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데드 크로스' 눈앞..인구 자연증가율 '0%'

허정원 2019. 12. 26.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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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자연증가분 고작 128명
인구 절벽이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10월 자연 인구 증가율은 0%를 기록했다. 10월 기준으로 처음이다. 출생자에서 사망자를 뺀 인구 자연 증가분은 고작 128명이다. 역시 10월 기준 최저다. 이런 추세면 곧 인구가 감소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 인구 감소는 생산·소비 축소를 유발하는 등 한국 경제·사회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인구자연증가율 0%.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출생은 역대 최저·사망은 역대 최고

26일 통계청에 따르면 10월 출생아 수는 2만5648명을 기록했다. 1년 전보다 836명(3.1%) 줄었다. 10월 기준으로 1981년 통계 집계 이래 가장 적다. 출생아 수는 2016년 4월 이후 43개월 연속으로 월 최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조출생률(인구 1000명당 연간 출생아 수)은 5.9명이다. 10월에 조출생률이 5명대로 떨어진 것은 처음이다. 사망자 수는 2만5520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510명(2%) 늘었다. 역대 최대치로 2015년 10월 이후 5년째 최대치를 경신 중이다. 같은 달 조사망률(인구 1000명당 연간 사망자 수)은 5.9명이다. 이에 조출생률에서 조사망률을 뺀 자연 인구 증가율은 0%를 기록했다. 10월 기준으로는 사상 처음이다. 시야를 다른 달로 넓히면 2017년 12월(-0.4%)과 2018년(-0.9%) 12월에 인구 증가율이 0%를 밑돈 적이 있다. 하지만 12월은 특수성이 있다. 한파 등으로 사망자는 많고, 출산은 다음 해 초로 미루는 경향이 있어 신생아 수가 적다.

인구 자연 증가수 감소세도 가파르다. 10월 기준 인구 자연증가수는 2017년 3233명이었으나 지난해 1464명으로 급감한 데 이어 올해는 100명을 간신히 넘었다. 월별로 12월을 제외하면 인구 자연증가수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적은 없다.

김진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향후 인구 자연증가수는 곧 감소 추세로 돌아설 것 같다”고 말했다.


출생아 30만명 붕괴 우려
2020년 인구‘자연 감소’초읽기.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정부가 예상한 올해 출생아 수 전망치(30만9000명) 달성은 사실상 어려워지게 됐다. 올해 10월까지 출생아 수는 총 25만7966명. 전망치를 넘기려면 11월과 12월 총 5만1034명이 태어나야 한다. 그러나 연말로 갈수록 출생아 수는 줄어드는 경향이 있는 데다 그마저도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전망치 달성은커녕 출생아 수 30만명 선 붕괴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2016년까지 40만명대를 유지하던 연간 출생아 수는 2017년 35만7771명, 지난해 32만 6822명으로 줄었다. 정부는 이미 붕괴 가능성을 시사했다. 강신욱 통계청장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올해 출생아 30만명을 넘을 것 같냐’는 질문에 “못 넘을 가능성이 있다”며 “출산과 결혼을 안 하는 경향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30대, “주택문제·경쟁적 문화 탓”
줄어드는 결혼 건수가 출산아 감소로 직결되고 있다. 최근 10월 신고된 혼인 건수는 2만331건으로 1년 전보다 1525건(7%) 줄었다. 추석 연휴가 9일로 길었던 2017년(1만7348건)을 제외하면 81년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소다. 올 1~10월 누적 혼인 건수는 19만3772건이다. 전년 동기 대비 6.8% 감소했다.

결혼 적령기에 있는 청년들은 주택 마련 등 경제적 문제와 경쟁적 교육문화 등을 미혼 확대 및 저출산의 원인으로 꼽았다. 직장인 김 모 씨(27·남)는 “혼자 살 주택을 마련하기도 힘든 형편에 학비까지 고려하면 출산이 아니라 결혼도 고민하게 된다”며 “특히 자녀를 갖지 않은 ‘딩크족’들이 비교적 행복하게 사는 것을 보면 출산이 필수적이라고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장인 윤 모 씨(29·여)는 “성장 과정에서 어떤 식으로든 경쟁심리를 가져야 한다는 방향으로 훈련받았는데 그게 힘들었다”며 “자녀가 이런 학창 생활을 반복해 겪는다 생각하면 아이를 낳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그런 만큼 우선 결혼을 기피하는 2030 세대를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조성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저출산연구센터 부연구위원은 “그간의 인구 정책은 무상보육 등 기혼자의 보육정책에 초점을 맞춰왔다”며 “앞으로는 일자리ㆍ근로시간ㆍ육아휴직 등 미혼자의 경제적 문제와 삶의 질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부연구위원은 또 “정부가 저출산 대책으로 2006~2018년 143조원을 썼다고 하지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지출 규모를 고려하면 1% 남짓”이라며 "GDP의 3~4%를 인구대책으로 투자하는 유럽의 경우도 10~20년에 걸쳐 효과가 나타난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세종=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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