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이총리 "아베, 강제징용 '한국 해결' 요구는 자기부정"

이유미 입력 2019. 12. 26. 06:06 수정 2019. 12. 26.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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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와 인터뷰하는 이낙연 총리 (서울=연합뉴스) 김승두 기자 = 이낙연 국무총리가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 집무실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내년 총선에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의 '빅매치'가 이뤄질 가능성과 관련해 "당에서 그것을 저에게 제안하면 기꺼이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2019.12.26 kimsdoo@yna.co.kr

(서울=연합뉴스) 노효동 이유미 기자 = "한국 안에서 해결하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자기부정입니다"

지난 24일 중국 청두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 직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강제징용 문제의 해결책을 한국 측이 제시하라는 기자회견을 한데 대해 이낙연 총리가 내놓은 '일침'이다.

"외교 당국 간 이미 협의해 온 문제인데 한국 안에서 해결하라고 하면 협의했던 것은 무엇이 되나"라는게 이 총리의 지적이다. 지금까지의 외교적 협상 노력을 도외시한 채 한국 측에만 책임을 돌리는 태도는 부적절하다는 의미다.

26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 집무실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가진 이 총리는 이번 정상회담이 성사되는 과정에서 일종의 '산파역'을 맡았다. 한일 양국이 극도의 경색을 보이던 지난 10월 하순 일본을 찾은 이 총리는 양국관계의 물줄기를 '대화' 쪽으로 되돌리는 중요한 터닝포인트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지일파'인 이 총리는 양국간 협상이 교착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데에는 일본 특유의 정치문화 탓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 총리는 "'다테마에'(建前·표면적 원칙)를 중시하는 일본의 정치문화가 (한일) 협상에 장해로 작용하고 있다"며 "사실상 연동돼 있는 수출규제와 지소미아 문제를 일본이 계속 별개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나, 아베 총리가 강제징용 문제를 한국 내에서 해결하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모두 그런 '다테마에' 중시와도 관련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 총리와의 일문일답.

-- 2년 7개월 재임기간 공직사회 분위기가 어떻게 달라졌다고 생각하나.

▲ 공무원들이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면서 수용성과 실행력을 더 의식하시게 됐다고 느낀다. 업무에도 조금 더 적극적으로 임하시게 됐다고 판단한다.

-- 경제 상황이 여전히 녹록치 않다. 정부의 성장·포용 정책을 평가한다면.

▲ 통계에 따르면 고용은 고용률·취업자수·실업률이라는 3대 지표가 모두 개선됐다. 소득 격차도 크게 완화됐다. 다만 업종별로 제조업·건설업·자영업·소상공인 등이 위축됐고, 연령별로는 40대의 고용 사정이 어렵다. 급속히 늘어나는 어르신들이 빈곤층으로 편입되고 있다. 정부의 포용정책이 일정한 효과를 냈고, 앞으로도 필요하다는 뜻이다. 최저임금은 올해 2.87% 인상으로 이미 조정됐다. 주 52시간 근로제는 50∼299인 기업에 대해 계도기간 연장 등으로 정부가 일단 보완했고, 입법적 보완은 국회의 처리를 기다리고 있다. 성장정책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문제고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혁신성장보다 훨씬 구체화한 목표를 세웠으면 한다. 김대중 정부가 IT 정부의 초석을 놓았다면, 문재인 정부는 디지털경제의 초석을 놓을 수 있다.

-- 부동산 문제가 심각하다.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 지금의 정책 방향이 불가피하다. 한방으로 영구히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사람들의 욕망과 정책이 끊임없이 씨름해야 하는 문제다. (가격이 급등하는) 특정지역은 정책의 선택 폭이 매우 제한된다. 정부가 절대로 샅바를 놓지 않고 끝까지 씨름하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대출규제가 강화된 것은 우리 사회가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짧은 기간에 몇억원씩 올라 절대다수 국민이 상실감을 느낀다면 당연히 정부로서는 규제나 압박을 해야 한다.

-- 현 정부의 대외정책 평가는.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 지금은 국제질서가 요동치고 있다. 북한은 예측하기 어렵게 돼가고, 미국과 중국은 마찰한다. 세계 경제는 동반하락하고, 각국은 국가주의로 기운다. 그런 상황은 우리의 선택폭을 좁힌다. 정부는 한국의 평화와 번영을 최우선에 놓고 고심하며 대외정책을 펴왔다. 그런 방향과 기조는 옳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기존의 기조를 유지하는 바탕 위에서 신뢰와 호혜를 관리하며 대외관계를 전개해가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특히 잘하는 건 신남방·신북방 정책이다. 아세안의 부상 시기에 맞아떨어졌고, 상당 기간 우리 경제를 받쳐주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는 이낙연 총리 (서울=연합뉴스) 김승두 기자 = 이낙연 국무총리가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 집무실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내년 총선에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의 '빅매치'가 이뤄질 가능성과 관련해 "당에서 그것을 저에게 제안하면 기꺼이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2019.12.26 kimsdoo@yna.co.kr

-- 재임 기간 스스로 '책임 총리'였다 생각하나.

