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2010년대 스트리밍 세대의 등장 [해외문화 산책]

2019. 12. 24.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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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 버그’ 소동이 벌어진 지 벌써 20년이 지났고, 2010년대도 저물어간다. 그 사이 세계는 정치적 격변 못잖게 트렌드의 변화도 겪었다. AFP통신이 지난 10년 동안 세계 문화의 흐름이 어떻게 바뀌어왔는지 결산하는 기사를 실었다. 가장 두드러진 것은 ‘스트리밍 세대의 등장’이다. TV와 라디오가 전해주는 음악이나 오락거리를 ‘공급자 시간대에 맞춰’ 듣는 대신에, 좋아하는 콘텐츠를 골라 ‘내가 원할 때’ 즐기는 스트리밍 서비스들이 등장한 것이다.

스트리밍 서비스는 2010년대의 문화 흐름을 바꿨고, 기다리는 대신 스스로 선택하는 ‘스트리밍 세대’의 등장을 알렸다. / uccexpress.ie

2010년 초 스웨덴의 음악 플랫폼 스포티파이의 가입자는 100만 명 정도였고, 넷플릭스 가입자는 1200만 명이 조금 넘었다. 당시만 해도 지구상 수십억 명의 사람들에게 스트리밍은 낯선 것이었다. 그런데 2년이 지나자 스포티파이는 2억4800만 명, 넷플릭스는 1억5800만 명으로 가입자가 늘었다. TV도, 영화도, 음악도, 문화상품이 유통되는 이 새로운 방식에 적응하기 바빴다. CD와 DVD의 시대는 너무 짧았고, 드라마의 다음 편을 보기 위해 일주일을 기다리는 시청자는 사라졌다.

<왕좌의 게임> 시즌 8의 홍보 포스터. / HBO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듣는 이들은 ‘수용자’가 아닌 ‘선택자’로서 더욱 능동적인 역할을 하게 됐다. 자고 나면 바뀌는 취향들이 온갖 콘텐츠를 융성하게 하거나 뒤처지게 했다. 검색엔진으로 출발한 구글은 유튜브를 통해 이 새로운 정글의 최대 강자가 됐다. 정보기술(IT)에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는 문화 소비자인 동시에 스스로 생산자가 됐다. 문화계의 거대 기업들은 반짝거리는 재능으로 무장한 1인 제작자들에 맞서기 위해 엄청난 자본을 투입해야 했다. 2011년 시작된 〈왕좌의 게임〉 시리즈가 그런 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 / 유튜브

방송네트워크들이 새로운 생존전략을 짜느라 고심하는 동안, 꿋꿋이 권좌를 지킨 승자가 있다면 디즈니다. 수십 년간의 스테디셀러인 〈스타워즈〉를 계속 갱신하면서, 새로운 트렌드인 여성주의와 환경주의를 〈겨울왕국〉에 녹여냈다. 2009년 인수한 마블은 디즈니에 슈퍼히어로들과 수익을 함께 안겨줬다.

스트리밍 세대들의 취향은 어느 한쪽으로 쏠리지 않았다. 더 이상 문화의 ‘변방’은 없었다. AFP가 2010년대 문화적 다양성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은 것이 싸이의 〈강남스타일〉이다. 말춤 열풍에는 대륙이 따로 없었다. 유튜브 누적 조회수는 34억 회가 넘는다. 젊은이들이 광장에 모여 ‘오빤 강남스타일’ 리듬에 맞춰 춤을 추는 플래시몹은 그 자체로 동영상 콘텐츠가 되어 유튜브를 타고 퍼졌다.

그 이래로 백인 위주였던 세계 대중음악의 판도는 바뀌었다. K팝은 말 그대로 글로벌한 현상이 됐다. 라틴아메리카는 2017년의 메가 히트곡 〈데스파시토〉로 대표되는 레게의 부활을 즐겼다. 아프리카 음악들도 스트리밍 서비스들을 타고 미국 차트에 올라갔다. 다양성은 ‘콜라보’와 장르의 혼합으로 이어졌다.

새로운 가치들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추락했다. 백인 일색인 오스카상 수상식장은 항의로 얼룩졌다. ‘#미투’가 이어지면서 기득권층의 문화산업은 권위를 잃었다. 낡은 틀을 받아들이지 않는 스트리밍 세대의 등장은 다가올 10년에는 어떤 변화로 이어질까.

구정은 국제부 선임기자 ttalgi2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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