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딱 맞는 사람? 그런 인재는 지원하지 않는다

최인녕 2019. 12. 30.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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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최인녕의 사장은 처음이라(9)
‘직원 수가 2만 명일 때, 채용담당자만 1000명’
국내에서 가장 입사하고 싶은 외국계 기업 1순위를 11년째 기록 중인 구글의 얘기다. 직원 한 명을 뽑는데 무려 150시간에서 500시간을 투자한다니, 꿈의 직장이라고 불리는 구글이 인재 채용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여러 사장들은 ‘좋은 인재를 채용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얘기를 하고, 조직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채용이 얼마나 중요한지 공감한다.

대다수의 회사가 좋은 인재를 채용하기 위한 ‘인재상’을 가지고 있다. 구글의 인재상은 첫째, 누가 시키지 않더라도 자발적으로 좋은 인성을 드러내는 사람, 둘째, 지적인 겸손을 갖춘 사람, 셋째, 평범에 머무르지 않는 사람이다. 구글의 인재상에는 전문지식을 갖춘 사람이나 업무 능력이 탁월한 사람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일은 팀으로 하는 공동 작업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요즘 많은 회사에서도 구글처럼 업무 능력보다는 회사의 인재상에 적합한 사람을 우선순위로 채용한다.


채용기준에서 회사 인재상과 맞는지가 가장 중요한 B사
사장들은 ‘좋은 인재를 채용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얘기를 하고, 조직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채용이 얼마나 중요한지 공감한다. [사진 pixabay]

직원 50명 규모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B사는 본격적인 마케팅 활동을 위해 해당 분야에 경험과 지식이 있는 마케팅팀장을 채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지원자들 인터뷰만 6개월 이상 진행하면서도 적합한 인재를 채용하지 못했다. B사가 채용하고 싶은 ‘좋은 인재’란 B사의 인재상인 ‘주도적, 자발적, 적극적인 사람’과 딱 맞아 떨어지는 사람이다.

B사는 회사 설립 초창기부터 인재 채용 시, 인재상에 부합하는지를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고려했다. 그래서 B사 직원들도 대다수가 인재상에 걸맞게 적극적이고 주도적 성향의 사람들이 많다. 채용을 위한 인터뷰에도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지원자의 성향을 검증한다. 이번 마케팅팀장 채용을 위한 인터뷰는 사장과 인사팀장을 포함해 마케팅 부서원 2명이 참석했고, 지원자의 인터뷰가 끝난 뒤 평가가 진행됐다.

“… 이런 답변을 하셨습니다. 그래서 이 분의 성향이 굉장히 꼼꼼하고 세심한 것 같은데, 적극적 성향은 아닌 것 같습니다. 우리 회사 문화와는 맞지 않는 사람입니다.”
“…이직 사유가… 주도적 성향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면접 참석자들의 전원 동의가 있어야 입사가 진행되는 B사의 채용 방식에서 이번 후보자도 면접자 과반수의 반대로 탈락이다. 사장은 고민스러웠다. 마케팅에 주력해야 할 시기인데, 실무 경험이 풍부한 인력의 부재로 주요 프로젝트가 지연되고 있다. 채용 면접에서 자기주장이 확고한 직원들과 좀처럼 합의를 이루기 어렵기 때문이다.


B사 인재상에 딱 맞는 사람들만 모인 회사, 과연 성공적일까?
며칠 후, 마케팅팀 내에서 불편한 일이 발생했다. 마케팅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과정에서 상반된 의견을 냈던 마대리와 박대리 사이에 공격적인 말들이 오고 간 것이다. 마대리와 박대리 모두 주도적이고 적극적 성향이기에, 서로 본인의 의견대로 일을 끌고 나가길 원했다. 마케팅팀을 새롭게 만들면서 마대리나 박대리 모두 타 부서에서 이동한 직원들이기에 마케팅 업무에 경험이 많지 않았다. 사장도 선뜻 둘 중 하나의 기획을 선택하기 어려웠기에 의사 결정이 지연됐다. 이런 상황에서 마대리와 박대리의 갈등은 점점 더 커가고 있다.

