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and]집회와 농성 무한반복..한국당 의원들 속앓이

김지은 입력 2019. 12. 28.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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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성과 집회 등 대여 투쟁 연말까지 계속돼
평일 주말 가리지 않고 '소환'.."초조한 마음"
"연말엔 특히 송년 모임 많은데 지역구 못 가"
"다른 경쟁자들은 수시로 다니는데 발 묶여"
"투쟁 효율적으로 해야..너무 체력 소모적"
총력 저지에도 결국 선거법 본회의 통과 허탈
1월3일 다시 광화문서 대규모 장외집회 예정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심재철 원내대표 등 의원들과 지지자들이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의사당대로에서 열린 선거법 및 공수처법 규탄대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2019.12.19.photo@newsis.com


※ '여의도 and'는 정치권에 얽힌 다양한 뒷이야기들을 소개하는 연재 코너입니다. 여의도 국회는 물론 청와대와 외교안보 부처 등의 조직과 사람들 사연, 제도와 법령의 잘 알려지지 않은 이면, 각종 사건사고 후일담 및 에피소드 등을 뉴시스 정치부 기자들이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잠을 못 자고 감기 걸리고, 뭐 그런 것까지도 다 좋아. 하지만 지역구 관리는 누가 해 주는 게 아니잖아. 당연히 걱정이 되지."

자유한국당의 농성과 집회 등 대여 투쟁이 국회 안팎에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연말인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황교안 당 대표의 단식이 끝난 후인 11일부터는 대표를 중심으로 로텐더홀 농성을 이어왔고, 광화문 장외집회는 14일 재개됐다. 17일부터는 국회에 외부 출입이 통제됨에 따라 국회의사당역으로 행진해 집회를 열었다.

공천이 지상과제인 의원들은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않고 지도부에게 '소환'되고 있는 상태다. 집회가 끝날 때마다 참석자 수를 집계하는 만큼 빠짐없이 참석해 구호에 힘을 보태야 한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불만이 쌓이는 것도 사실이다. 총선이 가까워져 지역구 관리가 절실한 시기에 국회에 발이 묶이게 된 데 대한 앓는 소리가 나온다.

많은 한국당 의원들이 이달 24일을 기준으로 지역구 관리 시작 계획을 세웠다. 국회 상황이 성탄절을 기점으로 종료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국회가 연말에 으레 혼란을 겪어도 성탄절을 앞두고 어떻게든 가닥을 잡아온 만큼 이번에도 23일에 본회의를 열고 쟁점 사안들을 모두 정리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협상은 번번이 무산됐고 상황이 지연됐다. 지역 방문 계획을 수정하는 의원들의 한숨이 짙어졌다.

[서울=뉴시스] 이종철 기자 =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지난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로텐더홀에서 패스트트랙 법안 저지 릴레이 숙식 농성을 하고 있다. 2019.12.15.jc4321@newsis.com

꾸준히 집회며 농성에 출석한 한 의원은 "연말엔 특히 송년 모임이 많아 다른 경쟁자들은 지역을 수시로 다니고 있는데, 우리는 시간을 확보하기가 솔직히 어렵다"며 "집회가 지속적으로 열리는 주말은 물론이고 평일에도 이틀 연속 시간을내기는 쉽지 않다. 초조한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집회에 인력을 동원해야 하는 당협위원장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한 당협위원장은 "울면서 나온다. 그래도 어쩌겠느냐"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한국당은 로텐더홀 농성 시작부터 26일 종료까지 의원들이 지역별로 조 편성을 해서 움직이도록 했다. 조는 ▲서울·부산 ▲경기·강원·충북 ▲울산·경북·경남 ▲대구·인천·대전·충남 ▲비례대표 등 다섯 개로 나눠져 순번대로 정해진 시간에 로텐더홀을 지켰다.

하지만 이마저도 상황에 따라 시간대가 바뀌는 일이 종종 발생하면서 일부 의원들이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근무가 밤이었다가 낮으로 정정된 한 의원은 "그래도 농성 참여하려고 빈 틈에 꾸역꾸역 일정을 넣어놨는데 그것마저도 다 취소하게 생겼다"며 "총선이 거저 되는 건 아닌데 어쩌라고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개탄했다.

[서울=뉴시스] 장세영 기자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계단에서 열린 선거법 및 공수처법 규탄대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19.12.20. photothink@newsis.com

지역구에 따라서 의원들 형편은 다르다. 전통적으로 한국당이 우세한 지역구 의원들은 그래도 주민들에게서 "가서 지도부 도와주라"며 응원을 받는 경우도 있지만, 비교적 열세인 지역구에서는 "국회 시끄럽게 한다"며 눈총만 받는 일이 허다하다. 발로 뛰며 직접 만나고 설명해야 하지만 그럴 시간이 부족하다.

또 다른 의원은 "그렇다고 범여권의 말도 안되는 밀어붙이기로 이 법안들이 통과되는 것을 손 놓고 볼 수는 없으니까, 개인 지역구 이야기는 한가한 소리가 되지 않나. 차마 이야기를 못한다"고 전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태 때와 달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과 선거법이 국민들한테 딱히 와닿지 않는 이슈인 것도 문제다.

"최근 들어 지역구 민심이 돌아선 게 느껴진다"며 한숨을 쉰 한 의원은 "공수처법도 선거법도 국민들 입장에선 정치권의 일이다. 선거는 메시지가 간결해야 하는데, 자기네들 삶에 와닿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거다. 그런데 어려운 주제를 외치면서 그 방식도 폭력사태 등이 얽히고 있다. 여론이 나빠졌다"며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

[서울=뉴시스]이윤청 기자 =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회화관 앞에서 문재인정권 국정농단 3대 게이트 규탄대회를 마친 참석자들이 청와대 방면으로 행진하고 있다. 2019.12.14. radiohead@newsis.com

이 불만들이 귀결되는 지점은 필연적으로 당 지도부다. 황 대표가 장외집회를 투쟁의 핵심 카드로 끊임없이 애용하고 있어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는 한편 효과는 점점 미미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투쟁을 효율적으로 해야 한다고 지적한 또 다른 의원은 "싸움을 좀 효율적으로 했으면 좋겠는데, 체력 소모적으로 하는 게 많은 것 같다. 집회에 나오는 사람도 늘 그 사람이 그 사람들 아니냐"며 "국민의 마음을 사고 이해를 구하고 지지를 받는 게 투쟁의 최종 목표인데 그런 부분이 취약한 것 같다"고 짚었다.

한국당은 당초 28일 예정했던 광화문 집회를 '국회 내 총력 투쟁'을 위해 취소한다고 지난 25일 밝혔다. 일부 의원들은 이번 주말에는 지역에 내려갈 수 있겠다는 생각에 안도했다.

그러나 결국 27일 선거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고 공수처법 상정에 따른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 정국이 되풀이되면서 상황이 또 여의치 않다. 그간의 고생에 대한 허탈감을 표현하는 관계자들도 있다.

한국당은 오는 1월3일에 다시 대규모 장외집회를 광화문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제목은 '국민과 함께, 文 정권 2대 독재악법, 3대 국정농단 심판 국민대회'다. 한국당 의원들의 지역구 관리 계획은 아직도 '준비 중'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whynot8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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