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이브는 씁쓸했다..'시간제 돌봄교사' 라서

조해람 기자 2019. 12. 24.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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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제돌봄전담사-서울시교육청, 마지막 교섭에서 '노동시간 현실화' 결렬..'4시간 일자리' 계속
24일 시간제돌봄전담사들이 농성중인 천막이 서울시교육청 정문 앞에 세워져 있다. 이날은 이들이 농성을 시작한 지 226일째이자 서울시교육청과의 단체교섭 마지막 날이었다./사진=조해람 기자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누군가에겐 설레는 날이지만 시간제돌봄전담사들에게는 허탈한 하루였다. 서울시교육청 정문 앞 천막에서 226일째 농성 중인 시간제돌봄전담사들은 이날 서울시교육청과 마지막 단체교섭을 했다. 그러나 이들이 지난 5월16부터 200일 넘게 요구한 '노동시간 현실화'는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들은 이제 다음 교섭까지 2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시간제돌봄전담사는 학교 돌봄교실에서 아이들을 맡아 주는 시간제 노동자다. 서울시교육청이 돌봄교실을 확충하면서 크게 늘었다. 서울시교육청은 '초등돌봄교실 대기자 0명'을 목표로 오는 2022년까지 초등돌봄교실 500실을 증설할 계획이다. 그러나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정작 돌봄교실을 운영할 노동자들의 처우는 '뒷전'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무급 초과근무 할거면 일할 시간 늘려달라"…교육청 "감사원 지적사항이라 어려워"
시간제돌봄전담사들의 핵심 요구사항은 '노동시간 현실화'다. 현재 시간제돌봄전담사들의 학기 중 노동시간은 돌봄교실이 운영되는 오후 1시부터 오후 5시까지 4시간이다. 그러나 행정 잡무 등을 처리하면 사실상 4시간을 초과해 일하게 된다.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전일제돌봄전담사는 학교에 1명 뿐이다. 게다가 학교 수업이 일찍 마치는 날엔 아이들이 일찍 도착해, 청소 등을 제때 마치려면 어쩔 수 없이 초과 근무를 하게 된다.
24일 시간제돌봄전담사들이 농성중인 서울시교육청 앞 천막 내부. 이날은 이들이 농성을 시작한 지 226일째이자 서울시교육청과의 단체교섭 마지막 날이었다./사진=조해람 기자


초과근무가 일상이지만 수당은 '남 얘기'다. 많은 학교가 비용 문제로 초과근무수당 지급을 꺼려하기 때문이다. 초과근무를 너무 많이 시키면 감사 대상이 될까 봐 걱정하는 분위기도 있다. 사실상 시간제돌봄전담사들은 무급 초과 근무를 강요 당해왔다. 홍순영 여성노동조합 서울지부 돌봄지회장은 "경력이 단절된 여성의 일과 과정의 양립을 위한 시간제 일자리라지만, 정작 근무하다 보면 무료로 추가 노동을 해야 한다"며 "일과 가정의 양립이 아니라 오히려 압축노동을 해야 하는 고충이 있다"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노동시간이 더 필요한 일이라면, 애초에 노동시간을 늘려달라는 게 시간제돌봄전담사들의 요구다. 그러나 24일 마지막 교섭에서는 유급 휴게시간 30분을 주고, 학교장 판단 하에 시간제돌봄전담사들의 방학 중 초과근무를 우선한다는 내용까지만 합의됐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아이들이 있는 시간에만 일해야 한다는 2014년 감사원 지적이 있어 현실적으로 조건을 맞춰주기가 어려웠다"며 "대신 다른 처우를 더 개선해주는 쪽으로 교섭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같은 자격인데 취급은…시간제라 더 서럽다
시간제돌봄전담사는 전일제돌봄전담사와 같은 자격으로 채용된다. 유초중등교사자격증 2급 이상이나 보육교사 2급 이상 자격증이 있으면 된다. 그러나 시간제라는 이유로 여러 차별을 겪는다. 근속수당의 경우 1년치 근속수당이 전일제의 절반만 쌓인다. 교통비도 전일제돌봄전담사보다 2만원 적은 8만원으로 책정돼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시간제돌봄전담사를 힘들게 하는 것은 차별적 인식이다. 시간제돌봄전담사 김모씨(52)는 서울시교육청이 방학 중 돌봄교실 자원봉사자를 모집했을 때 좌절했다. 시간제돌봄전담사의 노동시간이 4시간이니 나머지 4시간을 자원봉사자로 채우겠다는 정책이었다. 김씨는 "자격증도 없는 봉사자들이 들어온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우리가 하는 일이 너무 하찮게 인식되고 있다는 걸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 언제든 대체될 수 있는 일자리라는 인식이 팽배하다는 것.

업무 환경이 힘들어도 시간제돌봄전담사들은 아이들을 생각하면 일을 그만둘 수 없다고 말한다. 홍 지회장은 "아이들이 우리 품에 안겨서 부모의 냄새를 맡는다. 엄마에게 나는 냄새가 난다고 한다"며 "부모를 대신해 아이들의 정서적인 부분을 채워줄 수 있다는 것이 이 일을 계속 하게 하는 원동력이지만, 아이들을 일일이 어루만져주기엔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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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람 기자 doit9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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