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황교안, 비례 의원 안한다..이낙연, 종로 출마 뜻 굳혔다
황교안 "내년 총선은 마지막 기회"
측근 "불출마냐 험지 출마냐 숙고"
이낙연 "정세균 총리 가면 종로 비어
당내서 동지들과 싸우지 않아도 돼"
황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황 대표가 내년 4·15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출마하는 안을 선택지에서 지웠다”며 “창당 작업 중인 ‘비례한국당’ 등 비례대표 정당에도 가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역구 험지 출마와 불출마를 놓고 숙고하고 있다”고 했다. 황 대표는 최근 이 같은 취지의 발언을 측근들에게 했다고 한다.
황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 나와 “내년 4월 총선은 국민이 우리에게 주는 마지막 기회”라며 “국민이 원하고 나라가 필요로 한다면 모든 것을 바꾸고 내려놓을 수 있다는 각오로 임하겠다”고 말했다. “새로운 변화를 기대하는 국민 눈높이에 부응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다하겠다. 뼈 깎는 쇄신을 통해 혁신적이고 가장 공정한 공천을 하겠다”고도 했다.
그간 한국당 내부에선 황 대표가 비례대표 앞 순위를 받고 전국 선거운동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과 지역구 출마로 정면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또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된 이후엔 차라리 황 대표가 비례정당의 ‘얼굴’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런 가운데 황 대표가 ‘비례 카드’를 접은 건 21대 국회에 진입하는 안정적인 길을 포기했다는 의미다. 한국당 당직자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정국이 마무리되면 그간 잠복해 온 공천과 물갈이 등 당내 갈등이 분출할 수 있는데 황 대표가 ‘비례 포기’로 선수를 치고 나온 셈”이라며 “정치적 승부수를 띄운 것”이라고 말했다.
비례 출마를 하지 않게 되면서 황 대표로선 서울·수도권 전략지 출마가 우선 점쳐진다. 총선 불출마도 선택지 중 하나로 거론된다. 전폭적인 보수 쇄신을 위한 가장 강력한 카드라는 주장이다. 지지부진한 보수 통합에도 변곡점이 될 수 있다. 최근 한국당 총선기획단은 당 지도자급 인사의 험지 출마를 강력히 권고 중이다. 다만 “곧바로 대권행을 택하기엔 2년이란 기간은 너무 길다”란 반론이 만만치 않다.
황 대표는 자신의 거취를 비롯한 총선 계획을 담은 대국민 담화를 준비 중이다. 담화 발표일은 내년 1월 2일이나 총선 ‘D-100일’인 1월 6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이낙연 총리는 30일 JTBC 뉴스룸에 출연, 종로 출마를 전제로 한 세 차례 질문에 모두 시인성 답변을 했다. 그는 “내년 총선에서 종로에 출마하느냐”는 물음에 “대체로 그런 흐름에 놓여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왜 종로여야 하느냐”는 질문에 이 총리는 “정세균 의원이 총리로 가게 되면 (종로가) 비게 되니까 당내에서 동지들과 싸우지 않아도 되지 않느냐”고 답했다. “(단지) 그런 면 때문에 (종로에 가느냐)”란 물음에도 이 총리는 “당에서 중진 의원이 자리를 비운 자리는 전략공천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싸우면 후배들과 싸워야 하는데 그런 건 피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이 총리는 또 차기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상황에 대해 “그런 조사가 너무 일찍 나왔다는 생각을 하고, 제가 어쩌다 이렇게 됐나 싶기도 하고 분에 넘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임을 전제로 한 질문들을 피해가지 않았다. “(호남 출신이라는) 지역적 한계를 이야기하는 것에 대한 반론은 뭐냐”는 질문에 이 총리는 “우리 사회가 많이 변했다는 걸 곧 실감하게 될 것”이라며 “지역보다는 세대라든가 다른 갈등 구조가 좀 더 커지고 있는 것 아니겠나. 그런 변화가 우리 사회에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현일훈·한영익·정진우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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