▲ 그럼요. 제가 책임져야 할 것에 대해선 조금이라도 이완되지 않도록 늘 긴장하며 임했다. 잘한 것도 꽤 있고 아쉬운 것도 있지만, 그랬다고 생각한다.

-- 대통령과의 국정운영 소통은 원만한 편이었나.

▲ 그럼요. 모든 문제에서 의견이 일치한 것은 아니었지만, 한 번도 견해 차이가 표출된 적은 없다. 중요한 문제에 대해 대통령은 늘 저의 의견도 물으셨고, 저는 제 생각을 말씀드렸다. 많은 경우에 대통령의 판단을 제가 따랐지만, 때로는 대통령이 제 의견을 받아들이셨다.

-- 총리에게는 임명제청권이 있는데 장관 인선 시 총리와 사전 조율을 했나.

▲ 반드시 사전 협의를 한다. 한 번의 예외도 없었다. 인적 정보가 청와대에 있기 때문에 총리실이 백지상태에서 먼저 그림을 그리는 것은 불가능하고, 청와대 인사수석이 대개 복수 후보를 놓고 본격 검증에 들어가기 전이나 1차 검증 이후에 저와 상의했다.

-- 후임 총리로 지명된 정세균 후보자를 어떻게 평가하나. 후임 총리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 현재의 정치권에서 경륜·역량·덕망 3박자를 가장 잘 갖추신 분이 정세균 의장이라고 오래전부터 생각해왔다. 문 대통령께도 그렇게 말씀드렸다. 그런 분에게 무슨 당부를 드리겠나. 최고로 잘하실 것이라 확신한다.

--24일 한일정상회담 결과를 어떻게 평가하나. 수출규제, 지소미아, 강제징용 등 3대 현안이 어떤 방향으로 해결점을 찾아야 한다고 보나.

▲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예상했던 범위에 속하는 결과였다. 현안을 모두 해결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 제약 안에서 두 정상이 오랜만에 만나 양국 관계에 대한 생각을 나눈 것만으로도 의미는 없지 않다.

일본의 수출규제는 부분적으로 완화되고 있고 지소미아는 조건이 붙은 채로 연장되고 있다. 완전한 복원이라고 하긴 어렵지만 방향은 잡혔다고 본다. 다만 '다테마에'(建前·표면적 원칙)를 중시하는 일본의 정치문화가 협상에 장해로 작용하고 있다.

사실상 연동돼 있는 수출규제와 지소미아 문제를 일본이 계속 별개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나,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강제징용 문제를 한국 내에서 해결하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모두 그런 '다테마에' 중시와도 관련된다. 그러나 강제징용 문제는 이미 외교당국 간에 협의해왔는데 한국 안에서 해결하라는 것은 자기부정이다.

-- 문희상 국회의장의 강제징용 배상 해법 제안 등과 관련한 양국 논의 진행상황은.

▲ 문희상 국회의장의 제안에 대해선 일본에서 일말의 기대가 있을 것이다. 강제징용에 대한 외교 당국간 협의는 멎어 있는 상태다. 일본 측이 내놨던 제안을 철회하면서 다시 경색되는 감이 있다. 그 점에서는 걱정스럽지만, 그럼에도 국회의장께서 하는 일에 대해 정부가 말하지 않는 것이 온당한 도리라 생각한다.

-- 총리직 물러난 이후에는 한일 관계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할 것인가.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눴나.

▲ 제가 일본의 여러 형편을 조금 아는 편이고 일본에서도 그것을 인정한다면 양국관계 개선을 위해 필요하고 저에게 가능한 일은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년 1월부터 도쿄 올림픽 직후까지 일본에 총선거,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전 총리 합동 국민장(3월) 등 중요한 일정들이 있다. 어떤 계기에 자연스러운 대화의 기회가 생길 수도 있다는 말씀을 대통령께 드린 적이 있다.

-- '품격의 정치'를 하겠다고 했는데 어떤 식으로 하겠는가.

▲ '품격의 정치'나 '신뢰의 정치'가 무엇인지는 설명하지 않아도 국민들께서 아실 거다. 예전부터 우리 정치는 몹시 거칠었고, 지금은 극도로 사나워졌다. 그런 곳에서 '품격'과 '신뢰'를 유지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참고 또 참으면서 그것을 지키려 한다. 금연의 방법이 담배를 참는 것 말고 달리 없듯이, 품격과 신뢰에도 다른 방법이 없는 것 아니겠나. 국익과 대의, 우리 사회가 가야 할 방향과 그에 적합한 방법에 충실하며 흔들림 없이 나아가려 한다.

