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중산층 5년새 22→16% 줄고..60대 이상은 크게 늘어

이지용,김태준,문재용,오찬종,김연주,양연호,송민근 입력 2019. 12. 31. 17:12 수정 2020. 1. 2. 11:1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30은 취업난 시달리고
40대는 구조조정으로 밀려나
청장년 '니트족' 130만 육박
3040 중산층비율 10%P 감소
상하위 20%간 소득격차
2019년 사상 최악으로 벌어져
국민 34%만 "나는 중산층"

◆ 2020년 신년기획 경제가 먼저다 / 중산층이 희망이다 (上) ◆

#1980년대 수도권 대기업 직원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이형석 씨(가명·61). 그는 현재 대구에서 자동차 정비·부품판매 업체를 운영한다. 1990년대 말에 직장을 관두고 창업했지만 현재까지 중산층 소득(중위소득의 50~150%)을 올리고 있다. 큰돈을 벌진 못했어도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아왔다. 대구 시내 중대형 아파트를 구매했고, 두 자녀 대학 학비를 모두 마련했다. 이씨는 "힘들었던 때도 있었지만, 열심히만 살면 어떻게든 생활을 꾸려 나갈 수 있었던 시대였다"고 회상했다.

#지난해까지 서울의 소프트웨어 기업에서 일했던 김기영 씨(40). 그는 지금은 낮에는 음식점 종업원, 밤에는 대리기사로 '투 잡'을 뛰며 간신히 월 300만원의 소득을 얻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생계를 유지하기엔 부족한 '워킹푸어'다. 그는 "몸담았던 기업이 매출은 줄고 임금 부담이 늘면서 결국 구조조정을 했다"며 "동종 직종에서도 최근 사람을 뽑지 않아 1년 가까이 구직을 하며 알바를 뛰고 있다"고 말했다.

중산층은 흔히 왕성한 소득 활동, 활발한 소비로 국가 경제의 기틀을 이루는 계층으로 기대를 받는다. 문재인정부가 '최저임금 인상' 등 소득주도성장을 내걸고 저소득층을 지원하고 보편적 복지를 공격적으로 확대한 것도 저소득층을 중산층으로 끌어올리고 현재의 중산층을 버팀목으로 삼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현재 한국 중산층의 실상을 살펴보면 이런 정부 계산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 것이 확인된다. 중산층이 급속도로 활력을 잃어 가고 역으로 소득불평등은 더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매일경제가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의뢰해 가계동향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기초연금·아동수당 등 정부 지원금을 제외한 소득을 기준으로 1인 가구를 포함해 파악한 올해 3분기 균등화 시장소득 5분위 배율은 13.32배로 조사됐다. 2년 전(9.9배)보다 3.4배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3분기 기준 5분위 배율이 13배를 넘은 것은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6년 이후 처음이다. 소득불평등 문제는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두드러진 문제다. 그러나 최근 한국 사회에서 드러난 현상의 심각성은 경제 '버팀목' 격인 젊은 중산층의 붕괴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데 있다.

매일경제가 자체적으로 가계금융복지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5년 전인 2013년 30·40대 중산층 비율은 절반을 넘었다. 그러나 2018년 현재는 40%를 겨우 넘어선 '턱걸이'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반면 5년 전 45.2%에 그쳤던 50·60대 중산층은 작년 60% 수준에 근접했다. 인구 감소와 더불어 중산층 진입을 앞두거나 중산층에 진입했던 젊은 중산층이 주저앉아 '워킹푸어' 계층으로 전락하고 베이비부머 세대는 은퇴 뒤에도 여전히 풍요로운 노후를 이어가는 전형적인 '재패니피케이션(Japanification·일본화)' 현상으로 분석된다.

우리나라 중산층의 현주소가 일본을 닮아 가는 건 '워킹푸어' 현상뿐이 아니다. 청년·중년층에서 장기간 취업을 하지 못해 부모에게 얹혀사는 소위 '니트족'까지 급증하는 추세다.

남재량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지난달 노동패널학술조사에서 발표한 '청년 니트와 중년 니트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대 니트는 2000년 31만8000명에서 지난해 77만7000명으로 144.3% 증가했다. 같은 기간 30대 니트는 6만8000명에서 30만5000명으로 348.5% 늘었다.

중년 니트로 분류한 40대 니트는 훨씬 급격히 증가했다. 2000년 40대 니트는 3만3000명으로 미미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19만5000명으로 18년 새 500% 가까이 늘었다. 연령층별로 니트를 보면 절대적인 숫자는 20대가 많았지만, 증가세는 30대와 40대로 높아질수록 가팔랐다. 잃어버린 20년이라는 장기 불황을 겪은 일본에선 중년 니트족이 사회문제가 된 지 오래다. 80대 부모가 50대 니트족 자녀를 부양한다는 뜻의 '8050 문제'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현재 중산층 비율은 정부의 각종 현금성 복지와 노인 일자리 재정 퍼붓기 효과로 간신히 60%를 지키고 있다.

그러다 보니 국민에게 직접 물어본 중산층 체감도는 훨씬 더 '바닥'으로 떨어져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전국 성인 남녀 51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지난달 발표한 '2019년 한국인의 의식·가치관 조사'에선 우리 국민 중 59.8%가 스스로를 '중산층 이하'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조사(53.1%) 때보다 6%포인트 이상 높아졌다. 반면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비율은 2013년 43.9%에서 2016년 38.8%, 올해는 34.6%로 계속 떨어졌다. 가처분소득 기준 중윗값의 50~150% 가구를 중산층으로 분류한 중산층 가구 비율이 현재 60% 수준인 걸 감안하면 국민이 체감하는 중산층 비율은 훨씬 열악한 셈이다.

[기획취재팀 = 이지용 차장(팀장) / 김태준 기자 / 문재용 기자 / 오찬종 기자 / 김연주 기자 / 양연호 기자 / 송민근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