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진실의 목격자, 우릴 믿어야할 이유를 독자에게 증명하라"

워싱턴/강인선 특파원 2020. 1. 1. 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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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100년 / 진실의 수호자들] 영화 '스포트라이트' 실제인물 마틴 배런 WP 편집국장 인터뷰
"거짓 세력이 언론을 하찮고 비인간적인 것으로 만들어
사람들이 우릴 신뢰하지 않으면 저널리즘도 무너진다
뉴스의 속도·정확성·스토리 중 택하라면 단연 정확성

마틴 배런 미국 워싱턴포스트 편집국장은 언론을 "목격자(eyewitness)"라고 했다. "목격자가 되기 위해 이라크로 가고, 시리아로 가고, 자연재해 가운데로 들어간다. 어떤 저널리스트도 거짓과 이데올로기를 퍼뜨리기 위해 목숨을 걸지 않는다." 진실과 사실을 추구하기 위해서 목숨을 건다는 것이다. 그것이 그가 믿는 언론의 본질이다.

언론은 왜 그래야 할까. 배런 국장은 언론의 본질이 '특별한 의무'에서 나온다고 했다. "저널리즘의 기반은 언론 자유를 규정한 수정헌법에 있다. 언론은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헌법이 보장한 기관이다. 그래서 언론은 우리 민주주의를 강하게 하는 규범과 정책, 관행과 법을 옹호해야 할 특별한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마틴 배런 미국 워싱턴포스트(WP) 편집국장이 보스턴글로브 편집국장으로 일하던 2012년 WP로 이직한다는 소식을 알리는 모습. 배런 국장은 보스턴글로브 편집국장 시절 천주교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을 폭로한 탐사 보도를 이끌었다. 그는 "우리는 사실에 충실하고 정확성에 가치를 둔다"고 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그는 유명한 언론인이다. 2001년 보스턴글로브 편집국장 당시 천주교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과 이 사실을 은폐한 천주교단의 비리를 보도했다. 이 보도는 퓰리처상을 받았고, 당시 취재 과정을 그린 영화 '스포트라이트'는 2016년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했다.

지난달 11일 워싱턴포스트 편집국장 사무실에서 배런 국장을 만났다. 사무실 벽에는 영화 '더 포스트(The Post)' DVD가 붙어 있었다. 워싱턴포스트의 기념비적 특종 '펜타곤 페이퍼' 보도 과정을 그린 영화다. DVD 표지에는 'Type the Truth(진실을 기록하라)'라고 적혀 있었다. 주연 배우 톰 행크스가 썼다. 유리벽에는 독자 편지 30여통도 붙어 있었다. 배런 국장은 "민주주의를 지키는 우리에게 보낸 감사 편지"라고 했다. '당신은 대안적 사실(alternative fact)에서 우리를 지켜주고 있다'는 문구도 보였다. '대안적 사실'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거짓을 사실로 포장하면서 사용해 유명해진 신조어다.

―워싱턴포스트는 '민주주의는 어둠 속에서 죽는다(Democracy Dies in Darkness)'를 표어로 하고 있다. 지금이 그런 시대인가.

"민주주의가 죽어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초창기부터 언론을 공격했다. 언론을 하찮고 부당하고 비인간적으로 만드는 용어를 사용했다. 언론으로부터 진실과 사실의 결정자 역할을 빼앗으려고 노력했다. 그는 우리 민주주의의 강점을 시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국장실의 타자기와 영화 '더 포스트' DVD - 마틴 배런 워싱턴포스트 편집국장 사무실 벽에 걸린 타자기와 영화 '더 포스트' DVD. 표지에 '진실을 기록하라(Type the Truth)'고 쓰여 있다. /조의준 특파원

―트럼프 대통령은 일부 언론 보도를 '가짜 뉴스'라고 몰아간다. 또 소셜미디어에선 지금도 허위 정보가 생산되고 있다.

"그래서 나는 '가짜 뉴스'란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대통령이 언론을 폄하하기 위해 고안했기 때문이다. 그가 가짜라고 부르는 뉴스는 대부분 사실이다. 그가 진짜라고 부르는 것은 종종 완전한 거짓이거나 그의 정치적 이익에만 도움이 되는 것이다. 우리 디지털 환경에는 허위 정보와 거짓, 미친 음모론을 퍼뜨리는 실체들이 있다. 거짓을 퍼뜨리는 세력의 이해관계가 있다. 그럼에도 그를 지지하는 대중은 불행히도 그를 믿는다. 그를 믿는 사람과 우리는 완전히 다른 세상에 살게 되는 것이다. 평행 우주처럼. 그것은 큰 도전이다. 우리의 미래는 신뢰성에 달려 있다. 사람들이 언론이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저널리즘의 토대를 훼손하는 매우 거대한 도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직접 대중과 소통한다.

"트럼프도 자신의 견해를 표출할 권리가 있다. 대통령이라고 해서 우리보다 더 적거나 많은 권리를 갖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그것이 도전인가? 그렇다고 생각한다. 전통적 주류 언론이 정부와 기업과 유명 인사들 사이의 중개자가 아닌 시대가 된 지는 오래됐다. 대통령이든, 지역 정치인이든 소셜미디어를 통해 언론을 우회하려고 한다. 그렇지만 우리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은 트럼프가 정치적 양극화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 집단이 말하면 유일한 사실이라고 믿고, 반대편에서 말하면 거짓이라고 생각한다. 보고 들은 것조차 도전받고 있다. 객관적인 진실이 파괴되는 것이다. 실체적 진실이 없는 곳은 정말 위험하다. (견제가 없으면) 권위주의로 향하는 길이 된다. 진실을 지어내고 믿으라고 요구하는 정부로 가는 것이다."

