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으로 불법 저지르면 엄정 대응"..靑 선거개입 겨눴나

박사라 2019. 12. 3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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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누구라도 돈이나 권력으로 국민의 정치적 선택을 왜곡하는 반칙과 불법을 저지른다면 철저히 수사해 엄정 대응한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선거범죄 수사 대비를 주문한 것이지만 현재 검찰이 수사 중인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사건을 염두에 뒀다는 해석이 나온다.

윤석열


송병기 구속 심사 날 “국민의 선택 왜곡은 불법”
윤 총장은 31일 2020년 신년사를 통해 “선거 사건에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은 단순히 기계적 균형을 추구하는 게 아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정치, 경제 분야를 비롯해 사회 곳곳에 숨어있는 불공정에 단호히 대응하는 것은 우리 헌법의 핵심 가치를 지켜내는 일”이라며 “지금 진행 중인 사건의 수사나 공판 역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질서의 본질을 지켜내기 위해 국민이 검찰에 맡긴 책무를 완수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했다.

윤 총장은 “검찰총장으로서 헌법정신과 국민의 뜻에 따라 묵묵히 소임을 다하는 여러분을 응원하고, 여러분의 정당한 소신을 끝까지 지켜드리겠다”고 강조했다.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 [연합뉴스]

이날은 청와대와 공모해 지난해 울산 시장 선거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구속영장실질심사가 열리는 날이었다. 검찰은 이 사건을 ‘대의 민주주의의 훼손’이라 규정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여권과 지지층에서 검찰을 공격하며 수사를 흔들려는 상황에서 검찰 수사의 정당성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며 “한 마디로 모든 것은 내가 지고 갈 테니 원칙대로 수사하라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위헌 논란’ 공수처 통과 직후 ‘헌법 정신’ 강조
이날 신년사에선 ‘헌법’과 관련된 단어가 계속 등장했다. 헌법 구절을 직접 인용하기도 했다. 윤 총장은 “어떤 사사로운 이해관계도, 당장의 유ㆍ불리도 따지지 않고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며 바른길을 찾아가야 한다”면서 “그렇게 하는 것이 헌법정신을 실현하는 데 기여하는 검찰의 책무”라고 했다.

위헌 지적이 제기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이 전날 국회를 통과한 것을 에둘러 비판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자유한국당은 “헌법에 설치 근거가 없는 공수처가 검찰 위에서 사건을 보고받고 지휘하는 건 위헌 소지가 있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윤 총장은 “형사사법 관련 법률의 제ㆍ개정으로 앞으로 형사절차에 큰 변화가 예상되나, 부정부패와 민생범죄에 대한 국가의 대응 역량이 약화되는 일이 없도록 국민의 검찰로서 최선을 다하자”고 강조했다.


신년사 직접 작성…"아침까지 고민했다"
31일 윤석열 검찰총장과 강남일 차장검사가 점심을 위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구내식당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 자체 개혁도 다짐했다. 윤 총장은 “그간의 검찰권 행사 방식, 수사 관행과 문화를 헌법과 국민의 관점에서 되돌아보며, 과감하고 능동적인 개혁을 추진해 왔다”면서 “검찰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기관이 될 때까지 중단 없는 개혁을 계속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신년사는 대검 간부들과 논의를 거치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윤 총장이 직접 작성한다”며 “공수처법 통과 등 검찰을 둘러싼 환경 변화에 대한 입장을 신년사에 담을지 이날 아침까지도 논의가 오간 건 맞다”고 전했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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