-- 현재의 국회 상황을 어떻게 평가하나.

▲ 정치집단이 골수 지지층만을 너무 바라보면, 정치가 가파른 대치를 피하지 못하고 대결을 극대화한다. 그런 행태는 국가에 해악을 끼칠 뿐만 아니라, 자기 세력의 확산에도 보탬이 되지 못한다.

-- 한국당이 선거법 개정안에 반발해 위성정당 설립을 공언한 것은 어떻게 평가하나.

▲ 그것은 큰 정당으로 어울리지 않는다. 너무 의도가 뻔한 편법이 아닌가. 조금 더 의젓하게, 의연하게 하는 것이 국민의 신뢰를 얻는 데 더 도움이 될 것 같다.

인터뷰 중 잠시 생각에 잠긴 이낙연 총리 (서울=연합뉴스) 김승두 기자 = 이낙연 국무총리가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 집무실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며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2019.12.26 kimsdoo@yna.co.kr

-- 당 복귀 후 총선 역할은. 비례로 가는 것인가, 지역구로 가는 것인가.

▲ 편한 길로 가고 싶은 마음은 없다. 당에서 뭔가 제안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너무 늦지 않게 정리가 되기를 바라고,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 편한 길로 가고 싶지 않다는 것은 지역구도 갈 의향이 있다는 것인가.

▲ 물론이다. 피할 생각 없다.

-- '이낙연 대 황교안'이라는 대진표가 짜져도 괜찮나.

▲ 물론이다. 당에서 그것을 저에게 제안하면 기꺼이 수용할 생각이다. 뭐든지.

-- 다른 험지도 마찬가지인가.

▲ 물론이다.

-- 당 일각에선 총리가 전국을 다니며 바람을 일으켰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을 가능성은.

▲ (당이) 그런 여러 문제를 저하고 상의한 적은 아직 없다. 당도 여러 고민이 있을 거다. 당내에서 이런저런 논의가 있을 텐데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것 같다.

-- 내년 총선이 왜 중요한가.

▲ 헌정사상 최초의 대통령 탄핵 이후에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다. 탄핵의 요인이 됐거나 탄핵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서 제기된 수많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처음부터 문재인 정부의 태생적 숙제였다. 그 숙제는 단기간에 이행되지 못한다. 상당 기간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역사적 의무를 제대로 이행할 수 있을 것이냐를 가르는 분수령이 총선이라고 본다.

-- 현재 대선주자 지지율 1위다. 2022년 대선 도전 의향이 있나.

▲ 때 이른 질문이다. 지금은 총리를 어떻게 잘 마칠까, 그 뒤에 소속 정당의 총선에 어떻게 기여할까만 생각하고 있다.

-- 차기 대선의 시대정신이 뭐라고 생각하나.

▲ 국내의 많은 문제를 최적의 방법으로 해결해 가고, 국가의 진로를 제시해 유도하며, 국제관계를 제약된 범위 안에서 가장 원만하게 그리고 국익을 최대화하는 방향으로 할 수 있는, 본래적 의미의 정치 역량을 시험하는 무대가 되지 않을까 싶다.

-- 지도자에게 필요한 덕목이 무엇이라 생각하나.

▲ 디지털 경제로 급속히 이행하는 변화를 이해하고 수용하면서, 그에 따르는 수많은 과제에 대응해야 한다. 갈등의 심층 구조를 알고 조정할 감수성과 조정 역량을 갖춰야 한다. 국제질서의 혼란스러운 변화를 해석하고 대처할 식견과 감각, 그리고 외국 지도자들께 신뢰를 얻을만한 신념, 일관성, 설명력, 매력을 갖추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념과 일관성에서 인정을 받으신 편이고, 설명력에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참 잘하셨다.

-- 우리 사회에 지역주의가 남아 있어 호남 출신 대선주자가 성공할 수 있겠냐는 지적이 나온다. 그런 지적에 대한 생각은.

▲ 지금 대선 국면이 아니고 총선 직전이다. 총선 국면에선 아무 문제가 없겠죠. 그것(지역주의 프레임)도 영원불변하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 개헌에 대한 개인적 소신은.

▲ 적어도 지금 상태에서는 개헌이 되기 어렵다는 것이 입증됐다. 이미 대통령이 개헌안을 냈는데 국회가 퇴짜 놓지 않았나. 그런데 다시 끄집어내 논란을 벌이는 것은 비생산적인 것 같다. 지금까지 9차례의 개헌은 모두 대통령의 권력욕이나 학생혁명, 쿠데타 등 외생적 에너지에 의해 이뤄졌다. 이번에 10차 개헌을 한다면 처음으로 내생적 에너지로 개헌해야 하는데 그 에너지가 아직 없다.

yu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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