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공수처='민주적 통제' 없는 대검 중수부?

임찬종 기자 2019. 12. 26.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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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자는 누가 감시하는가? (Who watches the Watchmen?)"

- 유베날리스, 로마의 시인 ([왓치맨 Watchmen] 中)

1986년 DC코믹스는 [왓치맨 Watchmen]이란 그래픽노블을 발표했습니다. 훗날 영화로 제작되고, [타임 Time] 이 뽑은 '1923년 이후 발표된 최고의 영문 소설 100선'에 포함되기도 한 이 작품의 주제는 '감시자의 역설'입니다. 통제가 불가능한 권능을 가진 '감시자(Watchmen)'에게 악(惡)을 감시하는 일을 맡길 경우, 누구도 감시자를 감시할 수 없기 때문에 '감시자(Watchmen)의 폭주'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 [왓치맨]의 메시지입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핵심 문제 역시 '감시자의 역설'입니다. 공수처는 처음부터 기존의 권력기관, 특히 검찰, 경찰, 법원같이 형사사법절차를 집행하는 사정기관에 대한 '감시자'의 역할을 담당하기 위해 설계됐습니다. 검찰, 경찰, 법원과 같은 '감시자들'이 이미 존재하지만, 감시자들, 특히 검찰의 독단과 비위를 감시할 수 있는 방법이 부족하기 때문에 '감시자를 감시하는' 공수처가 필요하다는 것이 공수처 찬성론자들의 주장입니다.

* SBS 보이스(Voice)로 들어보세요!

☞ 아래 주소로 접속하시면 음성으로 기사를 들을 수 있습니다.
[ https://news.sbs.co.kr/d/?id=N1005578693 ]


● '정치적 중립'보다는 '민주적 통제'가 본질적 문제

그동안 공수처를 둘러싼 논쟁은 '감시자들의 감시자'인 공수처가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에 집중됐습니다. 공수처의 권한이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뜻에 따라 행사된다면, 집권세력이 반대파를 감시하고 탄압할 수 있는 수단이 될 것이란 우려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공수처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가능한가'입니다. [왓치맨]에 여러 차례 등장하는 로마의 시인 유베날리스의 문장을 인용한다면 "감시자는 누가 감시하는가?"는 명제가 더욱 본질적인 문제입니다.

공수처가 특정 정치 세력에 유리하게 작동하지 않도록 하는 것은 물론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감시자들의 감시자'의 권능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통제할지에 대한 문제가 해결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방식으로 공수처장을 임명하는 절차가 마련된다고 하더라도, 중립적인 과정을 통해 임명된 처장이 이끄는 공수처가 권한을 남용해 폭주할 경우 누가 어떤 방식으로 공수처를 민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가 여전히 남는다는 뜻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지금 '민주적 통제'의 문제가 집중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기관은 오히려 공수처의 주된 감시 대상으로 설정된 검찰이라는 점입니다. 사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기 전까지 검찰개혁의 핵심 과제는 언제나 '정치적 중립성' 보장이었습니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법무부 장관의 감독하에, 대통령이 임명하는 검찰총장이 지휘하는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에는 너그럽고, 살아있는 권력의 반대 세력에는 엄정한 모습을 너무나 자주 노출했던 것이 문제였습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중반을 지나면서 검찰개혁의 핵심 과제는 '정치적 중립'이 아니라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로 전환됐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본인의 말을 통해서도 확인이 가능합니다.

● 문재인 대통령 "권력기관일수록 더 강한 민주적 통제 받아야"

