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에 수출 두자릿수 줄었는데..정부 "무역 1조달러" 자찬

김도년 2020. 1. 1.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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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수출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쌓여있는 모습. [뉴스1]


작년 수출 10% 줄었는데…정부 인식은
지난해 수출액(5424억 달러)이 한 해 전보다 10.3% 감소했다. 두 자릿수 감소는 금융위기 이후 10년만의 일이다. 월별로는 지난해 12월까지 13개월 연속 뒷걸음질 쳤다. 그러나 통상 정책을 관장하는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신년사에 반성은 없었다. 오히려 그는 "어려운 대외 여건에서도 3년 연속 무역 1조 달러라는 기념비적 성과를 이뤄냈다"고 자찬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달 5일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값진 성과"라고 치켜세웠다. 후해도 너무 후한 정부의 평가에 전문가들은 고개를 젓고 있다.

'무역 1조 弗' 돌파, 기념비적 성과?
산업부가 1일 발표한 '2019년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무역액(수출액+수입액)은 1조456억 달러였다. 3년 연속 1조 달러를 넘긴 것은 맞다. 정부가 주목하는 점은 미·중 무역분쟁, 브렉시트(Brexit), 홍콩 사태 등 대외 여건과 반도체·석유제품 등 주력 제품군 업황 부진에도 1조 달러를 '사수'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무역액은 2011년 첫 1조 달러를 달성한 이후 2015~2016년 '저유가 위기'를 제외하고 계속해서 1조 달러대를 유지했다. '저유가 위기' 기간을 제외하면 지난해 무역액은 최근 9년 이래로 가장 적은 수준이다.
첫 무역 1조 달러 달성(2011년) 후 무역액.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韓 무역 성과, 다른 나라보다 좋았나
우리만 한 것도 아니다. 글로벌 보호무역 기조 속에서 무역액 1조 달러를 달성한 국가는 한국만이 아니었다. 중국·미국·독일·일본·홍콩 등 주요국이 모두 지난해 1조 달러 이상의 무역액을 기록하면서 한국의 연간 무역액 순위는 7년째 제자리걸음(9위) 중이다. 한국은 2012년 이 순위가 8위까지 오른 적도 있다. 10위권 밖 국가부터는 연간 무역 실적 차이가 커 순위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다.

2019년 세계 무역액 순위.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1조 달러를 넘긴 무역액도 수출이 급격히 줄어든(-10.3%) 가운데, 수입이 그보다 덜 줄면서(-6%) 달성한 것이다. 수출액은 19개월 연속 감소 행진을 기록했던 '저유가 위기' 기간(15~16년)을 제외하면 2011년 이래로 가장 낮았다. 이에 대해 조익노 산업부 수출입과장은 "수출 부진은 제품 단가 하락에 따른 것이었고 연간 수출 물량은 최근 3년 연속으로 안정적인 증가세를 보인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수출 물량 증가율도 2017년 2.7%에서 지난해 0.3%로 하락했다.
연간 수출 물량·수출 단가 증감률.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주력 업종 생산성 향상이 급선무"
전문가들은 최근 수출입 환경이 '무역액 1조 달러' 달성에 안도할 상황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수출이 줄어드는 것과 함께 향후 수출 경쟁력을 뒷받침할 기업의 생산성도 나빠지고 있다는 것이다. 허정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10년간 수출액 증가율도 감소하고 있지만, 기업의 생산성 증가율 역시 저조하다"며 "기업이 수출시장 등지에서 물건을 팔고 원재료비·인건비 등을 빼면 남는 게 없는 국면을 벗어나는 게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반도체와 같은 주력 제조업 육성과 함께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를 낮춰야 하는 점도 해결 과제다. 20대 주력 사업 중 지난해 수출이 감소한 업종은 14개에 이르고, 중국에 대한 수출은 16% 감소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반도체가 전체 수출액의 20% 정도로 쏠려 있어 배터리와 같은 한국 주력 상품이 향후 4~5개는 나와야 한다"며 "수출 경쟁력에서 비용은 중국에, 기술은 일본에 밀리는 상황이기 때문에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지 않으면 수출 증가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세종=김도년·임성빈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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