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별건에 별별건까지.. 윤석열 검찰의 폭주

하성태 2019. 12. 27.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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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칼럼] '조국 늪'에 빠진 '윤석열 검찰'.. 임은정 검사의 직격탄

[오마이뉴스 하성태 기자]

▲ ]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7월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 권우성
 
"검사가 수사권 가지고 보복하면 그게 깡패지 검사입니까."

지난 6월 18일 자유한국당 정책의원총회가 열린 국회 본청에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당시 정용기 한국당 정책위의장은 2016년 말 국정농단 사건을 맡았던 박영수 특검의 수사팀장으로 내정된 윤 후보자의 언론 인터뷰 영상을 동료 의원들에게 보여줬다.

당시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정 의장은 "윤석열 저분 검사입니까 깡패입니까?"라고 물었고, 한국당 일부 의원들은 "깡패입니다"라고 말했다. '조국 사태'를 거치기 전, 윤석열 검찰총장 내정에 부정적이었던 한국당의 기류를 보여주는 단적인 장면이었다. 이후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그리고 10월 17일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법사위 국정감사에 윤석열 총장이 출석했다.

"자꾸 정경심 교수 얘기하고 왜 그게 (패스트트랙 수사와) 결부되는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중략). 법과 원칙대로 하겠습니다. 모든 사건 다 마찬가지입니다. 나중에 보시면 저희가 어떻게 처리했는지, 어떻게 수사를 했는지 다 조금 있으면 드러날 텐데 조금 기다려주시죠. 지금은 수사 중이니까." (윤석열 총장)

동양대 정경심 교수에 대한 검찰의 '소환조사 없는' 기소와 패스트트랙 수사를 묻는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의 질의에 윤 총장이 발끈하며 내놓은 답변이었다. 표정이나 말투 모두 가히 역정에 가까웠다. 윤 총장은 "법과 원칙"을 강조하며,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한데"라던 박 의원의 부연을 잘라 버리기도 했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던 윤 총장의 답변 이후 두 달이 넘게 흘렀다. 8월 말 대대적인 압수수색으로 시작된 '윤석열 검찰'의 '조국 수사'는 그렇게 계절이 바뀌는 동안에도, 2019년이 며칠 남지 않은 지금도 계속되는 중이다.

윤석열 총장이 '법과 원칙'을 내세운 채로 '조국 수사'를 어떻게 했는지는,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는 '인디언 기우제'식 수사라는 유행어와 임은정 울산지청 부장검사가 꼬집은 "내로남불" 수사라는 말로 대변될 듯 싶다. 그리고 그 검찰의 칼끝에, 조국 전 장관이 자리한다는 사실은 모르는 이가 없을 것이다.

검찰개혁의 칼을 들었던 조국 전 장관의 '죄'를 어떻게든 입증하고야 말겠다는 '인디언 기우제'식 수사는 이제 '별건' 수사(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사건)를 넘어 '별건의 별건' 수사(김기현 전 울산시장 하명 수사 의혹)로 넘어갔고, 조국을 넘어 청와대를 겨냥하는 중이다. 그런 '윤석열 검찰'의 폭주에 일단 제동이 걸렸다. 27일 새벽 법원이 검찰의 조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한 것이다.

'조국 늪'에 빠진 '윤석열 검찰'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지난 26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법에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청와대 감찰 무마혐의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 권우성
 
"122일이다. 첫 강제수사 후 122일째다. 그동안 가족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검찰의 끝없는 전방위적 수사를 견디고 견뎠다. 혹독한 시간이었다."

26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을 위해 서울동부지방법원 앞에 선 조 장관은 "혹독한 시간"이란 표현을 썼다. "검찰의 영장청구 내용에 동의하지 못한다"며 "(판사의) 철저히 법리에 기초한 판단이 있을 거라 희망"했다.

조 장관의 혐의는 검찰이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자녀의 표창장 위조나 사모펀드 의혹이 아닌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였다. 둘 중 하나였다. 검찰이 구속수감 중인 일가족 사건에서 조 전 장관의 범죄 혐의를 찾지 못했거나 '청와대 수사'를 이어가기 위해 해가 바뀌기 전 무리하게 조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부터 청구한 것이거나.

하지만 27일 새벽 서울동부지법 권덕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권 부장판사는 기각 사유에 대해 "범죄혐의가 소명"되는 데도 불구하고 구속 사유에 해당하는 도주나 증거인멸의 염려가 없다고 봤다. 또 "범죄의 중대성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려운 점"을 종합, 도주의 우려도 없다고 판단하며 "결국 현 단계에는 피의자에 대한 구속 사유와 그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려움"이라고 밝혔다.
"이제 검찰 수는 뻔하다. 검찰은 본건(정경심 교수)으로 영장을 청구하거나, 별건(유재수 사건)으로 영장을 재청구하는 것이다. 120일 넘게 수사한 검찰이 피의자를 구속시키지 못하고 불구속 기소할 리는 없다. 이는 검찰 스스로 완패를 인정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영장에 집착하는 검찰에 남은 카드가 하나 더 있긴 하다. 검찰이 만일 '울산 사건'으로 조국 전 장관에 대한 구속 영장을 청구하면 이건 전대미문의 '별별건 수사'라 할 수 있다. 결국 윤석열 검찰은 '조국 늪'에 빠져버렸다."

