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후쿠시마 오염수 아닌 '처리수'"..해양방출 합리화

외교부 공동취재단·이재호 기자 2019. 12. 27.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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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홍보하고 싶다"는 일본, 되레 불신만 키워

[외교부 공동취재단·이재호 기자]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핵발전소에서 발생한 방사능 오염수의 해양 방출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일본 정부가 이를 오염수라고 인식하지 않고 있어 우려가 가중되고 있다.

지난 16일 '한일 기자 교류 프로그램'으로 일본에 방문한 한국 외교부 기자단과 만난 간케 이치로 부흥청 부대신은 후쿠시마 핵발전소의 오염수를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는 질문에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면서도 "세계적으로 봤을 때 원전에서 나오는 처리수는 대부분 해양에 방출하고 있다"고 말해 해양 방류 가능성을 열어뒀다.

실제 오염수 처리의 주무 부처인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 23일 오염수처리대책위원회 전문가 소위원회가 △물로 희석 시킨 뒤 해양 방출 △증발 시켜 대기로 내보내는 수증기 방출, 그리고 이 두 가지를 병행하는 안을 내놓았다며 사실상 해양 방출 의사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와 함께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핵발전소에서 나오는 방사능 오염수에 대해 '알프스'(ALPS)라는 기계를 이용해 오염 물질이 처리된 이른바 '처리수'라고 주장하고 있어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간케 부대신은 현재 후쿠시마 핵발전소에 저장된 오염수에 대해 "알프스라는 기계를 통해 방사성 물질을 제거하고 담아 두고 있는 상태"라며 "탱크 안에 있는 것은 오염수가 아니고 알프스라는 기계를 통한 '처리수'가 되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한 번 (방사능에) 오염된 물이기 때문에 알프스라는 기계를 통해 완벽히 제거하고 처리수를 취급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해 달라"며 "국제적 문제가 돼 있기 때문에 진지하게 대응해야 하고, 환경성과도 연대해 이 문제를 고민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본은 알프스라는 기계를 통해 방사능 오염수의 오염을 거르기 때문에 해양 방출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이 기계를 통하더라도 방사능 오염수가 완전히 정화되지는 않는다는 것이 이미 드러난 바 있다.

실제 후쿠시마 핵 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는 도쿄전력은 지난 2018년 보고서를 통해 삼중수소(트리튬)만 있다던 정화수에 스트론튬 90, 코발트 60 등과 같은 또 다른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어 정화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밝혔다. (☞ 관련 기사 : 후쿠시마의 검은 피라미드, 성화 봉송 막아야 한다)

우에무라 부흥성 참사관은 오염수의 해양 방출과 관련한 향후 절차에 대해 "모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기술적 관점, 사회적 과제 등을 고려해 일본 전문가가 소위에서 과학적 관점을 가지고 토론한다. 이를 바탕으로 어떤 방법이 좋은지 도쿄전력에 제시하고 도쿄전력의 계획을 원자력규제청에 제시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 16일 간케 이치로 부흥청 부대신이 한국 외교부 기자단과 간담회 자리에서 발언하고 있다. ⓒ외교부 공동취재단

후쿠시마 농산물 안전하다?

일본 정부는 2020년에 열릴 예정인 도쿄 하계올림픽을 계기로 후쿠시마의 안전성을 홍보하련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맞춰 일본 부흥성은 이날 기자들에게 <뜬소문을 없애기 위하여>라는 제목의 소책자를 배포하고 후쿠시마 산 농산물이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간케 부대신은 "일본 방사선 기준에서 세슘의 경우 일반 식품에 대한 기준이 kg당 100베크렐(Bq)이다. 세계적인 안전 기준을 보면 코덱스(Codex, 국제식품규격위원회)의 경우 일반 식품이 kg당 1000베크렐이고 유럽연합은 1250베크렐, 미국은 모든 식품이 1200베크렐"이라며 "일본 기준이 세계 기준에 비해 매우 까다로운 것"이라고 밝혔다.

안전 기준 수치만 보면 일본이 국제사회에 비해 높은 기준을 제시하고 있지만, 실제 한국산 농산물의 경우 세슘이 검출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단순히 안전 기준이 높다고 해서 일본 농산물이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하다고 평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지난 7월 시민방사능감시센터와 환경운동연합은 지난해 일본 후생노동성 자료를 분석해본 결과 일본산 농산물 18.1%, 수산물 7%, 야생육 44.6%에서 방사능 물질인 세슘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두릅에서 kg당 780베크렐, 고사리와 죽순류에서는 kg당 430베크렐의 세슘이 검출됐다.

반면 한국 식약처에서 지난 1월 15일 발표한 2018년 국내 유통 식품 방사능 검사 현황 자료에 따르면 국내산 농산물에서 세슘이 검출된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었다. 한국 외에 다른 국가에서 생산된 농산물 중에서는 러시아산 차가 버섯을 제외하고는 kg당 25베크렐을 초과하는 세슘이 검출된 상품은 없었다.

또 일본이 후쿠시마 농산물을 검사할 때 컨베이어 벨트 위에 해당 물품을 올려두고 세슘 검사를 하고 있는데, 이러한 검사 방식이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시민방사능감시센터와 환경운동연합은 지난 7월 발표한 성명서에서 "후쿠시마 산 쌀 검사는 대부분 정확도가 떨어지는 간이 검사로 실시돼, 미량의 방사성 물질 검출이 어렵다"며 "이 상황에서 (일본 정부는) 간이 검사마저 축소를 추진하고 있어 방사능 불안을 더 부추기고 있다"고 꼬집은 바 있다. (☞관련 기사 : "도쿄 올림픽에 후쿠시마 산 식재료 공급 안 돼")

한편 간케 부대신은 공간선량률(공기 등 공간의 방사선량)에 대해 "도쿄도가 0.04μSv(마이크로시버트), 아이즈 와카마쓰가 0.06이고 가장 높은 곳이 후쿠시마시로 0.14다.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서울시는 0.12, 뉴욕은 0.05, 베이징 0.07, 파리 0.04, 싱가포르 0.10"이라며 후쿠시마를 비롯한 동일본 지역이 다른 지역에 비해 방사능 수치가 높지 않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측정 지역의 지형을 고려하지 않은 분석이라 후쿠시마 및 동일본 지역이 다른 지역과 비교했을 때 방사능에 심각하게 오염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주장하기 위한 논거가 되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서울의 경우 화강암 토질 때문에 자연 방사능이 방출되어 도쿄보다 높은 수치가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 공간 방사선량은 방사능 관련 사고가 난 직후에는 오염 정도를 파악하기에 유용한 지표가 될 수 있으나, 이미 사고가 난지 8년이나 지난 후쿠시마 핵발전소와 같은 경우에는 이보다는 토양의 지표를 확인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처럼 일본 정부는 한국 기자들에게 과학적인 수치를 언급하며 마치 자신들의 설명이 객관적인 것처럼 포장했지만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 시민단체 등이 제시하는 자료와 비교했을 때 실상은 일본 정부가 주장하는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어 보인다. 

일본 부흥성은 후쿠시마 지역의 사람들이 "평소의 생활을 다시 찾고"있고 "(도쿄) 올림픽을 통해 세계적으로 (후쿠시마의) 농수산물이 괜찮다는 것을 어필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표했지만, 일본 정부가 이같은 행태를 지속한다면 일본의 방사능 오염에 대한 국제사회의 의심이 풀리기는 커녕, 일본 정부의 향후 발표에 대한 불신만 더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외교부 공동취재단·이재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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