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종무식서 꺼낸 2019 세 안건..日수출규제·檢개혁·동물국회

김영환 입력 2019. 12. 30.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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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30일 마지막 수보회의에서 모두발언
"국민 힘으로 日수출규제 극복·檢개혁 제도화 결실 단계"
국회에는 강력한 비판 메시지.."국민만 희생양"
이례적으로 北언급 빠져..김정은 신년사 민감성 고려한 듯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올해 마지막으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다사다난했던 2019년을 뒤돌아봤다. 문 대통령은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한 전 국민적 노력을 평가하는 한편, 검찰 개혁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다시금 드러냈다. 이와 함께 국회를 향해서는 “볼썽사납다”는 표현까지 써가면서 강력하게 비판했다.

◇“檢개혁 제도화 결실 맺을 마지막 단계 도달”

이날 문 대통령이 주재한 수보회의는 모든 청와대 직원들을 상대로 영상을 통해 진행됐다. 사실상 2019년을 마무리짓는 종무식 성격의 회의였던 셈이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이 가장 먼저 언급한 2019 이슈는 일본의 대한(對韓) 수출규제 문제였다.

문 대통령은 “일본의 부당한 수출 규제로 어려운 상황이 올 수도 있었지만 국민들의 응원이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앞서 지난 7월 일본은 한국에 대해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우대국)에서 배제하는 경제 보복을 단행했다. 우리 정부는 이에 상응하는 조치로 지소미아(GSOMIA.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의 종료를 선택하며 맞불을 놨다. 양국은 문제 해결을 위해 협상에 돌입했지만 여전히 불씨는 남은 상황이다.

문 대통령은 그럼에도 “핵심 소재·부품·장비 국산화와 산업 육성 등 아무도 흔들 수 없는 강한 경제의 주춧돌을 놓는 기회로 삼을 수 있었다”면서 “3.1독립운동 100년의 의미를 되살려 의지를 모아준 국민들의 힘이었다”고 감사의 뜻을 표했다.

이와 더불어 국민의 목소리를 빌어 검찰 개혁 의지도 다잡았다. 문 대통령은 “적지 않은 갈등과 혼란을 겪었지만 국민들의 절절한 요구가 검찰 개혁과 공정의 가치를 한단계 높이며 앞으로 나아가게 한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지난 8월 문 대통령이 조국 전 민정수석을 법무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부터 대한민국은 이른바 ‘조국 정국’에 휩싸였다. 조국 장관 임명 이후 ‘장관 퇴진’을 외치는 목소리와 ‘검찰 개혁’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뒤섞여 국론이 극도로 분열되기에 이르렀다.

문 대통령은 “검찰 개혁의 제도화가 결실을 맺을 마지막 단계에 도달했고 우리 사회 전반의 불공정을 다시 바라보고 의지를 가다듬는 계기가 됐다”라며 “촛불정신을 계승하며 변함없이 뜻을 모아준 국민들의 힘이었다”고 했다.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을 ‘검찰 개혁의 제도화’로 풀이한 셈이다.

◇국회에는 ‘쓴소리’..北메시지는 빠져

반면 국회를 향해서는 “국민들만 희생양이 되고 있다”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일본의 수출규제와 검찰 개혁으로 대표되는 대내외적 위기를 국민의 힘으로 극복하는 과정 속에서 국회가 오히려 민생 법안을 외면하면서 국민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작심 발언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민생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거론하면서 “마지막까지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라며 “이미 식물국회라는 오명을 얻었고, 동물국회를 막기 위해 도입된 국회 선진화법까지 무력화되는 볼썽사나운 모습이 재연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임기 후반기 들어 문 대통령은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를 청와대와 정부 부처에 강력하게 주문하고 있다. 그러나 국회에서 법안 통과를 통한 지원이 없다면 동력을 얻기 쉽지 않다. 문 대통령이 간헐적으로 국회에 법안 통과를 지속적으로 요청하는 배경이다.

문 대통령은 특히 청년기본법, 소상공인기본법, 벤처투자촉진법 등 민생법안을 예로 들면서 “여야 합의로 본회의에 상정되었는데도 마냥 입법이 미뤄지고 있다”라며 “국민의 삶과 경제에 직결되는, 시급성을 다투는 것들”이라고 조속한 국회 통과를 거듭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예산 부수법안이 예산안과 함께 처리되지 못하는 유례없는 일이 벌어지더니 올해 안에 통과되지 못하면 국민들에게 직접 피해를 주는 일몰법안마저도 기약 없이 처리가 미루어지고 있다”라고 지적하면서 “이제 볼모로 잡은 민생·경제 법안을 놓아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한편 이날 문 대통령 모두발언에서는 북한에 대한 언급이 나오지 않아 주목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년사가 중대 고비로 떠오르는 상황에서 발언을 아낀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수보회의에서는 “2018년은 남북관계를 분단·대결 시대에서 평화·협력 시대로 대전환시킨 역사적인 한 해로 기록될 것”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김영환 (kyh1030@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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