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2019년과 조국
조국 파문은 그것이 남긴 흔적들로 인해 2019년을 더욱 강렬한 기억으로 남길 것 같다. 무엇보다 86세대의 민낯이 드러났다. 1980년대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던 86세대가 사회 기득권층이 되고 대물림을 통해 이를 유지하려 했다는 것을 조 전 장관이 대표해 보여줬다. 이후 86세대 일부 정치인들의 총선 불출마 선언이 나왔지만 86세대, 나아가 진보진영 전체에 기대를 보냈던 이들의 실망이 쉬 가시진 않을 것 같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감찰 무마 의혹과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도 조 전 장관 파문과 무관치 않다. 모두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이던 시절에 벌어진 일들이다. 그가 민정수석 업무를 능숙히 처리하고 무리 없이 장관직을 수행했더라면 생기지 않았을 문제들이었다.
교육제도의 변화도 그중 하나다. 문 대통령은 조 전 장관 딸의 대학, 의전원 입학 특혜 의혹이 일자 뜬금없이 대입 제도를 정시 위주로 바꾸도록 지시했다. 문제의 핵심은 그것이 아니었지만 제도 손질은 몇 개월 만에 이뤄졌다. 자사고 폐지도 결정됐다. 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는 혼란과 분노를 표출했고, 그토록 잡겠다던 강남 집값은 다시 요동쳤다. 최근에 발표한 사학 개혁안도 조 전 장관과 무관하지 않다. 그의 아버지가 인수한 사학재단에 어머니, 동생, 부인이 모두 이사나 핵심 인력으로 참여했다. 표창장 위조 의혹을 공개한 동양대도 대상 중 하나다.
영장심사를 이틀 남긴 크리스마스이브에 조 전 장관은 구치소에 갇힌 부인을 면회했다. 그에게 2019년은 결코 잊지 못할 한 해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에게서 비롯한 우리 사회의 변화들로 인해 국민에게도 2019년은 잊기 어려운 기억으로 남게 됐다. 2020년은 소소하고 행복했던 시절로 각인되길 바라는 게 너무 큰 희망이 아니길 기대해 본다.
이가영 사회1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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