27일 <시사IN> 고제규 편집국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쓴 글이다. 법원의 영장 기각으로 검찰의 '조국 수사'가 차질을 빚을 것이란 분석이 잇따랐다. 하지만 아침이 되자마자 검찰은 또 다른 뉴스의 주체가 됐다.
검찰이 스스로 드러낸 조직이기주의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20일 오후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울산지검으로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이날 서울중앙지검은 법원에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의 조 전 장관 구속영장 기각을 대비한 것이 아니라면, '인디언 기우제' 수사를 멈출 생각이 없다는 선언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송 부시장은 2017년 10월 김기현 전 시장의 비서실장 박기성씨 등 김 전 시장 측근 비리 의혹을 당시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문모(52) 행정관에게 제보하고, 이후 송철호 현 울산시장 선거준비 과정에서 청와대 인사들과 선거 전략·공약을 논의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를 받고 있다.

지난달 26일 이른바 '황운하 고발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첩, 청와대와 경찰의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 수사를 시작한 지 한 달 만이다. 지금 윤석열 총장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이에 대한 단초를 엿볼 수 있는 글을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지난 23일 자 <경향신문>의 박래용 논설위원이 쓴 <"윤석열은 여포다">란 칼럼이다. 조금 긴 내용을 인용하는 건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서다.
 
지금 검찰은 윤석열 친위대가 장악하고 있다. 대검 참모 8명 검사장 중 한 사람은 MB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근무했다. 다른 사람은 그 자리를 물려받았다. 또 다른 사람은 박근혜 정부에서 '우병우 사단'으로 요직을 이어갔다. 부장검사 시절 그의 책상 위엔 우병우와 함께 찍은 사진이 놓여 있었다.

서울중앙지검장은 박근혜 정부 총리실에 근무했다. 조국 일가족 수사를 총지휘하고 있는 3차장은 'PD수첩'을 기소했던 주임검사였다. 울산시장 사건을 지휘하고 있는 2차장은 BBK특검에서 윤석열과 함께 일했다. 그들은 MB에게 면죄부를 줬다. 동부지검에서 유재수 사건을 수사 중인 차장검사는 윤석열 여주지청장 시절 부장으로 일했던 측근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검찰이 정권에 어떻게 복무했는지는 다 알고 있다.

민간인 사찰, 용산참사, PD수첩, KBS 사장 기소, 세월호 수사…. 주요 사건 때마다 이들은 진실을 비틀고 왜곡했다. 이들이 지금 법과 원칙을 내세워 수사를 하고 있다. 내부에서조차 "이들이 무슨 정의를 얘기하느냐"고 한다. 임은정 검사는 "그런 식의 선택적 수사와 선택적 정의는 사법정의를 왜곡시킨다"고 했다.

"MB 정부 때가 쿨했다"던 윤석열 총장의 평가처럼, 검찰의 정의와 '법과 원칙'은 그때도, 지금도 단 하나다. 작금의 '윤석열 검찰'이 온 국민에게 전시하고 있는 것처럼, 임은정 검사가 누누이 지적하듯이 '조직 이기주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리하여 '무오류'의 신화에 빠진 '윤석열 검찰'의 통제되지 않는 권력남용에 피해를 입는 것은 조국 일가족과 관계자들 뿐만이 아니다. 적지 않은 국민이 국민적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2002년 10월.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설치법 제정안이 국회 첫 발의되어 국회에서 논의된 세월만  20년이지요. 그  20년간 검찰은 국회와 사회를 향해 그건 안 된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기소권과 영장청구권, 수사지휘권으로 여전히 농간을 부렸지요(중략).

BBK를 덮은 것도 검찰이고, 열심히 수사하여 홀연 기소한 것도 검찰이고, '김학의 사건'을 거듭 덮은 것도 검찰이고, 떠밀려 홀연 기소한 것도 검찰이지요(중략). 공수처가 본연의 고위공직자 관련 수사를 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당연히 만들어야 할 조항을 '독소조항'이라고 흥분하는 검찰의 몰골은 조직이기주의의 발로에 불과하여 보기 흉하네요."

26일 공수처법 수정안에 "독소조항" 운운하며 격하게 반발한 '윤석열 검찰'을 향해 임은정 검사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을 없앤다 하더라도 할 말이 없다"라며 날린 직격탄이다. 그러면서 임 검사는 "저는 검찰에 남아 본연의 우리 일을 계속 할 생각"이라면서 "공수처에는 고발장을 내고 고발인으로 더러 출석하는 정도로만 공수처와 인연을 맺을 각오"라고 밝혔다.
결국 2020년에도 우리는 검찰개혁을 이야기해야 한다.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인근 서초대로에서 열린 검찰 규탄 촛불집회에서 한 참가자가 공수처 설치를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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