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 들어간 한진 경영권 다툼

박시진 기자 2019. 12. 30.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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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화합해 유훈 지키겠다"
이명희·조원태 공동사과문 발표
남매측 각 대리인들도 협의 논의
조회장 사내이사 재선임 앞두고
경영권 확보위해 사태 수습나서
17.29% 지분율 가진 KCGI
오너일가에 부담으로 작용할 듯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왼쪽)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연합뉴스
[서울경제] 남매의 난에서 모자의 난으로 확전됐던 한진(002320)그룹의 경영권 다툼이 ‘공동 사과문’ 발표로 잠시 휴전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003490) 부사장 법률대리인들이 최근 두 사람의 만남을 위한 일정조율과 조 전 부사장 측이 제기한 ‘유훈에 따른 경영’에 대해 협의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막장으로 치달은 가족 간의 갈등으로 한진가(家)에 대한 여론뿐만 아니라 대한항공 등 기업에 대한 인식까지 악화되고 있어 양측이 갈등봉합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과 어머니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은 30일 지난 크리스마스 회동 때 불거졌던 소동에 대해 공동 사과문을 발표했다. 사과문에는 “조원태 회장은 어머니인 이명희 고문께 곧바로 깊이 사죄를 했고 이명희 고문은 이를 진심으로 수용했다”며 “저희 모자는 앞으로도 가족 간의 화합을 통해 고 조양호 회장님의 유훈을 지켜나가겠다”고 밝혔다. 해당 사과문에는 ‘정석기업 고문 이명희, 한진그룹 회장 조원태’라는 직책과 이름이 병기돼 있다.

앞서 조 회장은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이 고문 자택을 방문해 조 전 부사장의 편에 선 게 아니냐는 불만을 제기했고 당시 언쟁을 벌이다 유리창 등 집기가 부서지는 소동이 있었다. 당시 조 전 부사장은 참석하지 않았으며 조현민 한진칼(180640) 전무는 동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고문으로 추정되는 참석자 중 일부가 손과 팔뚝 등에 상처를 입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존속상해 혐의로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을 경우 처벌하지 않을 수 있는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지 않아 경찰의 인지수사 가능성마저 제기됐다. 이 같은 가족 간 막장 드라마에 여론이 악화되며 자칫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에 주주권 행사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공동 사과 카드를 꺼내게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공동 사과가 사태 수습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여전히 남매간 경영권 분쟁의 불씨가 살아 있기 때문이다. 호텔계열 분리 등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는다면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을 두고 가족 간 표 대결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여기다 호시탐탐 경영참여를 선언하는 사모펀드 등이 도사리고 있다. 현재 3남매의 지분은 각각 6% 수준이며 어머니인 이 고문이 5.31%를 갖고 있다. 조 회장 입장에서는 본인 지분에 누나와 동생·어머니 지분을 모두 확보한다고 해도 경영권의 자력 방어가 어려울 만큼 지분구조가 취약한 상태다.

한진칼의 경영참여를 선언하며 조 회장 일가를 공격하는 강성부 사장의 KCGI는 지분 17.29%로 단일 주주로는 최대주주다. 또 KCGI는 ㈜한진의 2대 주주로 지분율 10.17%를 갖고 있다. ㈜한진도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한진그룹 총수 일가와 함께한 류경표 대표이사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이 계획돼 있는 만큼 주주들의 의견이 중요하다. 다만 이에 대해 KCGI는 “입장이 없다”며 향후 벌어질 수 있는 다양한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한진그룹 오너 일가와 KCGI는 내년 3월 주총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서는 우군 확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조 전 부사장이 남매간 갈등을 외부에 공개하면서도 조 회장 측과 협의를 위한 접촉을 하고 있는 이유다. 한진그룹 오너 일가는 가족을 비롯한 우군 지분을, KCGI는 그 외의 주주 지분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으로 가능한 시나리오이기 때문이다. 현재 반도건설·국민연금·델타항공은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다. 한진 오너가가 경영권을 통째로 빼앗기지 않으려면 일단 제 식구 단속부터 먼저 해놓고 KCGI와 결전을 치르는 것이 승리할 확률이 높은 상황인 것이다.

일각에서는 오너 일가와 KCGI가 손을 잡는 파격 카드도 완전히 배제하고 있지 않다. KCGI는 기존에 조 회장 선임이 적법한지에 대해 소송을 냈고 조 전 부사장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히면서 오너 일가와 대립해왔다. 하지만 투자 자금 엑시트 기한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에 혼란한 틈을 타 경영권 안정화에 따른 기업가치 상승을 노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박시진기자 see120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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