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 공수처법 격노했던 윤석열, 신년사로 반발하나

조강수 2019. 12. 31.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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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수사 견제하려는 의도로 판단
"중수부, 대통령 직속으로 부활한 셈"
조직적 반발 땐 '검란' 번질 수도
주변 "윤, 사퇴할 스타일은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 참석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이제 볼모로 잡은 민생ㆍ경제법안을 놓아주시길 바란다“며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정치권은 엄중히 여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정치권의 시녀’를 개혁한다더니 ‘공수처의 시녀’로 전락시켰다.”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이 표결로 통과되자 검찰 내부에선 “검치(檢恥)의 날”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반헌법적 수사체계의 세계로 막 들어섰다”는 등의 울분 섞인 토로가 흘러나왔다.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가 막판에 끼워넣어 통과시킨 ‘범죄 인지 시 공수처 통보’라는 ‘독소조항’의 부작용 등을 겨냥한 것이었다. 검찰이 이처럼 거세게 반발하는 건 공수처법 추가 조항이 현재 검찰이 진행 중인 수사에 대한 여권의 견제 의도가 담겼다고 보는 측면이 크다.

검찰의 한 중간 간부는 “윤석열 검찰총장과 일선 검사들이 ‘뒤통수를 맞았다’고 한 건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과 조국 전 민정수석 등의 공수처법 원안 수정 약속이 공염불이 됐기 때문”이라며 “특히 공수처에 검경이 수사 중인 사안을 가져다 수사할 수 있는 ‘수사 우선권’이 부여돼 있는 데 더해 범죄 인지 시 통보조항까지 추가되면서 격앙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간부는 “이번 공수처 조직은 비유하자면 기소권까지 갖는 과거 ‘청와대 사직동팀’(직할 수사팀) 또는 검찰총장 산하가 아닌 대통령 직속 ‘대검 중수부’의 부활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윤 총장 주재로 열린 대검 간부회의에서도 형사사법체계의 혼란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이 나왔다고 한다.

공수처법이 통과됨으로써 사태가 확산되느냐, 가라앉느냐의 가늠자는 두 가지다. 하나는 반발하는 일선 검사들의 움직임이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져 조직적 반발로 이어지면 검란(檢亂)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 일각에서는 검사들이 대놓고 집단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는다. “국회에 최선을 다해 공수처법의 형사사법상 문제점을 충실히 설명했고, 검찰 의견서를 전달했다. 언론에도 호소했다. 할 건 다했다. 우리는 법 집행기관이다. 법이 국회에서 통과됐으니 달리 거부할 방도는 없다.”(대검의 한 간부)

윤석열
또 하나는 윤석열 총장의 거취 문제와 대응 수위 및 방향 결정이다.

일단 거취와 관련해선 윤 총장이 책임질 일이 아니라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독소조항을 끼워넣은 수정안을 표결에 부친 국회의 잘못이 크다는 것이다.

한 전직 검찰총장은 “윤 총장이 사표를 내면 눈엣가시가 떨어져 나가 청와대와 여권이 좋아하겠지만 ‘청와대 하명 및 선거개입 사건’ 등에 대한 수사 도중 사퇴하는 건 맞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법 집행의 최고 결정권자로서 공수처 법안의 문제점에 대해 선언은 하고 가는 게 맞다고 그는 덧붙였다.

검찰 고위 간부는 “과거에 중도 사퇴한 총장들은 검경 간의 수사권 조정 합의가 깨졌거나 대검 중수부 폐지 움직임에 대해 부하 검사들이 수뇌부를 비토했기 때문”이라며 “이번엔 국회가 뚝딱 만든 법이니 윤 총장이 책임질 일도 아니고, 윤 총장이 수사 말고 이런 일로 사퇴할 스타일도 아니다”고 전망했다.

그렇다면 윤 총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까. 그냥 침묵하고 넘어갈까.

아닌 것 같다. 한 검찰 관계자는 “오는 1월 2일 윤석열 총장이 신년사 형태로 입장을 밝히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헌법소원을 내는 방안도 있다. 김영삼 정부 때 검찰총장의 퇴임 후 2년 내 공직 취업 금지와 관련해 전직 검찰총장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내 위헌 결정을 받은 사례가 있다. 이번 공수처법이 공수처와 검찰을 종속관계로 규정한 만큼 검찰의 명운이 걸려 있다고 판단하면 가능하다.

조강수 사회에디터 pinej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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