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등이 회장 아는 사이..명지대 총여학생회 '수상한 이벤트'

채혜선 2019. 12. 23.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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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지대 자연캠퍼스(왼쪽)와 명지대 자연캠퍼스 총여학생회가 이번 이벤트로 지급한 경품들. [사진 명지대 유튜브·페이스북 캡처]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명지대 자연캠퍼스의 총여학생회가 종강을 맞아 최근 진행한 이벤트에서 한 단과대학의 학생회장·부학생회장이 경품 당첨자로 선정됐다는 주장이 나와 학교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학생자치기구 임원들이 고가의 경품을 임의대로 나누어 가진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면서다.

당첨자 뽑고 보니 서로 아는 사이?
[사진 명지대 자연캠퍼스 총여학생회 페이스북]
22일 대학가에 따르면 명지대 자연캠퍼스 총여학생회는 지난 16일 페이스북에 “올해를 마무리하며 2019년을 되돌아보고 2020년의 새로운 계획을 총여학생회와 공유해보자”는 내용이 담긴 이벤트 게시글을 올렸다.

이벤트는 카카오톡에서 총여학생회의 계정을 친구 추가한 다음 2019년(또는 2020년) 계획이나 2019년 행복했던 기억 중 한 개를 적어 해당 계정에 메시지를 보내는 방식으로 17일 단 하루 동안 진행됐다. 이벤트 경품으로는 에어팟 프로, 에어팟 2세대, 노스페이스 패딩 등 고가의 제품이 내걸렸다.

문제는 18일 오후 8시 이벤트 당첨자가 공개되면서 일어났다. 에어팟 프로와 에어팟 2세대 등 1·2등 경품 당첨자가 각각 한 단과대학의 부학생회장·학생회장이라는 주장이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빠르게 퍼졌기 때문이다. 명지대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는 1·2등 경품 당첨자들이 총여학생회장과 같은 과라는 등 추가 의혹이 제기된 것으로도 알려졌다.


총여학생회장 “사사로운 감정 없었다”
[사진 명지대 대나무숲 캡처]
문제가 커지자 결국 총여학생회 측은 페이스북 ‘명지대 대나무숲’의 한 게시물에 댓글을 달고 “당첨자들과 사적인 친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사사로운 감정이 섞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자신이 총여학생회장이라고 밝힌 A씨는 “친분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참여자들을 이벤트에서 제외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에 사연을 보고 결정했다”면서도 “학우들에게 오해의 소지를 만든 점에 대해서는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A씨는 지난 20일 총여학생회 페이스북에도 3장 분량의 해명문을 올렸다. A씨는 해명문에서 사연을 읽고 경품을 주기로 한만큼 메시지를 200자 이상 보낸 사람들을 경품 대상자로 선별했다고 밝혔다. 사연의 정성을 평가했단 뜻으로 읽힌다.

명지대 자연캠퍼스 총여학생회 측이 올린 해명문. [사진 명지대 자연캠퍼스 총여학생회 페이스북]
A씨는 “당첨자들과 당첨 전후로 개인적인 연락을 한 사실이 없다”며 “잘못된 방법으로 이익을 취하려고 했다면 당첨자들을 사실대로 올리지 않았을 것이다. 학생회비로 개인적인 이득을 취할 생각도 없었으며 해당 행사로 인해 얻는 이득도 없었다”고 재차 해명했다. 이어 “논란이 되고 있는 경품들은 당첨자들 의견에 따라 전부 다시 받아 환불 처리하고 학교 측에 반납하겠다. 이번 행사로 불편을 겪은 학우분들에게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의 이 같은 설명에도 비난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무작위 추첨으로 당첨자 선정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는 목소리가 컸다. 또 ‘메시지 200자 이상’ 보낸 사람들을 대상으로 당첨자를 골랐다는 내용을 지적하는 댓글도 있었다. 이는 앞선 이벤트 공지에 없던 내용이다. 해명문이 올라온 후인 이날 명지대 대나무숲에는 총여학생회의 사퇴를 요구하는 글이 여럿 올라온 상태다.


“역시 큰일은 여자가…” 젠더 갈등으로도 번져
한편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편에서는 ‘젠더 이슈’를 담당하는 총여학생회를 향한 곱지 않은 시선도 이어지고 있다.
명지대 자연캠퍼스 총여학생회 페이스북에는 “역시 큰일은 여자가” “이렇게 페미니즘이 사회주의 기반 사상이라는 게 다시 한번! 말로는 평등·인권 떠들면서 윗사람들만 꿀꺽~” 등과 같은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지난 11월 명대신문에 따르면 명지대 자연캠퍼스 총여학생회는 올해를 끝으로 폐지된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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