지난달 8일 문재인 대통령은 김오수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의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검찰은 정치적 중립성에 대해서는 상당 수준 이루었다고 판단합니다. 이제 국민들이 요구하는 그 이후의, 그다음 단계의 개혁에 대해서도 부응해 주기 바랍니다."라고 주문했습니다. 대통령이 임명한 조국 법무부 장관 일가를 검찰이 수사할 정도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은 보장되었으니, 검찰의 권한이 독단적으로 남용되지 않도록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는 것이 다음 과제라는 뜻입니다. 문 대통령은 9월 30일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특히 권력기관일수록 더 강한 민주적 통제를 받아야 합니다."라면서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강조한 적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는 그동안 어떻게 이뤄졌을까요? 행정부의 다른 부처들과 마찬가지로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 방식의 핵심은 '인사권 행사'입니다. 국민으로부터 직접 선출돼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한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 검찰총장, 그리고 검사를 직접 임명하고, 필요할 때마다 검사에 대한 인사권을 행사하는 방식으로 검찰을 민주적으로 통제해온 것입니다. 만약 검사가 권한을 남용한다고 대통령이 (또는 대통령이 임명한 법무부 장관이) 판단한다면 해당 검사를 언제든지 인사 조치할 수 있고, 거꾸로 좋은 인사 평가를 받고 싶어 하는 검사는 대통령으로 상징되는 선출된 권력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으로 검찰을 통제한 것입니다.

(과거에는 인사권 행사를 통한 청와대의 검찰 장악이 너무나 강력해서, 검찰이 청와대 눈치를 보느라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많았습니다. 실제로 검찰에 대한 '정치적 중립성 보장'과 '민주적 통제 강화'는 서로 상충되는 대목이 있으며, 둘 사이의 균형점을 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 글에서는 '민주적 통제'를 설명하고 있으니 '정치적 중립'과 '민주적 통제' 사이의 딜레마에 대해서는 자세히 설명하지 않고 넘어가겠습니다.)

● 검찰개혁의 새 방향, '민주적 통제'의 강화

그밖에도 선출된 권력이 검찰을 민주적으로 통제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검찰청법은 대통령이 임명한 법무부 장관이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 검사를 직접 지휘할 수는 없지만, 전체 검사 지휘권을 가진 검찰총장 1명은 지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헌법에 국회의 권한으로 규정된 국정감사나 국정조사도 행정부 소속인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 방법입니다. 법무부의 검사에 대한 감찰권 행사나 형사정책 등과 관련된 법무부의 감독권도 민주적 통제 방법의 하나로 꼽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 문재인 정부는 이 같은 기존 방식으로는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많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여러 가지 개혁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김오수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은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기 위하여" 검찰이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법무부에 보고하는 규정을 강화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압수수색을 사전보고하는 방안까지 추진하다가 비판이 쏟아지자 철회하기도 했습니다. 조국 前 법무부 장관이 물러나기 전 구성한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잇달아 내놓고 있는 검찰개혁 방안도 '민주적 통제'에 방점을 두고 있습니다. 법무부의 주요 보직에서 검찰 간부들을 배제하는 방침을('법무부의 탈검찰화') 더욱 완전하게 실행하는 것이라든가, 검사에 대한 감찰권을 법무부가 지금보다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방안 등이 그렇습니다.

● 공수처에는 적용되지 않는 '민주적 통제 강화'

문제는 문재인 정부가 힘주어 추진하고 있는 권력기관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정작 '감시자들의 감시자'인 공수처에 대해서는 전혀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대통령이 공수처 법안에 규정된 절차에 따라 공수처장과 차장을 임명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일단 공수처장이 임명되고 나면 '민주적 통제'의 핵심인 '선출된 권력의 인사권 행사'는 불가능합니다.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겠다는 이유로 공수처장 임명 이후에는 선출된 권력인 대통령이나 대통령을 보좌하는 내각이 공수처 내부 인사에 전혀 개입할 수 없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설계는 공수처 도입의 근본적 목적에 해당하기 때문에 손댈 수도 없습니다.)

만약 어떤 검사가 검찰총장의 지시를 받아서 부당한 수사를 했다면, 대통령은 인사권을 행사해 해당 검사를 수사를 하지 못하는 보직으로 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공수처장의 지시를 받은 공수처 검사가 권한을 남용했다고 하더라도 민주적으로 선출된 권력인 대통령이나 국회는 이 검사의 인사와 관련해 (탄핵이라는 극히 예외적 방식을 제외하고는) 아무런 개입을 할 수 없습니다. 공수처 검사에 대한 인사권은 공수처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행사되고, 공수처장이 사실상 결정하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 공수처 검사에 대한 인사 조치는 공수처 내부에 설치되는 인사위원회가 의결하도록 법안에 규정돼 있습니다. 인사위원회는 7명으로 구성되는데 공수처장과 공수처 차장, 그리고 공수처장이 위촉한 외부인사 1명이 포함됩니다. 나머지는 여야 정당이 추천하는 외부 인사 4명입니다.)

