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2019]中수출길 막히고 넥슨매각에 질병코드까지..우울한 게임업계

박병진 기자 입력 2019. 12. 23. 07:00 수정 2019. 12. 23.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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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성남시 판교 넥슨코리아 본사. © News1

(서울=뉴스1) 박병진 기자 = 2019년 게임업계는 새해 벽두부터 넥슨이 투자은행(IB) 업계에 매물로 나왔다는 충격적인 소식과 함께 시작됐다. 지난해 2조5296억원의 연매출을 올린 국내 1위, 세계 12위 업체의 매각 소식에 많은 이들이 우려를 표했다. 매각은 불발됐지만 지난해 9월 게임업계 최초로 설립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넥슨지회(넥슨노조) '스타팅포인트'가 처음으로 고용안정을 촉구하는 장외집회를 여는 등 노조의 활동이 활발했던 한해였다.

지난 5월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이용장애(Gaming Disorder)에 질병코드(6C51)를 부여하는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안(ICD-11)을 통과시킨 것도 많은 이들을 낙담케 한 뉴스였다. 사드 갈등이 불거진 지난 2017년 3월부터 국산 게임에 '판호'(서비스 허가권)가 나오지 않으며 꽉 막힌 중국 수출길도 변함이 없었다.

부정적인 소식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4월 취임한 게임산업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의 박양우 장관은 4년 만에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에 참석해 중국의 판호 발급 중지에 대해서 "내년 초쯤에는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국무총리실 산하 국무조정실은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국내도입 문제 관련 민·관 협의체를 구성하고 도입 여부 논의를 위한 연구용역 3개를 추진하기로 했다.

◇넥슨 인수합병(M&A)과 노조 바람에 들썩인 게임업계

김정주 엔엑스씨 대표. © News1

넥슨 매각 이슈가 시작된 건 지난 1월3일이었다. 넥슨 창업자인 김정주 넥슨 지주사 엔엑스씨(NXC) 대표가 자신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NXC 지분 전량(98.64%)을 매물로 내놓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파문이 인 것.

넥슨 인수전에 MBK파트너스,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베인캐피털 등 글로벌 사모펀드(PEF)가 뛰어들었다는 소식에 상당수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1위 업체가 해외 자본에 넘어갈 경우 국내 게임산업의 경쟁력이 흔들릴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당시 본입찰에 참가한 넷마블은 "넥슨의 유무형 가치는 한국의 주요 자산이며 해외 매각 시 대한민국 게임업계 생태계 훼손과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며 "국내 자본을 중심으로 컨소시엄을 형성해 인수전에 참가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새해 벽두부터 게임업계를 충격에 빠뜨렸던 넥슨 매각 사태는 6개월 만인 지난 6월 김 대표가 매각을 보류하면서 일단락됐다. 10조원 이상으로 추정되던 매각대금을 놓고 본입찰에 참여한 투자자들과 김 대표 간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매각이 끝내 무산된 것이다. 이후 넥슨은 허민 전 네오플 대표를 외부 고문으로 영입해 9개의 프로젝트를 개발 중단하는 등 대대적인 조직 개편에 나섰다. 그 결과 지난 9월3일 넥슨노조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 넥슨코리아 사옥 앞에서 6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고용안정을 촉구하는 게임업계 첫 장외집회를 열었다.

지난 9월3일 경기 성남시 판교 넥슨코리아 사옥 앞에서 열린 고용안정 보장 촉구 집회 현장. © 뉴스1

2019년은 게임업계에 노조 바람이 분 첫해로 기억될 전망이다. 넥슨에 이어 스마일게이트 노조 'SG길드'도 지난 9월20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어울공원에서 고용안정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노조의 설립과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문화의 확산으로 넥슨과 스마일게이트를 시작으로 넷마블, 엔씨소프트 등의 주요 업체들이 포괄임금제를 폐지했다.

게임사들은 포괄임금제 폐지에 따라 5분 혹은 15분 이상 업무 공간에서 이탈할 경우 노동시간에서 제외되도록 근태관리 시스템을 변경했다. 일명 '크런치 모드' 등 잇단 철야와 과로로 사회적 논란이 됐던 게임업계 근무 환경이 앞선 주 52시간제 도입과 이번 포괄임금제 폐지로 바뀔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WHO 질병코드·꽉 막힌 中 수출길…답답한 대외환경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 위원회 출범식'에서 참석자들이 근조사를 낭독하고 있다. 2019.5.29/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게임 질병코드 역시 올 한해 가장 논란이 된 이슈 중 하나였다. WHO는 지난 5월25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72회 총회에서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6C51'를 새롭게 추가한 ICD-11을 승인했다. 게임에 대한 통제기능 손상, 삶의 다른 관심사 및 일상생활보다 게임을 우선시, 부정적인 결과에도 게임을 중단하지 못하는 현상이 12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를 질병으로 분류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한국게임학회, 한국게임산업협회 등 학회, 공공기관, 협단체, 대학 등 94개 단체는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를 구성해 대응에 나서고 있다.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이 한국콘텐츠진흥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가 2022년부터 국내에 도입된다고 가정했을 때 2025년까지 한국 게임산업 매출 규모는 최소 5조원에서 최대 10조원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이에 국무조정실은 지난 7월 의료계 3명, 게임계 3명, 법조계 2명, 시민단체 2명, 관련 전문가 4명 등 민간위원 14명과 정부위원 8명 등 총 22명으로 구성된 민관협의체를 출범시켰다. 지난 20일 열린 5차 회의에서 민관협의체는 Δ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의 과학적 근거 분석 Δ게임이용장애 국내 실태조사 Δ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에 따른 파급효과 분석 등 3가지 연구를 내년부터 진행,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국내 도입 문제의 합리적 해결 방안 도출을 논의하기로 했다. ICD-11은 2022년 1월 발효되며, 통계청이 이를 반영해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를 개정하는 것은 2025년(2026년 시행)이 유력하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 11월13일 열린 '2019 대한민국 게임대상' 시상식을 마친 뒤 "국내 게임사들이 중국에 자유롭게 진출할 수 있도록 정부 부처간 협의 중"이라며 "내년 초쯤에는 좋은 소식이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밝혔다. © News1

결국 올해에도 중국 수출길은 열리지 않았다. 지난 2017년 3월부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갈등 여파로 중국 정부가 국산 게임에 판호를 발급해주지 않으며 올해도 국내 게임사들은 사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판호는 중국 내 게임 출판·운영 허가 승인번호로 중국 내 사업을 위해 필요한 허가증이다. 중국 내에서 서비스하려면 필수적으로 받아야 한다. 해외자본이 들어간 업체 게임에는 외자판호를, 중국 게임사에게는 내자판호를 발급한다.

중국은 지난해 3월부터 외자판호는 물론, 내자판호까지 발급을 중단했다가 9개월 만인 12월 내자판호 발급을 재개했다. 이어 지난 4월에는 외자판호를 다시 발급했다는 소식이 들렸으나, 한국 게임은 목록에 없었다. NHN의 일본 자회사 NHN플레이아트가 개발한 모바일 게임 '콤파스'가 외자판호를 받았으나 이는 사실상 일본 게임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

다가오는 2020년에도 한국 게임에 대한 판호가 나올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박 장관이 지난 11월 '2019 대한민국 게임대상' 시상식을 마친 뒤 "국내 게임사들이 중국에 자유롭게 진출할 수 있도록 정부 부처 간 협의 중"이라며 "내년 초쯤에는 좋은 소식이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밝히며 실낱같은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

pb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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