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서 가장 싼 미쉐린.. 4000원 '딤섬 제국'의 개척자 가장 맛있는 딤섬? 갓 만든 딤섬이죠!

김성윤 음식전문기자 2019. 12. 28.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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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팀호완 오너 셰프 막카이푸이
분식집 수준의 허름한 가게로 시작해 세계 12국 52지점을 거느린 ‘딤섬 제국’으로 팀호완을 키운 오너 셰프 막카이푸이씨. 그는 “딤섬은 섬세하고 무궁무진한 요리”라고 했다.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좌석 20개에 1인 평균 식사비 4000~ 7000원. 딤섬 전문점 '팀호완(添好運)'은 분식집 수준의 규모와 가격으로 2009년 소박하게 홍콩에서 문을 열었다. 팀호완은 '행운을 더하다'라는 뜻이다. 이름이 유효했던지 오픈 다음 해인 2010년 바로 레스토랑 가이드 미쉐린에서 별 1개를 받았고, "세계에서 가장 싼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으로 화제가 되면서 전 세계에서 손님이 몰려들었다. 이후 팀호완은 확장을 거듭했고, 10년째를 맞은 올해 12월 서울에 한국 1호점을 냈다. 어느덧 12국 52지점. 팀호완을 창업해 '딤섬 제국'으로 키운 오너 셰프 막카이푸이(麥桂培·57)씨를 지난 19일 서울 삼성점 오픈 행사에서 만났다.

―팀호완이 미쉐린 스타를 받으리라 기대했나.

"(두 팔로 X자를 만들며) 전혀. 우리처럼 허름하고 저렴한 식당에도 별을 줄 거라 상상도 하지 않았다."

―팀호완 창업 직전 홍콩 최고급 호텔 중 하나인 '포시즌스' 중식당 '룽킹힌(龍景軒)'의 딤섬 총괄이었다. 중식당으로는 세계 최초로 미쉐린 가이드에서 최고 등급인 별 3개를 받은 룽킹힌을 그만뒀는데.

"아쉽지 않고 불안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 하지만 나만의 딤섬집을 운영하고 싶었다. 오랫동안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2008년 세계 금융 위기로 홍콩 임대료가 확 떨어졌다. 바로 준비에 들어가 팀호완을 오픈했다."

―가족이나 친지가 반대하지는 않았나.

"다른 사람들이 반대할 틈이 없었다. 오픈 직전까지 아내 말고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으니까.(웃음)"

―'세계에서 가장 싼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미쉐린에서 별을 받았다는 건, 세상이 내가 팀호완을 창업한 이유를 이해하고 인정해줬다는 상징 같아서 뿌듯하다. 팀호완 오픈 당시 홍콩 딤섬 식당은 양분돼 있었다. 샥스핀(상어 지느러미)·트러플(송로버섯)·바닷가재 등 동서양의 비싸고 귀한 식재료를 사용해 이전까지 없던 새로운 모양과 맛의 '창작 딤섬'을 내는 룽킹힌 같은 고급 딤섬 식당, 아니면 전통 딤섬을 미리 만들었다가 데워서 내기만 하는 대중적 딤섬 식당. 나는 전통 딤섬을 최고로 맛있게 만들고, 누구나 맛볼 수 있는 식당을 하고 싶었다."

―가장 맛있는 딤섬은 어떤 딤섬인가.

"딤섬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신선함'이다. 갓 만들어 따끈따끈한 딤섬이 최고다. 팀호완에서는 모든 딤섬을 주문과 동시에 조리하기 시작한다. 미리 만들어두지 않는다."

―팀호완에서는 예전부터 있었던 전통 딤섬만을 만든다. 지겹거나 지루하진 않은가.

"전혀. 모든 음식은 개선할 여지가 있다. 전통 딤섬도 마찬가지다. 정점(頂點)에 왔다 싶은데, 고개를 들면 더 높은 지점이 또 보인다. 요리란 도달할 수 없는 정상에 도달하기 위해 끊임없이 정진하는 과정이다."

막씨가 팀호완의 시그니처(대표) 메뉴로 차슈바오(叉燒飽)를 선택한 것도 '뻔하고 익숙한 전통 딤섬도 더 나아질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다. 차슈바오는 달콤한 중국식 돼지고기 바비큐(차슈)를 소로 넣은 찐빵이다. 증기로 찌는 차슈바오와 오븐에 굽는 차슈바오 두 종류가 있다. 팀호완에서는 구운 차슈바오를 낸다. "겉은 바삭하면서 속은 촉촉하고 부드러우려면 오븐에서 구워내자마자 바로 먹어야 한다. 대중적 딤섬집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비싼 고급 딤섬집에 가지 않더라도 최고의 차슈바오를 맛보게 하고 싶었다." 홍콩 팀호완에서 한 접시에 3개가 나오는 차슈바오는 25홍콩달러(약 3700원). 서울 삼성점에서는 6000원에 판다.

