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전 좌초된 김기현 사업..송철호측, 靑 통해 미리 알았나

김민상 2019. 12. 22.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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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수사관이 19일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압수수색을 마친 후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검찰은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제시한 산재모병원에 예비타당성 조사와 관련해 기재부 재정관리국을 압수수색했다.[뉴스1]
검찰이 울산시가 2003년부터 추진했던 산업재해 모(母) 병원 건립사업이 2018년 6·13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에 유리하게 활용됐을 가능성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정부 예산 선정 과정에서 2018년 5월 최종 탈락한 1700억원 규모 사업이 공식 발표 전에 청와대를 통해 민주당에 전달됐을 것이라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22일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 김태은)는 지난 20일 예비타당성 조사를 담당하는 기획재정부 재정관리국 타당성심사과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업무자료와 컴퓨터(PC) 하드디스크 내 기록을 분석하고 있다. 검찰은 기재부를 압수수색한 날 송병기(57) 울산시 경제부시장도 울산지검으로 불러 12시간가량 조사했다.

검찰이 앞서 압수한 송 부시장 업무수첩에는 지방선거를 8개월가량 앞둔 2017년 10월 10일 김기현 당시 시장이 추진하던 산재모병원이 좌초되면 좋겠다는 내용, 송 부시장이 같은 달 12일 더불어민주당 울산시장 후보로 나선 송철호(70) 현 시장(당시 변호사)과 함께 청와대 관계자를 만나 관련 내용을 논의했다는 메모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유한국당 후보로 나섰던 김기현(60) 전 울산시장은 지난 20일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방선거 후보 마감 직후 선거가 시작되는 날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진행한 산재모병원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탈락했다는 결과를 받았다”며 “전략에 따라 청와대와 행정 부처가 움직였다”고 주장했다. 울산시는 2018년 5월 1715억원 규모로 신청한 산재모병원 건립 사업이 무산됐다고 최종 발표했다. 산재모병원은 제조업체 근로자가 모여 있는 도시 울산의 산재 의료서비스개선을 위해 울산시가 2003년부터 공을 들인 사업이다.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20일 오후 검찰 조사를 마치고 울산지검을 나서고 있다. [뉴스1]
김기현 전 시장은 현직으로 있을 당시 예비타당성 통과에 공을 들였고, 선거 한 달 전 무산 발표가 나자 ‘산재전문 공공병원’으로 이름을 바꿔 다시 추진했다. 해당 사업은 지방 선거에서 김 전 시장을 누르고 당선된 송철호 현 시장이 ‘혁신형 공공병원’으로 이름을 바꾸고 재추진하고 있다.
기재부에서 재정 업무를 담당했던 관계자는 “산재모병원은 지난 10년 동안 경제성 조사에서 계속 탈락된 사업”이라며 “예비타당성 조사 과정보다는 결과가 공식 발표 전에 사전에 청와대나 민주당에 보고됐는지 검찰이 눈여겨볼 수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30년 지기인 송 시장은 부산 출신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 문 대통령과 함께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인권 변호사 3인방’으로 불렸다. 2014년 울산 국회의원 보궐선거 때 국회의원이었던 문 대통령이 송 시장 유세장에서 “내 가장 큰 소원은 송철호 당선”이라고 할 정도였다. 지난해 2월에는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울산을 방문해 울산과학기술원(UNIST) 학위수여식에 참석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나서려고 했던 울산 지역 관계자는 “UNIST가 의대 설립을 이유로 산재모병원 설립에 특히 관심이 많았다”고 전했다.

김기현 전 울산시장이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청와대 선거 개입 의혹 관련 기자간담회 중 목을 축이고 있다. [뉴스1]
검찰은 최근 임동호(51)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을 소환해 조사하는 과정에서 송병기 부시장 업무수첩에 적힌 ‘임 전 최고위원이 청와대 눈 밖에 났다’는 표현의 의미와 지방선거를 앞두고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한종석 전 정무수석이 임 전 최고위원에게 공공기관이나 일본 고베 총영사 자리를 언급한 사실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 전 최고위원은 “‘청와대 눈 밖에 났다’는 표현은 당시 송철호 캠프 전략이라고 생각한다”며 “공공기관 자리도 불출마를 조건으로 오간 이야기는 아니다”고 해명했지만 수첩에 적힌 시기와 자리 이야기가 오간 시기가 송 시장이 단일 후보로 확정되기 직전이라 관련 의혹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검찰은 송 부시장을 세 차례 조사했고 임 전 최고위원 역시 두 차례 소환해 진술 확보를 사실상 마무리한 만큼 조만간 송 시장을 불러 청와대‧여권과 사전에 교감했는지를 확인할 예정이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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