또한 공수처 법안에는 검찰 수사에 대한 최후의 개입 장치로 검찰청법에 규정돼 있는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장관의 지휘권' 같은 조항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최후의 방법으로 사용되는 비상조치에 가깝지만, 실제로 노무현 정부 당시 천정배 법무부 장관이 그랬던 것처럼 법무부 장관이 구체적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에게 지휘권을 행사한 사례가 있습니다. (대통령이 보기에) 검찰의 부당한 권한 행사가 인사권으로 제어하기 힘들 정도로 급박하게 이뤄지는 경우 법무부 장관을 통해 긴급하게 구체적 사건 수사에 개입할 수 있는 비상통로가 있는 셈입니다. 그러나 공수처 법안에는 이런 장치가 전혀 존재하지 않습니다. 공수처장이 기소를 결심하고 밀어붙이면, 아무리 부당한 경우라도 이를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은 존재하지 않는 것입니다.

▲ 지난 10월 여의도 공원에서 열린 검찰개혁 촛불문화제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 권력기관 개혁 방침의 '예외'인 공수처

또한 공수처는 행정부의 어느 부처에도 소속되지 않으며, 헌법에도 관련 규정이 없기 때문에 국회의 국정감사나 국정조사 대상이 될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있습니다. 공수처에 대해 계속해서 위헌 논란이 제기되는 것도 근본적으로는 민주적으로 선출된 권력이나 헌법에 의한 공수처 통제가 불가능하다는 점 때문입니다. 헌법학의 권위자인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가 "검찰의 힘을 뺀다고 그보다 더 통제받지 않는 공수처를 만드는 것이 어떻게 검찰 개혁인가."라고 비판한 것도 마찬가지 이유입니다.

결국, "권력기관일수록 더 강한 민주적 통제를 받아야 합니다."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개혁 방침이 공수처에 대해서는 전혀 적용되지 않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법무부와 법무검찰개혁위원회 등을 통해 추진하고 있는 '민주적 통제' 강화를 위한 새로운 개혁 방안은 물론이고, 이미 오랫동안 존재해왔던 기본적 민주적 통제 장치들조차 공수처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공수처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권력기관 개혁 방침의 정수(精髓)가 아니라, 문재인 정부 권력기관 개혁 방침의 예외(例外)인 셈입니다.

● 공수처는 '민주적 통제가 없는 대검 중수부'

공수처의 이 같은 특징은 한마디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민주적 통제가 없는 대검 중수부"입니다. 공수처는 오랫동안 가장 강력한 사정기구로 기능해왔고, '무소불위 검찰권력'의 상징이었던 대검 중수부에서 최소한의 민주적 통제 장치조차 벗겨낸 형태의 기관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큰 것입니다.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권과 기소권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어서 예전의 대검 중수부 못지않은 권한을 행사할 수 있지만, 대검 중수부조차 따라야 했던 선출된 권력의 인사권이나 지휘권 행사 등의 최소한의 민주적 통제도 적용받지 않는 기관이 공수처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주장에 대해 검찰 출신인 임수빈 변호사는 "공수처가 통제가 안 될 것이란 우려는 이해하지만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자의적 권한 행사는 어려울 것이다. 검찰 조직과 비교하면 사실 100분의 1밖에 안 되는 조직이다. 권력을 과도하게 행사할 역량이 못 된다. 공수처는 또 국회와 검찰로부터 견제받는다. 공수처가 눈엣가시일 텐데 검찰이 가만 놔두겠나. 따라서 공수처 검사의 일탈은 크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2017년 11월 27일 한국일보 대담)라고 반박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공수처 법안을 살펴보면 "권력을 과도하게 행사할 역량이 못 된다"는 분석은 공수처의 힘을 심각하게 과소평가한 것일 가능성이 큽니다. 법안에 따르면 공수처는 다른 수사기관에 고위공직자 사건을 넘겨달라고 요청할 권한이 있고, 요청을 받은 수사기관은 이에 응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공수처가 원할 경우 언제든 고위공직자 관련 수사를 독점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이른바 '4+1 합의'를 통해 최종 수정돼 상정된 공수처 법안에는 "다른 수사기관이 범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고위공직자범죄 등을 인지한 경우에는 그 사실을 즉시 수사처에 통보하여야 한다."라는 의무 조항(24조)까지 추가됐습니다. 공수처가 원하지 않을 경우 다른 기관은 고위공직자 수사를 착수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도록 규정해놓은 것입니다. 대통령, 판사, 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관, 3급 이상 공무원 등에 대한 수사를 사실상 독점하는 기구가 "권력을 과도하게 행사할 역량"이 못 된다고 평가하는 것은 지나친 과소평가가 아니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 공수처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되는 이유

