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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2020년 '미래'가 배달왔어요!

입력 2019. 12. 25. 20:46 수정 2019. 12. 26. 0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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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론과 밀레니엄 버그 공포에 사로잡혔던 세기말을 지나 2000년을 맞았던 때가 생각난다.

비현실적인 2020년에 현실감을 부여하는 소식이 있다.

총 67일인 2020년 공휴일은 삼일절이 일요일이고, 현충일과 광복절, 개천절이 토요일이란다.

우주를 개척하고 고등생명체와 조우한다는 2020년이 코앞이지만, 그런 상상의 실현은 아직 먼 미래의 얘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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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ㅣ 2020 & 2050
일러스트 이민혜

종말론과 밀레니엄 버그 공포에 사로잡혔던 세기말을 지나 2000년을 맞았던 때가 생각난다. 새해가 되자마자 새천년의 희망에 들뜬 분위기가 어색하고 멋쩍었던 기억이 있다. ‘아직 적응이 덜 된 기분인데, 세상에!’ 했다. 그 후로 20년이 흘렀다. 며칠 뒤면 어떤 미래보다 더 미래 같은 숫자를 우리는 접하게 된다. 2020년. 비현실적인 2020년에 현실감을 부여하는 소식이 있다. 총 67일인 2020년 공휴일은 삼일절이 일요일이고, 현충일과 광복절, 개천절이 토요일이란다. 내년 1월11일에는 대만 총통 선거, 4월15일은 대한민국 총선, 11월3일은 미국 대통령 선거가 예정돼 있다.

또 다른 ‘예정’도 있다. 2020년은 우주 탐사 도중 실종된 아버지를 찾으러 미확인 행성 탐험에 나선 소년 아이캔이 초인공지능 로봇이 지배하는 별에서 신비한 소녀 예나를 만나는 해다. 1989년 10월께 방영한 국산 애니메이션 <2020년 우주의 원더키디>(KBS)의 유튜브 동영상엔 수년전부터 2020년을 기다리는 댓글이 달렸다. 세계시장을 염두에 둔 유려한 작화, 자연스럽게 흩날리는 머리카락 표현은 지금 봐도 감탄이 나온다.

<무진기행>의 작가 김승옥도 2020년을 기록했다. 1970년 신문 연재로 발표한 짧은 에스에프(SF)소설 ‘50년 후 Dπ9(디파이나인) 기자의 어느날’이다. 2020년의 신문기자 준은 ‘GUIYOMI19’(귀요미19)라는 초소형 전기차로 출근한다. 운전은 레이더와 컴퓨터가 대신하고 아이는 인공 자궁에서 길러진다. 인조고기 베이컨도 상용화된 세상이다. 자율주행 자동차와 식물성 대체 육류가 등장한 현재 시점과 얼추 비슷하다. 작가가 그린 2020년엔 부산-서울-평양-신의주 구간을 30분 만에 달릴 수 있는 ‘지하 진공 철도’ 공사가 한창이라니, 통일은 진즉에 된 모양이다.

2020년 통일 한국을 배경으로 유전자 조작과 인간복제 문제를 다룬 국산 에스에프(SF)영화로는 <예스터데이>(2002)가 있다. 음산한 디스토피아의 분위기는 <서기 2019 블레이드 러너>(1982)와 유사하고, 특수수사요원들의 총격전은 <쉬리>(1999)의 영향도 받은듯하다. 액션보다 2020년의 생활상이 더 궁금하던 차, 화면에 수사관 석(김승우)의 화상 전화기에 엘지(LG)텔레콤(현 엘지유플러스)의 ‘카이’ 로고가 커다랗게 떴다. 미래에도 널리 쓰이는 브랜드라는 홍보 효과를 노렸겠지만, 개봉 다음 해인 2003년에 ‘카이’는 폐지되었다. 이렇게 미래 예측은 생각보다 어렵다.

인간 대신 로봇 파이터가 링에서 싸우는 영화, <리얼 스틸>(2011). 이 영화의 원작자 리처드 매드슨은 인간 권투가 금지되고 안드로이드(인조인간) 격투로 대체하는 미래를 그렸으나, 인간끼리 격돌하는 격투 스포츠는 아직 건재하다. 영화 <미션 투 마스>(2000)에서 화성 착륙에 성공한 우주 비행사들이 인류의 기원을 만나는 시점도 2020년이다. 실현되지 않아서 다행인 예언도 있다. ‘아름다운 물의 도시 베니스가 있는 이탈리아 북부의 베네치아’가 물에 잠기고 마지막 남은 탑을 지키려는 스토리로 시작하는 타자 연습 프로그램인 한메타자교사 ‘베네치아’의 배경도 서기 2020년이다.

우주를 개척하고 고등생명체와 조우한다는 2020년이 코앞이지만, 그런 상상의 실현은 아직 먼 미래의 얘기 같다. 어쩌면 영영 이루어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환경오염에 대한 명확한 경고와 인류의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목소리에 움츠러드는 상상력은 어디로 뻗을 수 있을까? 2020년을 앞둔 지금. 30년 후인 2050년으로 앞질러 가 보기로 했다.

유선주 객원기자 oozwis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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