―열다섯 살 때 딤섬 요리사로 입문한 계기는.

"우리 집안은 할아버지, 아버지, 큰아버지, 작은아버지 모두 요리사다. 요리사가 되는 걸 당연하게 여겼다. 선택하고 자시고가 없었다. 딤섬 요리사인 작은아버지 밑으로 들어가 배우기 시작했다."

―중식에도 여러 분야가 있다. 왜 하필 딤섬이었나.

"딤섬 요리사는 오후 1시면 퇴근한다. 다른 요리사들처럼 밤늦게까지 일하지 않는다. 어렸을 때라 저녁에 놀 수 있다는 게 좋았다."(웃음)

―요리를 그만두고 다른 일을 찾을 수도 있었을 텐데.

"아무 생각 없이 시작했지만, 하다 보니 재미가 있었다. 딤섬이 간단해 보이지만 조리법을 조금만 다르게 해도 결과는 큰 차이가 난다. 예를 들면 샤오마이(燒賣)라는 만두는 돼지고기·소금·전분·설탕·후추 등으로 소를 만드는데, 소금과 전분부터 넣어야지 설탕부터 넣으면 식감이 부드럽지 않게 된다. 이처럼 딤섬은 이모저모 세심하게 헤아려야 제대로 만들 수 있다."

―자녀가 가업을 잇길 바라나.

"요리사가 되겠다면 말리진 않겠지만 강요하진 않는다. 아들만 둘인데 첫째는 호텔에서 일하고 있고, 둘째는 학생인데 아직 뭘 할지는 모르겠다."

―요리사라는 직업이 너무 힘들어서 그러나.

"세상에 힘들지 않은 일이 있겠나. 사람은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해야 한다."

―올해까지 9년째 별 하나를 유지하고 있다. 20일 발표하는 미쉐린 가이드 2020년 홍콩·마카오판에서도 별을 받을까.

"모르겠다. 하지만 솔직히 받으면 좋겠다."(웃음)

인터뷰를 마치고 막씨는 "내일 마카오에서 열리는 미쉐린 발표 행사에 참석해야 한다"며 서둘러 인천공항으로 출발했다. 다음 날, 미쉐린 발표 행사장에서 막씨는 별 하나를 손에 들고 활짝 웃고 있었다.

팀호완 대표 딤섬 ‘차슈바오’. 겉은 소보로빵처럼 바삭바삭 달콤하고, 중국식 돼지 바비큐 차슈로 채운 속은 짭짤하고 촉촉하다. /팀호완코리아

'딤섬=만두' 아니에요

딤섬(點心)은 이제 한국인에게 낯설지 않은 음식이다. ‘딤섬=만두’라고 흔히 알지만, 만두는 딤섬의 한 종류일 뿐이다. ‘마음(心)에 점(點)을 찍는다’는 이름처럼 간단한 식사 또는 스낵을 뜻한다. 전통적으로 딤섬은 찜·볶음·튀김·후식류 등 네 분야로 나뉜다. 만두는 대부분 찜에 속한다. 오늘날과 같은 딤섬은 중국 광둥성 중심 도시 광저우(廣州)의 찻집들이 노동자들에게 아침 또는 점심 식사를 해결할 만한 간단한 음식을 차와 함께 내면서 시작됐다. 그래서 딤섬은 원래 오전이나 점심에만 먹지 저녁에는 먹지 않았다. 막카이푸이씨는 “전통 광둥식 딤섬은 30가지 정도지만 다양한 재료와 요리법이 더해지고 더해져 이제는 정확하게 셀 수 없다”고 했다. “어느 딤섬집에서나 맛볼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이고 대표적인 딤섬으로는 하가우(蝦餃·새우를 얇고 반투명한 피로 싼 만두), 차슈바오(叉燒飽), 샤오마이(燒賣·돼지고기를 노르스름한 피로 싼 만두)를 꼽을 수 있다. 이 밖에 청펀(腸粉·쌀로 만든 넓적한 피에 돼지고기·새우 따위를 넣고 돌돌 말아 단 간장을 뿌려 내는 딤섬), 로박고(蘿蔔糕·기름에 지진 무떡), 페이단죽(皮蛋粥·송화단을 넣은 쌀죽)도 드셔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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