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부채폭탄 터지나..곳곳에서 울리는 '경고음'

정다슬 2019. 12. 27.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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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기업 뿐만 아니라 국영기업도 디폴트 잇따라
2020~2022년 만기상환 회사채 1조 6000억달러 달해
[이미지=이미지 투데이]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안후이성(安徽省)의 중견 건설사 외경건설(外經建設)은 24일 지난해 발행한 사채 3억 8000만위안의 이자를 지급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민간기업이지만 탄자니아, 짐바브웨, 베트남 등에서 벌어지는 ‘일대일로’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이다. 중국 정부의 핵심 정책에 발을 담그고 있는 기업이 디폴트(채무 불이행) 사태에 빠지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지난달에는 국영 원자재 상사인 텐진물산집단이 회사채 3억달러를 상환하지 못해 충격을 줬다. 중국 국유기업이 달러 채권을 갚지 못해 디폴트를 낸 것은 1998년 이후 처음이다. 중국 국유 투자회사이자 집단기업인 중국중신집단(CITIC) 역시 채무불이행 사태가 일어났다.

중국 경제의 뇌관으로 엄청난 기업 부채가 지적된 것은 하루 이틀이 아니다. 기업이 막대한 부채를 일으켜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가격 경쟁력을 높여 시장을 장악하는 방식은 중국 경제가 급속도로 성장할 수 있는 비결이기도 했다. 문제는 이를 중국 정부가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이 점점 옅어지고 있는 것이다. 국가 주도로 시장을 발전시키는 중국식 자본주의의 특성상, 민간 기업이라고 할지라도 그 뒤에는 중국 정부가 있다는 ‘암묵의 보증’이 깨지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27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올 들어 중국 기업의 디폴트 규모는 1300억위안(약 21조 56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던 지난해의 1200억위안을 넘어섰다. 중국 매체 제몐(界面)이 조사한 디폴트 액수는 지난 15일까지 1485억위안으로 집계돼 블룸버그 조사보다 14%가량 많았다. 중국 금융정보 제공업체 다즈후이는 올해 중국 기업의 디폴트 규모를 1600억위안으로 추산했다.

중국 채권시장에서 디폴트는 주로 민간기업에서 발생하고 있다. 제몐이 조사한 전체 197건의 디폴트 가운데 민간기업이 165건으로 84%에 달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선 안정적으로 여겨졌던 국유기업도 디폴트를 내는 사례가 늘었다. 다즈후이에 따르면 올해 지방정부 및 국유기업의 디폴트 금액은 400억위안으로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민간·정부 기업 할 것 없이 디폴트가 늘어나는 배경에는 기업 부채를 모두 감당할 수 없다는 사정이 있다. 특히 중국 지방정부의 재정 사정은 심각한 수준이다. 25일 중국 재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11월 중국 지방정부의 채권 발행액은 57억 8900만위안에 그쳤다. 모두 만기를 맞은 차입금을 상환하기 위한 수요로 사실상 신규 채권 발행은 없었다. 그만큼 지방정부가 새로운 부채를 지는 것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마쥔(馬駿) 중국인민은행 금융정책위원은 지방정부 투자회사 융자평대(融資平台)를 통한 채무 팽창으로 연쇄적인 금융 리스크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실제 지난 6일에는 내몽골 자치구의 융자평대인 후허하오터시 경제기술개발구 투자개발집단의 채권 이자가 제때 지급되지 못한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처럼 더이상 중국 정부가 구원투수로 나서기 어려운 상황에서 중국 기업의 디폴트 리스크는 시간이 갈수록 커질 가능성이 크다.

이미 발행한 회사채의 만기가 2020~2022년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금융정보회사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내년 중국 기업의 채권 상환액은 4200억달러(약 487조 3000억원)로 올해와 비슷하지만 2021년엔 6300억달러, 2022년에는 5700억달러에 이른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시진핑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 등을 겸해 시행했던 인프라 정비 등에 따른 청구서가 돌아왔다”고 평했다.

중국은 은행이 회사채 상당수를 보유하고 있어 채무불이행에 빠져도 은행이 운전자금을 융통해주면서 파산을 피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국유 대형은행이나 준대형은행은 건전성을 유지하고 있지만 불량 채권의 증가에 고민하는 곳은 지역금융기관이 많다. 닛케이는 “디폴트 사태가 제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질 경우, 이는 고용문제 등 지역 경제 전반을 흔들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정다슬 (yamy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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