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 논란 조항 많아..검찰·공수처 '수사 권력' 놓고 충돌 가능성

박진석 입력 2019. 12. 31. 00:07 수정 2019. 12. 31. 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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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에 사건 이첩 요청권한
검찰 독주체제 시스템 변화 예고
공수처 '뭉개기 수사' 현실화 땐
검찰 역수사 등 갈등 폭발 우려도
30일 국회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수정안이 재적 295인, 재석 176인, 찬성 159인, 반대 14인, 기권 3인으로 통과되고 있다. 최종 투표결과는 177인에 찬성 160인으로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찬성표가 집계 누락으로 이후 추가됐다. [뉴스1]
#2020년 12월 검찰이 청와대 핵심 간부 A씨의 뇌물수수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은 은밀한 물밑 조사 끝에 신빙성이 있다고 잠정 결론내고 관계자들을 입건했다. 하지만 후속 수사는 이뤄지지 못했다. 검찰로부터 사건 내용을 통보받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우리가 수사하겠다”며 사건을 넘겨받아 갔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통 수사 진행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A씨가 뇌물 공여 혐의자와 수시로 접촉하는 등 증거 인멸에 나섰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검찰은 분통이 터졌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공수처의 탄생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가상의 시나리오다. 물론 야당과 검찰에서 제기하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것이지만 공수처법에 따르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공수처의 등장은 검찰 독주 체제였던 국가 수사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뒤흔들 수 있는 대형 사건이다.

현재로서는 공수처의 우위가 점쳐진다. 30일 국회를 통과한 공수처법에는 공수처의 수사 우선권, 검찰 등에 대한 사건 이첩 요구권 등 막강한 권한들이 포함돼 있다. 게다가 공수처는 고위공직자 관련 핵심 범죄혐의 대부분을 수사할 수 있다.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는 대형 사건은 공수처가 독차지할 가능성이 크다. 사회적 이목이 쏠리는 대형 사건을 맡게 되면 자연스럽게 존재 가치가 높아진다.

하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검찰이 순순히 물러날 리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 때문에 공수처 설립 초기에는 양측이 사사건건 첨예하게 대립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공수처법에 독소조항으로 불릴 정도로 논란이 되는 조항이나 해석의 여지가 있는 모호한 부분들이 적지 않다는 점을 양측 충돌의 불씨로 제시한다.

특히 문제의 24조를 적용하는 과정에서 첫 충돌이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많다. 고검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찰이 공직자범죄 인지시 공수처에 통보하도록 한 조항과 관련해 “검찰이 입건 직후 공수처 통보와 피의자 소환을 동시에 해버리면 공수처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다. 이미 검찰에 소환된 범죄 혐의자를 공수처가 내놓으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공수처에 대한 사건 이첩 자체를 거부할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한 전직 검사장은 “법에는 ‘공수처장이 수사 진행 정도 및 공정성 논란 등에 비춰 사건의 공수처 이첩을 요구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그런데 검찰이 ‘수사 진행 정도 및 공정성 논란 등에 비춰 공수처 이첩이 적절치 않다’는 이유로 요구를 거부한다면 어떻게 될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사건 이첩’은 어려 요건에 맞아야 가능해지는 개념이라 검경 간 사건 송치와는 차원이 다르다”며 “심지어 공수처법에는 이첩 거부 시의 처벌 조항도 없다”고 말했다.

공수처의 ‘뭉개기 부실수사’가 실제로 벌어진다면 양측의 갈등이 절정으로 치달을 수 있다. 이 경우 야당 등에서 공수처장이나 공수처 검사 등을 직무유기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할 가능성이 있고, 검찰이 공수처장 등을 수사하겠다고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어서다. 공수처법에는 공수처장이 공수처 검사의 범죄 혐의를 검찰에 통보하는 걸로 돼 있지만 수사 주체를 명확하게 명시하진 않고 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법만 봐서는 공수처장을 포함한 공수처 검사에 대한 수사권이 어디에 있는지 명확하지 않다. 큰 논란의 불씨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진석 사회에디터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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