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삐에로쇼핑'은 왜 실패했나?

김경은 기자 2019. 12. 31.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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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에로쑈핑 명동점. /사진=이마트

강희석 이마트 대표가 취임 한달 만에 칼을 빼들었다. 실적이 부진한 기존점은 과감히 리뉴얼하고 전문점 사업은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등 본격적인 체질 개선에 돌입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야심차게 추진해온 만물잡화점 ‘삐에로쑈핑’도 문을 닫는다.

지난 10월 구원투수로 영입된 강 대표는 인사 공고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구조조정안을 내놨다. 이마트가 올해 사상 첫 분기 적자를 기록하는 등 부진했던 만큼 구조조정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하겠다는 방침이다. 기존 유통강자 이마트가 2020년 다시 회복세로 돌아설지 귀추가 주목된다.
삐에로쑈핑과 돈키호테, 뭐가 달랐나 

이마트는 올해 기존 점포의 30% 이상을 리뉴얼하고 삐에로쑈핑·부츠·일렉트로마트 등 전문점 사업을 수익성 중심으로 재편한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이마트의 미래 성장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이마트 측은 설명했다.

이번 사업 재편 방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삐에로쑈핑의 전면 폐점이다. 이마트는 전국 6곳에 운영 중인 삐에로쑈핑 점포를 차례로 정리할 계획이다. 이미 지난해에만 의왕점, 논현점, 명동점이 영업을 종료했다.

삐에로쑈핑은 일본 할인숍 ‘돈키호테’를 벤치마킹한 만물상 콘셉트의 잡화점이다. 2018년 6월 정 부회장이 직접 “1년 동안 모든 걸 쏟아 부어 준비했다”며 야심차게 선보인 브랜드다. 하지만 정 부회장의 파격 경영실험은 결국 실패로 끝나게 됐다.

삐에로쑈핑은 ‘펀&크레이지’를 콘셉트로 ‘재미있는 상품’과 ‘미친 가격’을 내세웠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삐에로쑈핑이 상품과 가격 둘 중 어느 하나도 잡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백화점·대형마트·다이소 등 기존 유통업체들과 비교할 때 경쟁력이 없어서다.

삐에로쑈핑 매장에는 1000원대 생필품부터 명품까지 4만여개 상품이 ‘압축진열’(바닥부터 선반, 천장까지 물건을 가득 채워 판매하는 형태)돼 있다. 직원마저 ‘저도 그게 어딨는지 모릅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있을 정도다. 삐에로쑈핑은 이를 통해 고객이 직접 매대 구석구석을 탐험하면서 매장에 오래 머무르도록 했다.

하지만 좋은 구경거리가 됐을 뿐 정작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진 못했다. 삐에로쑈핑은 이마트와 겹치는 상품을 전체의 20%로 줄이고 대형 브랜드 대신 중소기업 제품을 위주로 상품을 구성했다. 다른 유통업계와 차별화를 위한 전략이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복잡한 매장에서 익숙지 않은 상품을 마주할 뿐이었다. 

가격 경쟁력도 떨어졌다. 삐에로쑈핑은 온라인쇼핑에 익숙한 20~30대를 오프라인 매장으로 돌리기 위한 취지에서 기획됐다. 하지만 이커머스는 물론 경쟁사인 다이소에 가격 면에서 밀렸다. 돈키호테가 일본의 온라인 쇼핑몰인 아마존 재팬 보다 저렴한 것과 대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애초에 콘셉트가 무리였다. 돈키호테는 상품별로 코너가 나눠져 있는데 삐에로쑈핑은 정돈이 안되고 어수선하다”며 “가격도 애매모호하다. 저가 제품은 대형마트보다 비쌌고 고가 제품은 애초에 안 팔린다. 누가 명품을 잡화점에서 사겠나”라고 지적했다.

삐에로쑈핑을 포함한 전문점 사업은 연간 900억원의 적자를 내고 있다. 이마트는 수익성 제고를 위해 부츠와 일렉트로마트 등 기타 전문점도 점포별로 효율이 낮은 곳을 폐점할 계획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전문점은 높은 임차료 등으로 수익확보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이마트의 경영효율을 높이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과감한 사업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강희석 이마트 대표. /사진=머니S

◆적자 이마트, 체질 개선할까

이마트는 수익개선으로 확보한 투자재원을 기존점 리뉴얼과 성장성이 높은 전문점을 확대하는 데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이마트는 식료품 상품기획(MD)과 식음브랜드를 강화하고 식료품점와 몰이 결합된 복합모델 형태로 개발할 예정이다. 온라인으로 이탈하는 소비자들을 되돌리기 위해 푸드코트, 신석식품 등 오프라인 매장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체험 요소를 늘리겠다는 복안이다.

국내와 달리 성장성이 뚜렷한 해외 진출도 확대한다. 노브랜드는 내년 필리핀에 점포 8곳을 새로 연다. 2015년 베트남 등 4개국에 처음 상품 수출을 시작한 노브랜드는 현재 수출국을 20여개 국가로 확대했으며 수출액도 2015년 약 20억원에서 지난해 70억원 수준으로 250%가량 증가했다.

화장품 전문점인 센텐스도 내년에 추가로 매장 2곳을 필리핀에 열 계획이다. 지난해 사우디 최대 유통그룹과 프랜차이즈 계약을 체결해 센텐스 브랜드를 수출한 이마트는 현재 사우디에 2개, 필리핀에 1개 등 모두 3개의 해외 프랜차이즈 매장을 운영 중이다.

업계에선 이마트의 변신이 예고된 수순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마트는 지난해 2분기 299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창사 26년 만에 처음 맞는 일이다. 이에 이마트는 지난해 1월 컨설팅 회사 베인앤드컴퍼니의 강희석 소비재·유통 부문 파트너를 대표이사로 영입하는 파격을 택했다.

이번 사업 개편안은 강 대표가 영입 뒤에 내놓은 첫번째 작품이다. 사주가 직접 만든 브랜드인 삐에로쑈핑마저 접을 정도로 구조조정의 강도는 컸다. 업계에서는 강 대표가 이마트를 이끌면서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이마트 연결 기준 매출은 19조80억원으로 전년보다 11.5% 늘어나는 반면 영업이익 컨센서스(추정치)는 2138억원으로 전년대비 53.8% 급감할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2987억원으로 지난해보다 39.7% 급증할 것으로 추정된다. 매출 컨센서스는 지난해보다 6.8% 늘어난 20조2967억원이다.

오린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마트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감행하는 전문점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올해 실적에 긍정적인 효과로 나타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25호(2019년 12월31일~2020년1월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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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은 기자 silv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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