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피했다" "밀항했다" 호들갑 떨다 입닫은 언론

이재진 기자 2019. 12. 28.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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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호 전 더불어민주당 도피설 확산시킨 언론…출국 나흘 만에 스스로 귀국해 일축

[미디어오늘 이재진 기자]

임동호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귀국했다. 일본으로 출국한 지 나흘 만이다. 언론은 임 전 최고위원이 출국한 사실에 도피 의혹을 씌우고 호들갑을 떨었는데 결국 나흘 만에 임 전 최고위원이 스스로 귀국하면서 무색해졌다.

임 전 최고위원의 출국 사실은 여러 언론이 다루긴 했지만 단독 취재 형태로 보도한 곳은 문화일보였다. 문화일보는 26일자 보도에서 "취재를 종합하면 임 전 최고위원은 지난 24일 배편을 통해 해외로 출국했다. 정확한 행선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일본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사정당국의 한 관계자 말을 인용해 "임 전 최고위원이 배편으로 출항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임 전 최고위원 측근이 2~3일 안에 귀국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면서 도피가 아닐 가능성에 단서를 달긴 했지만 "해외로 출국한 임 전 최고위원이 언제 귀국할지는 미지수다. 검찰도 임 전 최고위원의 출국 경위에 대해 집중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마치 범죄 혐의가 중대한 사람이 도피를 했다는 식이었다.

출국한 당일인 24일 검찰이 임 전 최고위원의 주거지와 차량을 압수수색을 한 것도 부각시켰다. 하지만 임 전 최고위원은 두 차례 검찰 소환에 응해 조사를 받았고, 압수수색까지 지켜봤다. 임 전 최고위원은 현재까지 피의자가 아닌 참고인에 불과하다. 그의 출국이 도피라고 볼 수 있다면 근거가 더 필요한 상황이었다는 얘기다.

문화일보는 26일자 신문 3면에선 "이날 한때 임 전 최고위원의 '밀항설'이 돌았지만"이라고도 보도했다. 그러면서 "만약 임 전 최고위원이 돌아오지 않고, 그의 출국을 종용하거나 도와준 배후가 드러난다면 청와대 선거개입 사건은 커다란 핵폭풍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밀항설에 임 전 최고위원의 도피를 도운 배후 세력의 존재로까지 의혹을 확대시킨 것이다.

임 전 최고위원은 지난해 2월 울산시장 출마를 선언했지만 송철호 현 시장이 단수 공천을 받았다. 검찰은 한병도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이 일본 고베 총영사 자리를 제안하고 경선 포기를 종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임 전 최고위원은 부인하고 있다.

관련 보도 이후 "검찰 '임동호 전 최고위원 국외 출국 확인'"이라며 언론은 속보를 쏟아냈다. 검찰 역시 그의 출국이 도피성 성격이 있다고 흘리면서 검찰-언론이 임 전 최고위원의 도피설을 만들었다.

▲ 26일자 문화일보 3면 보도.

세계일보는 "못 막았나, 안 막았나? 임동호 '해외 도피' 논란에 소환된 인물들"이라는 기사에서 "검찰 수사의 핵심 인물인 임 전 최고위원이 출국함에 따라 수사 진행에 차질이 불가피한 가운데 이번에도 피의자나 중요 증인 등이 '도피 출국'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사모펀드' 의혹과 관련된 5촌 조카, '계엄령 문건 사건'의 핵심 피의자로 꼽히는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 '가사도우미 성폭행 혐의' 김준기 전 DB그룹(옛 동부그룹) 회장, '별장 성접대 의혹'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등을 거론하며 이들과 같은 선상에서 검찰 수사를 피하기 위해 해외로 출국 또는 시도한 사례라고 묶었다.

채널A는 "송철호 울산시장의 민주당 내 경쟁자였던 임동호 전 최고위원이 일본 오사카로 출국한 사실이 알려져, 해외 도피와 증인 빼돌리기 의혹까지 나왔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TV에 따르면 임 전 최고위원은 28일 귀국하면서 "검찰 수사를 제가 피할 필요 이유도 없고, (이제까지) 검찰 수사 다 응했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일본 출국 일정에 대해 "출마를 앞두고 원래 가기로 했던 일정으로 오사카 교민들과 소통하고 온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그의 측근 역시 일부 언론과 인터뷰에서 일본 일정을 마치고 2~3일 안에 귀국할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이날 도피라는 말을 썼던 언론 중에 책임 있게 자신의 보도가 잘못됐다고 인정한 언론은 없었다.

한편, 임 전 최고위원은 송병기 울산 부시장 수첩에 적혀 있다는 '자리요구', '제거'라는 내용과 관련해 "굉장히 악의적이고,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며 "송병기 수첩대로라면 있을 수 없는 선거 전략이다"고 말했다.

경선을 포기한 대가로 고위직을 제안했다고 의혹을 받는 한병도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과 가진 술자리에 대해서는 "다들 가는데 너도 가고 싶은 곳이 없냐고 물어서 '오사카 총영사를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한 것일 뿐 친구들이 술자리인데 제 이야기를 귀담아들었겠느냐"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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