비단 마케팅팀뿐만 아니라 타 부서에서도 회의 때마다 자기주장을 너무 강하게 얘기하거나, 서로 의견 일치가 안 되면 공격적 말들이 오가곤 한다. 또한 서포트 성격의 업무는 서로 피하려고 하는 등의 문제점들이 있었다. 회사의 인재상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B사의 채용 기준과 과정은 현재 회사 상황에서 적절한 걸까?


인재상은 조직문화의 기준점, 중요한 것은 ‘다양성’
건강한 조직 문화는 다양한 사람이 가진 장점들이 모여서 조성된다. 서로 다른 모습의 퍼즐 조각이 맞춰져서 하나의 큰 퍼즐 그림이 완성되듯, 팀워크도 각각 다른 개인이 모여서 일의 성과를 낸다. [사진 pxhere]

회사의 인재상은 조직 문화를 만들어가는 하나의 기준점이 된다. 인재상은 회사의 미션과 핵심가치와 부합되기에 ‘어떤 회사를 만들어가겠다’는 사장과 직원들의 가치가 녹아 있다. B사의 경우 ‘주도적, 자발적, 적극적인 사람’이라는 인재상 설정이 잘못되었기에 사장이 고민하는 문제가 발생한 것일까? 회사의 성장 단계와 규모에 따른, 필요한 인재 채용 과정에는 문제가 없을까?

건강한 조직 문화는 다양한 사람이 가진 장점들이 모여서 조성된다. 서로 다른 모습의 퍼즐 조각이 맞춰져서 하나의 큰 퍼즐 그림이 완성되듯, 팀워크도 마찬가지로 각각 다른 개인이 모여서 일의 성과를 낸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퍼즐 조각들은 모두 똑같이 생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똑같이 생긴 퍼즐 조각끼리는 맞춰지지 않는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함께 일하는 회사는 각기 다른 강점을 가진 다양한 인재들이 모여 시너지를 내기에, 개인별 다양성이 필요하다. 또 회사의 성장 단계별로 필요한 역할이 다를 수 있기에, 회사가 필요한 업무와 포지션에 맞게 채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처음부터 회사가 원하는 완벽한 인재는 지원하지 않는다
다양한 성향의 구성원을 리딩하면서 최고의 성과를 끌어낼 줄 아는 능력과 포지션에 맞는 업무 역량을 높이기 위한 교육과 코칭이 매우 중요하다. [사진 pixabay]

회사의 인재상에 부합하면서도 다양한 직원들과 원활하게 협업하며, 인품이나 업무역량 면에서 모두 완벽한 사람을 채용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래서 회사는 지속해서 교육하고, 코칭하면서 직원들을 회사가 원하는 인재로 성장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회사가 성장할수록 좋은 인재를 충원해야 하는 것은 필수 과제이며, 유능한 인재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조직의 성장을 좌우하기도 한다. 신입 때부터 함께했던 직원들이 회사의 성장과 함께 리더로서 성장하기 위해서는 회사에서 리더십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다양한 성향의 구성원을 리딩하면서 최고의 성과를 끌어낼 줄 아는 능력과 포지션에 맞는 업무 역량을 높이기 위한 교육과 코칭이 매우 중요하다. 회사를 잘 알면서도 일 잘하는 직원들이 직무 곳곳에 포진해서 다양한 팀원들을 채용해서 관리할 수 있다면 그 회사는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며, 사장은 천군만마를 얻은 것과 같은 기분일 것이다.

특정 분야의 경험과 지식을 갖춘 경력직 인재의 영입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이때 회사는 입사 지원자의 업무 능력 평가와 함께 회사의 조직 문화에 부합되는 최소한의 기준들을 마련해보기를 추천한다. 건강한 조직 문화를 가지고 있는 회사라면, 다른 문화의 경력자를 포용하며 회사 문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아무리 유능한 직원이 들어와도 인재를 관리하거나 성장시킬 수 없는 회사에서는 결국 좋은 인재를 놓치고 만다.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만들어진다는 말이 있다. 이 명언을 빌리자면, 회사가 원하는 완벽한 인재를 처음부터 채용할 확률은 1%이며, 99%는 회사와 직원의 상호 노력으로 최고의 인재를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INC 비즈니스 컨설팅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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