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AI보다 못하다" 이세돌은 왜 지고도 '한돌' 비판했나

하선영 2019. 12. 22. 16:2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나는 부족했지만, 후배들이었으면 한돌을 이겼을 것이다. (한돌은) 중국의 인공지능(AI) 절예와 비교해서 아직 부족하다."

은퇴 전 마지막 경기에서 토종 AI 바둑 '한돌'에 2승 1패로 대국을 마친 이세돌 9단은 기자회견에서 국산 AI 바둑의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예상 못한 수를 당한 이후로 흔들려서 그렇지 아직 한돌이 접바둑에서 강하다고 인정하기 그렇다"고 했다. 이번 대국을 통해 국산 AI 바둑은 과연 어느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지 짚어봤다.


①이기고도 '약하다' 지적받은 한돌, 왜?
이세돌은 지난 18일 열린 1국에서 흑으로 2점 먼저 놓는 접바둑으로 한돌과 붙어 불계승했다. 당초 한돌이 이세돌을 압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한돌은 81수에서 이세돌이 고개를 갸웃할 정도의 의아한 실수를 저질렀다. 이 수를 계기로 승률이 30%까지 치솟았던 한돌의 승률은 곧바로 3%대로 떨어지고 대국이 끝났다. 한돌이 예상치 않은 수를 둔 것을 보고 일각에서는 "한돌이 버그를 일으킨 것이 아니냐"라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NHN 측은 "버그는 아니고 이세돌 9단이 그만큼 대처를 잘한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한돌은 접바둑에 약하다. 한돌은 동등한 조건에서 대국하는 호선만 주로 학습해왔기 때문이다. 한돌이 이번 대국 전 2점 접바둑을 학습해온 기간은 두 달에 불과했다. 한돌을 개발한 이창률 NHN 게임 AI 팀장은 1국에서 패한 뒤 기자회견에서 "머신러닝이라는 것은 학습 데이터가 많을수록 성능이 좋아지는데 한돌의 전체 학습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했을 것"이라고 패인을 설명한 바 있다.
이세돌의 한 수 (신안=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이세돌 9단이 21일 전남 신안군 엘도라도리조트에서 '바디프렌드 브레인마사지배 이세돌 vs 한돌' 은퇴 대국에서 바둑판에 흑돌을 놓고 있다. 2019.12.21 hs@yna.co.kr/2019-12-21 13:24:17/ <저작권자 ⓒ 1980-2019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이창률 팀장은 "알파고 논문에 나왔던 '엘로(Elo) 레이팅'이라는 수치를 통해 대국 실력을 평가하는데, 한돌이 '알파고 제로'나 '알파 제로'와 같은 가장 최신 버전에 근접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NHN은 현재의 한돌 3.0을 이 엘로 레이팅 수치 기준 4500으로 평가하고 있다. 같은 기준으로 볼 때 이세돌과 2016년 겨뤘던 알파고 리는 3700, 인간 바둑기사 9단은 3500 정도로 평가된다.


②이세돌이 인정한 AI '절예'는 누구?
21일 기자회견에서 이세돌이 언급한 중국 AI 바둑 '절예'(絶藝·줴이)는 중국의 정보기술(IT) 기업 텐센트가 개발한 AI 바둑이다. 현존하는 최고 성능의 AI 바둑으로 꼽힌다. 절예는 지난해 텐센트 세계 인공지능 바둑대회 예선전을 7전 전승으로 통과하며 알파고 이후 가장 강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앞서 지난해 1월에는 중국 최강자 커제를 상대로 77수 만에 승리했다. 절예는 프로기사들과 맞바둑은 물론 접바둑 대결도 꾸준히 펼쳐오며 각종 게임 데이터를 착실히 쌓아왔다. 현재 텐센트는 중국 국가 대표들만 접속할 수 있게 하는 등 비공개로 절예를 운영 중이다. 텐센트는 절예 외에도 형천, 여룡 등 다른 AI 바둑 프로그램도 개발해왔다.

2017년 커제 9단(왼쪽)이 ‘알파고 마스터’와 맞붙은 모습. 커제는 알파고와 세 차례 맞붙어 전패를 기록했다. [사진 구글 딥마인드]
절예를 포함해 중국은 오늘날 AI 바둑 분야에서 압도적인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지난 8월 중국 산둥성에서 열린 '2019 중신증권배 세계 AI 바둑대회'에서 절예가 우승을, 중국 칭화(淸華)대 등이 개발한 싱천(星陣)이 준우승을 차지했다. 한돌은 이 대회에서 벨기에 릴라 제로(Lila Zero)를 꺾고 4위를 차지했다.

AI 바둑 프로그램으로는 해외에선 이 밖에도 미국 페이스북이 개발한 엘프 오픈고(ELF OpenGo)와 대만 국립교통대가 개발한 'CGI 고 인텔리전스',일본의 '글로비스 에이큐제트' 등이 주목받고 있다.


③중국에 크게 밀리는 '한국산 AI 바둑'
국산 AI 바둑으로 가장 뛰어난 기량을 자랑하는 한돌은 2017년 12월 NHN이 처음 선보였다. 1999년부터 '한게임 바둑'을 서비스하며 축적해온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발됐다. 2017년 공개 당시 버전 1.0이었으나 이후 인간 기보 없이 자가 대국으로 기력을 향상시켜 3.0 버전까지 업그레이드됐다. 한돌은 지난 1월 신민준·이동훈·신진서 등 인간 9단과 릴레이 대국을 펼쳐 전승을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신진서 9단과 카카오브레인이 개발한 바둑인공지능 ‘오지고(Og-Go)’의 대결. 오지고는 허무하게 축을 실수하며 83수 만에 불계를 선언했다. [사진 한국기원]
한돌 외에는 돌바람네트웍스의 '돌바람', 카이스트의 '바둑이', 카카오브레인의 '오지고' 등이 있다. 돌바람과 바둑이는 회사가 아닌 개인이 주도해서 개발하기 시작한 바둑 AI다. 이렇듯 여러 AI가 있긴 하지만, 국산 바둑 AI는 중국산 AI에 비해 수준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오지고'는 지난해 11월 프로기사와의 첫 대국에서 바둑의 기본인 축을 파악하지 못해 83수만에 불계패 했다. '돌바람'은 한돌이 3위를 차지한 '세계 AI 바둑대회'에서 1승4패로 12위에 그쳤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