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 "법원이 조국 혐의 인정"..친문 인사 수사 속도낼 듯

정진호.윤성민 2019. 12. 28.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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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전 장관 구속 영장 기각 파장
법원 "감찰 중단은 법치주의 후퇴"
검찰, 청탁 연결 고리 캐기 나설 듯
청와대 "영장 청구는 무리한 판단"
여당 "법원, 국민 눈높이 맞춘 결정"
한국당 "납득 안 돼, 재청구해야"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과 관련해 구속영장이 청구된 조국 전 법무무 장관이 27일 오전 영장 기각 직후 서울동부구치소에서 나오고 있다. [뉴시스]
“이 사건 범죄 혐의는 소명된다. 그 죄질이 좋지 않으나 구속사유와 그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27일 오전 0시 50분쯤 서울동부지법 권덕진(50·사법연수원 27기)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밝힌 조국(54)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 사유 중 일부다. 검찰은 영장 기각에도 불구하고 범죄 혐의를 법원에서 인정했다는 점에 주목, ‘친문’ 인사들에 대한 수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일각에선 검찰의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 수사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말이 나오지만 정작 수사팀 내부 분위기는 다르다. 권 부장판사가 밝힌 구속영장 기각 사유 때문이다. 권 부장판사는 “조 전 장관이 직권을 남용해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을 중단한 결과 우리 사회 근간인 법치주의를 후퇴시켰다”고 했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이정섭)는 조 전 장관 구속영장 기각 사유를 분석해 “사실상 직권남용 혐의 자체는 법원이 인정했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유 전 부시장에 대한 청와대 특별감찰반(특감반)의 감찰 중단을 청탁한 ‘친문’ 세력을 수사할 동력을 확보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조 전 장관 직권남용의 동기 부분에 해당하는 친문 인사들의 유 전 부시장 감찰 중단 청탁에 대해 본격적으로 수사할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죄질이 나쁜 직권남용 범죄를 법원에서 인정한 이상 사건과 관련된 실체를 밝히기 위해 최선을 다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의 초점이 직권남용 자체를 입증하는 것에서 조 전 장관이 감찰 중단을 결정한 이유와 전모를 밝히는 쪽으로 이동한 셈이다. 검찰 내에서는 “직권남용을 입증하는 데 성공하면서 출발선이 달라졌다”는 말이 나온다. 이 때문에 윤석열 검찰총장을 비롯한 대검 수뇌부도 조 전 장관의 구속영장 기각에 동요하지 않은 분위기라고 한다.

앞서 검찰 조사를 받은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윤건영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 김경수 경남지사 등이 재차 검찰에 소환될 수도 있다. 조 전 장관은 26일 영장실질심사에서 “유 전 부시장 감찰 종료 결정 과정에서 친문 인사들의 청탁을 고려했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검찰은 윤 실장과 김 지사의 감찰 중단 청탁을 조 전 장관에게 전달한 의혹을 받는 백 전 비서관에 대한 기소 여부도 추가 검토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안팎에서는 추가 수사를 벌이더라도 조 전 장관을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법원이 도주·증거인멸 우려가 없고, 부인 정경심(57) 동양대 교수가 구속된 점을 구속영장 기각 사유로 제시해서다. 검사 출신의 변호사는 “혐의 소명 부족이 영장 기각 사유가 아니었기 때문에 보강 수사를 벌인다고 해도 재청구는 쉽지 않을 것이다”고 내다봤다.

조 전 장관이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되는 건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재판에서 치열한 법적 공방이 오갈 전망이다. 조 전 장관 측은 영장심사에서 “정무적 판단일 뿐 직권남용의 법리상 죄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이 “혐의가 소명됐고 죄질이 좋지 않다”고 밝힌 만큼 재판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검찰도 추가 수사를 통해 증거를 보강할 계획이다.

한편 청와대는 조 전 장관의 구속영장 기각과 관련 “이번 결정으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얼마나 무리한 판단이었는지 알 수 있다”고 밝혔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법원의 기각 결정을 존중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고 대변인은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은 수사권이 없는 상황 속에서 정무적 판단과 결정에 따라 통상의 업무를 수행해 왔음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고 대변인은 이어 “검찰은 직권남용이라는 이유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바 있는데, 향후 그 직권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법원의 최종 판결로 명확하게 판단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일부 청와대 관계자는 법원이 기각 사유를 전문과 다르게 언론에 배포한 점에 불쾌한 기색을 내비치기도 했다. 법원이 검찰에 제공한 기각 사유 전문에는 ‘우리 사회의 근간인 법치주의를 후퇴시켰을 뿐만 아니라 국가 기능의 공정한 행사를 저해한 사정이 있다’라고 썼다. 하지만 언론에 배포한 사유에는 ‘이 사건 범행은 그 죄질이 좋지 않다’고 요약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두 문장의 뉘앙스가 다른데 법원이 해석을 담아 언론에 배포했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의 구속영장 기각에 대한 정치권의 평가는 엇갈렸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검찰권의 남용과 무리한 수사를 고려하면 합리적 판단에 근거한 국민 눈높이에 맞는 결정”이라며 “검찰개혁 법안을 반드시 통과시켜 검찰이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는 권력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조 전 장관이 수많은 증거 앞에서도 여전히 자신의 범죄를 부인하는데도 ‘증거인멸의 염려가 없다’며 영장기각이라니, 어느 누가 납득을 하겠는가”라며 “검찰은 조국 전 수석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하고, 철저한 수사를 통해 사건의 전말을 국민께 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진호·윤성민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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