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갑툭튀' 공수처 '독소조항', 박주민이 청부입법했나.. 참여연대안과 동일

조권형 기자 2019. 12. 29.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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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법안 30일 표결]
2017년 10월 정부안 확정할때도
논란일자 유사조항 삭제했는데
통과시도 일주일전 갑자기 넣어
참여연대 2년전 국회 입법청원때
박주민이 도와줘..'짬짜미' 의혹
김성천(가운데)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장이 29일 국회에서 열린 ‘공수처법 문제점 설명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 교수는 “검찰이 정치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제도를 그대로 두고 새로운 기관을 만든다는 것은 말 잘 듣는 수사 기관을 만드는 것”이라면서 4+1 협의체가 마련한 공수처법을 비판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독소조항’ 논란이 일고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정안에 대해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참여연대 입장을 반영해 ‘청부입법’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회 ‘4+1(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사법개혁 협의체가 공수처 수정안에 삽입한 ‘수사기관은 고위공직자 범죄를 인지했을 경우 공수처에 즉각 통보해야 한다’는 취지의 조항이 지난 2017년 참여연대가 박 의원의 소개로 입법청원한 공수처안에 있는 조항과 사실상 똑같기 때문이다.
박 의원은 4+1 협의체에 민주당 대표로 참여해 이번 수정안을 만든 당사자다. 특히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 시절이던 2017년 9월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유사한 조항을 담은 공수처안을 제시했으나 논란이 일자 정부가 직접 제외한 조항이 다시 법안에 포함된 배경에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29일 서울경제 취재 결과 ‘고위공직자범죄를 알았을 때 공수처에 통보한다’고 명시해 독소조항 논란이 일고 있는 공수처 수정안의 조항이 2017년 참여연대가 입법청원한 안과 동일한 것으로 확인됐다.

수정안에서는 제24조(다른 수사기관과의 관계) 제2항에 ‘다른 수사기관이 범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고위공직자범죄 등을 인지한 경우 그 사실을 즉시 수사처에 통보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참여연대안 제26조(검찰 등과의 업무협조) 제2항도 ‘검찰청, 감사원, 국세청 등 관계기관은 업무와 관련하여 고위공직자비리범죄가 있음을 알게 된 때에는 지체 없이 그 내용을 처장에게 통지하여야 한다’고 적시했다.

참여연대안이 고위공직자 범죄를 공수처에 통지해야 하는 기관의 범위가 감사원·국세청으로 더 넓기는 하지만 근본적인 취지와 효력은 같은 것으로 풀이된다. 참여연대는 이 조항을 담은 안을 박 의원의 소개를 통해 2017년 9월11일자로 국회에 입법청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대 교수는 “공수처는 소규모 조직이어서 검경에 비해 정보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고위공직자 수사에 있어서 우선권을 가지려면 통보·통지 조항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시민사회에 있었다”고 말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국회 내에서는 논의된 바 없는 통보 조항이 막판에 포함된 배경에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통보 조항은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공수처 법안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20대 국회에서는 고(故) 노회찬 정의당 의원(2016년 7월21일),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2016년 8월8일), 양승조 더불어민주당 의원(2016년 12월14일),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2017년 10월31일)이 공수처 법안을 발의했지만 고위공직자 범죄를 인지했을 때 공수처에 통보·통지하라는 내용은 없다. 즉 국회에서 공식적으로는 전혀 논의된 바 없는 사항인 것이다.

또 문재인 정부에서는 이와 유사한 조항을 직접 철회한 사례도 있다. 2017년 9월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수사기관이 고위공직자범죄 수사에 착수한 경우에 그 요지를 처장에 통지해야 한다’는 조항을 넣은 공수처안을 내놓았으나 한 달 후 법무부가 정부안을 확정할 때는 법률적 논란을 고려해 해당 조항을 삭제했다.

이 같은 전후 사정을 고려할 때 참여연대안을 통해 통보 조항을 인지하고 있던 박 의원이 참여연대와 ‘짬짜미’해 청부입법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청장 출신 김종민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해당 조항 하나로 수사기관들과 공수처가 상하관계, 지휘통제 관계가 된다는 우려가 법무검찰개혁위 공수처안 발표 당시에 터져 나왔다”며 “이를 4+1 측이 공수처법 통과 시도 일주일 전 갑자기 집어넣은 것은 심각한 행태”라고 지적했다.

현재 검찰과 자유한국당은 “국회에서 지금껏 전혀 논의되지 않았던 ‘독소조항’이 갑자기 들어왔다”며 반발한다. 이 조항이 있음으로써 공수처가 사실상 고위공직자 범죄 수사를 배당하고 통제하는 기관이 된다는 주장이다.

4+1 측은 이 통보 조항이 수사기관 간 사건수사의 중복·혼선을 방지하고 검찰이 사건을 묻어버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 의원은 27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수정안은 원안 취지에서 벗어나지 않고, 오히려 검찰의 의견을 일부 수용해서 반영한 것”이라며 “민주·합법적 절차에 따라 만든 검찰개혁 취지를 벗어나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4+1에 해당하는 주체들에서도 통보 조항에 반대하는 의원들이 나오고 있다. 주승용 바른미래당 의원은 2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이 상급 기관도 아닌 공수처에 내용을 보고하는 것도 위헌 소지가 많다”고 지적했다. 또 언론보도에 따르면 조응천 민주당 의원도 27일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통보 조항에 대해 “과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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