는 최고 성능의 AI 바둑으로 꼽힌다. 절예는 지난해 텐센트 세계 인공지능 바둑대회 예선전을 7전 전승으로 통과하며 알파고 이후 가장 강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앞서 지난해 1월에는 중국 최강자 커제를 상대로 77수 만에 승리했다. 절예는 프로기사들과 맞바둑은 물론 접바둑 대결도 꾸준히 펼쳐오며 각종 게임 데이터를 착실히 쌓아왔다. 현재 텐센트는 중국 국가 대표들만 접속할 수 있게 하는 등 비공개로 절예를 운영 중이다. 텐센트는 절예 외에도 형천, 여룡 등 다른 AI 바둑 프로그램도 개발해왔다.
AI 바둑 프로그램으로는 해외에선 이 밖에도 미국 페이스북이 개발한 엘프 오픈고(ELF OpenGo)와 대만 국립교통대가 개발한 'CGI 고 인텔리전스',일본의 '글로비스 에이큐제트' 등이 주목받고 있다.
━
③중국에 크게 밀리는 '한국산 AI 바둑'
국산 AI 바둑으로 가장 뛰어난 기량을 자랑하는 한돌은 2017년 12월 NHN이 처음 선보였다. 1999년부터 '한게임 바둑'을 서비스하며 축적해온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발됐다. 2017년 공개 당시 버전 1.0이었으나 이후 인간 기보 없이 자가 대국으로 기력을 향상시켜 3.0 버전까지 업그레이드됐다. 한돌은 지난 1월 신민준·이동훈·신진서 등 인간 9단과 릴레이 대국을 펼쳐 전승을 기록했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