공수처의 규모 역시 예전 대검 중수부와 비교해 크게 차이가 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과거 대검 중수부는 시기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20명 안팎의 검사로 운영됐습니다. 그런데 공수처 법안에 규정된 공수처 검사의 정원은 (처장과 차장을 포함해) 25명입니다. 여기에 검사와 별도로 수사 업무 경력이 있는 수사관 40명을 둘 수 있고, 이와 또 별도로 사무 처리를 위한 직원을 20명 둘 수 있도록 법안에 규정돼 있습니다. 절대 인원만 비교해도 대검 중수부보다 작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예전 대검 중수부는 전국 검찰청의 직·간접적인 지원을 받았기 때문에 중수부와 공수처의 인원을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 해도 공수처는 과거 존재했던 어떤 특검팀보다도 더 많은 인력을 상시적으로 운용할 수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를 무너뜨리는 데에 가장 크게 기여한 국정농단 특검팀은 파견검사까지 합쳐서 공수처 정원인 25명보다 적은 검사(급) 인력으로 운영됐습니다. 공수처는 결코 위력을 평가절하할 만한 규모의 기관이 아닙니다.

민주당 소속인 금태섭 의원이 공수처를 반대하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것도 공수처의 힘이 결코 무시할 만한 수준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금 의원의 문제의식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표현은 "박근혜 정부 우병우 민정수석이 있을 때 (공수처가 있었다면)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2019년 4월 11일 페이스북 글)입니다. '우리 편'이 지지할 수 없는 세력이 집권했을 경우까지 상정하고 제도를 설계해야 하는데, 만약 지금의 야당이 집권하고 국회에서 다수를 차지해 우병우 前 민정수석에 준하는 인사가 공수처장으로 임명할 경우에도, 공수처의 역량이 부족하거나 권한 남용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에 이를 용인할 수 있겠냐는 문제 제기인 셈입니다. "제도는 선의를 기대하고 설계해선 안 된다"는 것이 금태섭 의원의 경고입니다.

● 검찰의 공수처 권한 통제는 불가능…예상되는 파국

검찰과 공수처가 서로 견제할 것이기 때문에 검찰과 공수처에 대한 상호 견제와 통제가 이뤄질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선출된 권력에 의한 민주적 통제와 권력기관 사이의 갈등과 공방을 혼동하는 주장입니다. 공수처 검사에 대한 수사권과 기소권을 검찰이 가지는 것은 맞습니다. 만약 공수처 검사가 부패행위를 저지른다면 검찰이 수사하고 기소할 것이니, 공수처 검사의 부패에 대한 감시는 가능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러 번 설명했듯이 공수처와 관련해 가장 문제가 되는 점은 권한 행사에 대한 (선출된 권력의) 민주적 통제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검찰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진 형사사법절차 집행기구이지 다른 국가기관의 권한 행사를 통제하거나 견제하는 권한을 가진 (청와대나 국회 같은) 선출된 권력 기관이 아닙니다.

