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발밑 공포 '땅꺼짐', 국민 희생 언제까지 방치할건가

박정철 2019. 12. 23.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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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땅꺼짐(싱크홀)' 현상이 지난 주말 잇따르면서 땅밑 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과 공포가 커지고 있다.

지난 21일에는 경기 고양시 일산의 한 공사현장 인근에서 누수로 도로 지반이 붕괴한 데 이어 22일에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공사현장에서 비슷한 사고가 발생해 작업 인부 1명이 생때같은 목숨을 잃었다.

고양시의 사고 지점은 2017년 2월과 4월 총 4차례 걸쳐 도로균열과 침하, 지하수 유출 사고가 연속적으로 발생한 곳이라고 한다. 하지만 지난달 고양시 점검에서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왔다.

도심 싱크홀 사고는 서울 경기 등 수도권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최근 강원 강릉을 비롯해 충북 청주, 광주, 부산 등에서 멀쩡하던 도로가 갑자기 무너져 내렸다.

언제 어디서 땅이 꺼질지 모르는 '발밑 공포'로 국민들의 걱정은 숯덩이처럼 시커멓게 타들어가는데, 정부와 관할 지방자치단체는 언제까지 국민들 희생을 방치할 것인지 답답하기만 하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관 의원(행정안전위원회·경기 성남시 분당갑)이 지난 9월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서울시에서 발생한 땅꺼짐 현상은 총 203건에 달했다.

전국에선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총 4500여건의 땅꺼짐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김철민 민주당 의원 자료)

땅꺼짐은 석회암 또는 화산토 지반이 지하수에 의해 녹거나 침식되면서 그 위의 표층이 꺼지는 자연현상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도심에선 이같은 자연적인 땅꺼짐이 드물다. 대신 지하에 매설된 상하수도관 등 기반시설 노후나 굴착공사로 인해 도로가 함몰되는 사고가 많다.

실제로 서울시내 전체 땅꺼짐 발생의 62.6%인 127건은 노후 상하수도의 손상이나 누수로 인해 발생했고, 노후 하수관 교체를 비롯한 각종 공사 과정에서 복구 불량 등으로 발생한 경우도 56건(27.6%)이나 됐다.

기타로 분류된 20건의 지반침하 발생 원인도 호우 등에 대한 대비 등이 미흡하거나 공사과정에서의 관리 등이 소홀해 발생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한마디로, 땅꺼짐은 자연재해가 아니라 노력 여하에 따라 사전에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인재라는 셈이다.

2018년 기준 전국의 상하수도관 35만6411km 중 20년 이상 된 노후관은 13만 1598km로 36.9%에 달한다. 30년 이상 된 노후관도 5만8175km(16.3%)나 된다.

이처럼 낡은 상하수도관을 제 때 고치거나 교체하지 않으면 싱크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또 시공사가 공사기간 단축이나 공사비 절감을 위해 아스팔트를 규정 횟수만큼 다지지 않거나 골재 등을 적게 사용해도 지반침하로 이어질 수 있다.

문제는 잦은 땅꺼짐 현상으로 국민들의 안전이 심각하고 위협받고 있는데도, 정부와 관할 지자체가 무관심, 무책임, 무능 행정으로 체계적인 관리와 위기 대응에 실패하면서 사고가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사고 예방은 뒷전이면서, '부동산 투기 방지'를 이유로 보유세 등을 잔뜩 올려 세수만 확보하려고 하고 있으니 국민들의 분통이 터질 수 밖에 없다.

국민들의 얇은 호주머니에서 무겁게 세금을 거둬놓고 지하 시설물 정비 등에는 도대체 얼마나 사용했는지 궁금하다.

정부가 뒤늦게 오는 2023년까지 노후기반시설 안전강화에 무려 32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하고, 작년부터 '지하안전관리를 위한 특별법'을 제정해 시행 중이지만 아직까지 효과가 미미하다.

단적인 예로, 작년에만 싱크홀이 수백건 발생했는데도 사고조사위원회의 조사실적은 단 한건도 없다.

특별법 시행령상 조사위의 운영기준이 면적 4㎡ 또는 깊이 2m 이상의 지반침하 발생시, 지반침하로 인해 사망자·실종자 또는 부상자가 3명 이상 발생시, 피해 정도가 중대해 전문조사가 필요하다고 장관이 인정할 경우로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조사위 운용을 꽁꽁 묶어놓고 있는 상황에서 안전 예방 활동이 제대로 진행될 리 없다.

도심 싱크홀은 자연지역의 싱크홀과 달리 엄청난 인명 손실과 재산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율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지금이라도 정부와 지자체가 경각심을 갖고 사고 방지와 국민 안전을 위해 철저한 관리에 나서야 한다.

[박정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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