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한겨레

[사설] 20년만의 '공수처' 입법, 검찰개혁 이제 시작이다

입력 2019.12.30. 19:26 수정 2019.12.31. 02:46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운영법'이 우여곡절 끝에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촛불시위 이래 온 국민이 제1의 개혁과제로 요구해온 검찰개혁이 이제야 첫발을 뗀 것이다.

애초 "국회 결정에 따르겠다"며 검찰개혁 입법에 동의하고, 장기적으로 검찰은 기소권만 갖는 게 맞는다던 '윤석열 검찰'이 독소조항 운운하며 공수처 비판에 나선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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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년 입법청원 이후 23년만의 결실
'공룡 검찰'이 '병아리 공수처' 반대
후속입법해야 경쟁·견제체제 완성
문희상 국회의장이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을 가결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운영법’이 우여곡절 끝에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촛불시위 이래 온 국민이 제1의 개혁과제로 요구해온 검찰개혁이 이제야 첫발을 뗀 것이다. 1996년 참여연대가 입법청원한 지 23년, 참여정부가 법안을 만든 때로부터 15년 만의 일이다. 당연히 축하할 일이지만, 너무 늦었다는 아쉬움은 피할 길이 없다.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을 위한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개정이 마무리되면 검찰개혁 입법도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다. 앞으로 기구 구성과 인사 등을 통해서 공수처가 제대로 안착하기까지, 국회와 검찰은 물론 국민들의 관심과 성원이 필요하다.

이날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은 애초 법무·검찰개혁위가 만든 초안에 비해선 규모와 권한 등 모든 면에서 대폭 후퇴한 게 사실이다. 수사검사 25명(처장·차장 포함)으로 검찰의 지청 수준밖에 안 되는데다 수뇌부 임기도 3년에 불과하고 중임도 불가능하다. 수사 대상엔 대통령과 3부 요인을 비롯한 고위공직자(3급 이상)가 포함되지만, 기소권은 판검사와 경찰에 한해서만 갖는 것도 한계다. 과연 얼마나 유능한 인재들이 지원할지 걱정되는 대목이다.

이런 판국에 일부에서 공수처의 설립 취지와 실상을 왜곡하고 있는 것은 매우 유감이다.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보수 야당·언론을 중심으로 ‘정권의 방패’ 운운하는 게 대표적이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은 추천위원 7명 중 6명이 찬성해야 가능해, 추천위원 2명을 천거하는 야당의 거부권이 보장되는데도 억지 주장을 펴고 있다.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검찰과 일부 언론이 제기한 ‘사전 통보 의무’ 비판도 공수처가 고위공직자 전담 수사기관이란 사실을 간과한 논리다. 중복 수사를 막기 위해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면 그 권한은 공수처장이 갖는 게 당연하다. 애초 “국회 결정에 따르겠다”며 검찰개혁 입법에 동의하고, 장기적으로 검찰은 기소권만 갖는 게 맞는다던 ‘윤석열 검찰’이 독소조항 운운하며 공수처 비판에 나선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공룡 검찰이 병아리 공수처를 반대’한다는 임은정 검사의 비유가 정곡을 찌른다.

국정농단·사법농단 수사와 최근 청와대 수사에서 드러나듯이 검찰은 성역 없는 수사를 과시하면서도 유독 ‘검찰 농단’ 사건은 덮어왔다. 전직 대통령, 대법원장을 구속하고 직전 법무부 장관까지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도 ‘검찰 식구’들은 철저히 비켜갔다. 더구나 최근 패스트트랙 수사와 야당 수뇌부 수사를 의도적으로 지연·회피하는 태도는 검찰개혁 입법 저지를 위해 보수 야당과 공동전선을 펴는 게 아니냐는 강한 의구심마저 불러일으키고 있다.

검찰개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검찰의 과도한 권한을 제한해 수사기관 사이 견제·경쟁 체제를 만드는 작업이 겨우 첫발을 내디뎠을 뿐이다. 수사권 조정과 경찰 개혁 등 후속 입법을 마무리하고 수사 관행과 문화를 제대로 바꿀 때까지 개혁의 고삐를 늦춰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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