공수처 검사의 직무상 권한 행사를 검찰이 견제할 방법을 굳이 찾자면 검찰이 직권남용이나 직무유기 혐의 등을 적용해 공수처 검사를 수사하는 방법 정도를 꼽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사정기관이 다른 사정기관의 권한남용을 수사하고 기소하는 것을 정부기관의 권한행사에 대한 정상적 통제와 견제 방법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오히려 기관 사이 갈등과 전쟁 상황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지 않을까요? 만약 이런 방식을 공수처의 권한 행사에 대한 견제와 통제 방식이라고 주장한다면, 대검찰청 소속 검사는 공수처 검사를 직권남용으로 수사하고, 공수처 검사는 공수처 검사를 수사하는 대검 소속 검사의 수사 행위를 다시 직권남용으로 수사하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우스꽝스럽고 불행한 상황이 벌어지지 말라는 법도 없습니다.

나아가, 이전 정권이 임명한 공수처장이나 공수처 검사들을 탐탁지 않게 여겨 인위적으로 교체하려는 마음을 먹은 대통령이 나타난다면, 검찰의 직권남용 수사 등을 이용해 공수처를 뒤흔들 가능성도 상정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공수처가 수사권과 기소권을 활용해 이에 대한 반격까지 시도한다면 상상하기 어려운 혼란이 빚어지겠죠. 결국, 검찰을 이용한 공수처의 권한 행사 견제는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불가능하고, 비정상적 방법을 동원할 경우 굉장히 불행한 사태를 불러올 수 있는 셈입니다. 공수처에 대한 검찰의 '견제'가 선출된 권력에 의한 민주적 통제 기능을 대체할 수도 없고, 결코 대체해서도 안 되는 이유입니다.

● "권력자의 선의를 믿지 마라"…'민주적 통제'가 필요한 이유

지금 법안대로 공수처를 만드는 것은 대검 중수부를 기본적인 민주적 통제 장치까지 풀어버린 채로 부활시키는 셈입니다. 저는 대검 중수부가 보유하고 있는 부정부패 감시 기능을 대체 수단 없이 폐지하는 것의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글을 쓴 적이 있지만, 대검 중수부가 통제 없이 잘못 사용되면 매우 날카로운 양날의 칼이라는 점은 한 번도 부인한 적이 없습니다. 대검 중수부로 상징되는 검찰의 특별수사 기능은 적군을 살상하는 데에는 지극히 효과적이지만 오용되면 엄청난 민간인 피해를 낳을 수 있는 집속탄이나 대인지뢰와 비슷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글을 쓴 적도 있습니다.

지금의 공수처 법안은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없이 오로지 이용자(공수처장)의 선의에 기댈 수밖에 없는 위험한 무기를 만들자는 것과 같습니다. 검찰개혁은 분명히 필요합니다. 하지만, 검찰개혁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결합한 특별수사라는, 오용될 경우 너무 위험한 무기를 소지하고 있는 검찰의 권한을 (대체 수단을 마련하면서) 분산하고, 권한 통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지, 오히려 민주적 통제 장치를 없애버리고 권한을 더욱 집중시킨 공수처라는 새로운 권력기관을 만드는 방식으로 진행되어선 안 됩니다.

저는 지난 6월 27일에 조국 당시 민정수석이 법무부 장관으로 직행하는 것에 대해 이명박 정부 당시 벌어진 일에 비춰볼 때 매우 우려스럽다는 취재파일을 쓴 적이 있습니다. 그때 저는"'이명박 청와대는 나쁜 청와대였기 때문에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으로 보내는 것이 부적절하고, 문재인 청와대는 좋은 청와대이기 때문에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으로 보내도 문제가 없다.'라는 주장은 권력자의 선의에 대한 잘못된 믿음을 전제로 하고 있다. 어떤 사람이든 권력을 남용할 가능성이 있고, 권력 남용 과정에서 악해질 수 있다고 가정하는 것이 민주적으로 제도를 운영하는 기본 원칙이다. 사정기관 역시 권력자가 언제든 권력을 남용할 수 있고, 부패할 수 있다는 가정하에서 움직여야 한다."라고 썼습니다.

사태는 이후 저의 예상보다도 더욱 불행한 방향으로 흘러갔습니다. 공수처 법안이 그런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랍니다. 어떤 사람이든 권력을 남용할 가능성이 있고, 권력 남용 과정에서 악해질 수 있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도 권력 기관에 대한 민주적 통제는 필요합니다. 공수처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진=영화 '와치맨' 스틸컷)        

임찬종 기자cjyi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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