―언론은 어떻게 진실을 전달해야 하나.

"워싱턴포스트 벽엔 '진실을 확인할 수 있는 한 진실을 말하라'라는 원칙이 적혀 있다. 그건 누가 큰 목소리를 가졌는지도 아니고, 인기 유무도 아니며 어떤 정치적 단체와도 무관하다. 그리고 (진실과 팩트는) 얻기가 어렵다. 이를 찾는 것은 투쟁이다. 누구도 그것이 쉽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팩트는 존재한다. 그렇다, 나는 팩트를 믿는다. 정치 집단이 믿는 것이 유일한 진실이라고 믿을 때 우리는 정말 위험한 지경에 이른다."

―대중들은 언론이 얼마나 노력해 취재를 하는지 알지 못하는 것 아닌가.

"그건 사실이다. 워싱턴포스트엔 기자 850명이 있다. 이야기를 지어내기 위해 850명을 두지 않는다. 기자가 많이 필요한 이유는 우리가 정보를 검증하는 데 많은 시간을 들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목격자가 되기 위해 위험한 곳으로 간다. 우리는 독자에게 우리를 믿을 이유를 보여줘야 한다. 우리를 구매하고 읽을 이유를 줘야 한다. 저널리즘의 임무를 포기한다면 우리는 존재할 이유가 없다."

―저널리즘의 임무는 무엇인가.

"언론의 자유를 규정한 수정헌법은 제임스 매디슨(미 4대 대통령)이 대부분 만들었다. 그는 모든 정부 주체가 책임 있게 행동하도록 하는 단체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것이 자유 언론이다. 언론이 그런 헌법상 권리를 갖고 행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진실을 밝혀내고 정부와 강력한 인물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을 뜻한다. 힘없는 많은 사람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고 (누군가) 잘못을 저질렀다는 증거가 있을 때 취재해야 한다. 특히 강력한 기관이 잘못했을 때 그것을 조사해야 할 특별한 의무가 언론에 있다. 권력이 센 기관일수록 잘못된 행동이 큰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대중들도 그것을 알고 있고 (언론에 대한) 비난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하는 일에 감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세상을 바꾼 보도는 어떤 것이 있다고 생각하나.

"워터게이트 보도는 미국에 큰 영향을 끼쳤고, '펜타곤 페이퍼'는 전쟁에 대한 다른 관점을 만들었다. 1960년대 인권 보도는 정말 중요했다. 최근에도 성희롱 관련 보도가 사회에 큰 영향을 미쳤다."

―영화 '스포트라이트'에서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당신 역할을 맡은 보스턴글로브 편집국장이 손가락으로 딱딱 소리를 내며 기사 초고에서 '형용사'를 하나씩 지워나가는 장면이었다.

"아마 기자들만 관심 있는 부분일 것이다, 하하. 나는 그 기사(천주교 사제의 아동 성추행)가 팩트만으로도 강력한 사건이라고 느꼈다. 우리가 (꾸미기 위한) 어떤 형용사를 사용한다면 교회가 우리를 편파적이라고 지적할 것을 우려했다. 그래서 나는 마치 법정에 있는 것처럼 쓰고 사실을 나열해 보려 했다. (형용사와 같은) 언어는 공격할 수 있지만 팩트는 그렇지 않다."

―언론 환경이 크게 변했다. 속도와 정확성, 스토리텔링 등 어떤 것에 더 가치를 두나.

"정확성에 가치를 둔다. 전통적인 가치로서 절대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물론 속도도 중요해졌다. 가치에 충실하면서 (인터넷과 모바일 등) 새로운 기술을 채택하고 포용해야 한다. 사람들은 (기술 발달로) 정보를 빨리 받을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 (빠르고 정확하게 기사를 쓰면) 독자들은 검색할 필요 없이 (기사에서 필요한 정보를) 찾을 것이다."

[마틴 배런 편집국장은] 40년 경력의 베테랑… 국장 지낸 언론사 3곳 퓰리처賞 16차례 수상

마틴 배런(65) 워싱턴포스트 편집국장은 플로리다주(州) 탬파의 초·중·고등학교에서 학생 기자로 일했다. 이후 펜실베이니아주 리하이대에서 언론학·경영학을 전공하고 대학신문사 편집장을 했다. 1976년 플로리다의 마이애미헤럴드 기자로 언론인 생활을 시작해 로스앤젤레스타임스를 거쳐 뉴욕타임스에서도 기자 생활을 했다.

그의 진가는 지난 2000년 그가 마이애미헤럴드 편집국장으로 취임하면서 발휘된다. 마이애미헤럴드는 쿠바를 탈출해 미국으로 오다 보트가 난파돼 홀로 남겨진 6세 소년 '엘리안 곤살레스' 이야기를 발굴해 퓰리처상을 받았다. 2001년 보스턴글로브 편집국장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천주교 사제의 아동 성추행 사건을 파헤치도록 지시해 다시 이 신문에 퓰리처상을 안긴다. 그가 2013년 워싱턴포스트 편집국장이 된 뒤 이듬해 이 신문은 정보기관의 도청 폭로 등으로 2건의 퓰리처상을 받았다. 지금까지 그가 편집국장을 하는 동안 해당 신문들이 받은 퓰리처상은 16개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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