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길 가겠다"는 안철수.."황교안·유승민 만날 계획 없다"
“안철수 전 대표가 그분들을 만날 계획은 현재로썬 전혀 없습니다.”
2일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정계 복귀 소식이 전해진 직후 안 전 대표 측 인사는 “귀국 후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대표와 만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이 인사는 보수통합보다는 독자 세력화를 통해 4월 총선에 뛰어들 가능성에 더 무게를 뒀다. 안 전 대표 귀국 시점에 대해선 “설 명절인 1월 24일 전에는 들어올 것 같다”며 “총선 준비가 시급한 만큼 안철수계 의원들도 하루라도 빨리 (안 전 대표가) 오길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독자 세력화 가능성= 안 전 대표는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이제 돌아가서 어떻게 정치를 바꾸어야 할지, 어떻게 대한민국이 미래로 가야 하는지에 대해 상의 드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외로운 길일지라도 저를 불러주셨던 국민의 마음을 소중히 돼 새기면서 가야 할 길을 가겠다”고 밝혔다.
정치권은 ‘외로운 길 일지라도’라는 대목에 주목하며 현재 민주당-한국당 양당에 편입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날 안 전 대표는 기존 정치권에 대해 “이념에 찌든 착취 세력”, “낡은 정치와 기득권” 등으로 표현했다. 안 전 대표 측은 중앙일보와의 통회에서 “옳은 길이면 그 길이 힘들고 외롭더라도 가겠다는 게 오늘 메시지의 핵심”이라고 했다.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바른미래당 안철수계 현역 의원과 원외 위원장 등을 중심으로 독자 세력화를 하는 거다. 안철수계 현역은 권은희 의원(광주 광산을)과 비례대표인 이태규 ㆍ이동섭ㆍ김수민ㆍ김중로ㆍ신용현ㆍ김삼화 등이다. 이들 중 일부는 이날 모처에 모여 안 전 대표를 중심으로 향후 어떻게 움직일지에 대해 논의했다.
◇중도보수 통합= 또 다른 시나리오는 바른미래당으로 컴백해 당을 '접수'하는 방식이다. 이를 구심점으로 중도, 보수진영을 아우르는 ‘통합설’도 제기된다.
바른미래당 공동창업주였던 유승민 의원은 이미 신당 창당에 나섰다. 남은 건 손학규계와 호남계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이날 안 전 의원의 정계 복귀에 “적극 환영한다”며 “안 전 대표가 요구하는 바를 최대한 들어주겠다”고 말했다. 다만 손 대표는 "안 전 대표가 돌아와 당권을 요구할 땐 대표직을 내려놓을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지금 단계에서 가정해서 답할 부분은 아니다”라며 “안 전 대표가 돌아오면 대화를 해 보겠다”고 했다.
또다른 호남계인 대안신당과의 접촉면도 있다. 대안신당은 국민의당 시절인 20대 총선 당시 안철수 전 의원을 앞세워 호남에서 28석 중 25석을 얻었다. 이들 입장에서 안 전 대표는 표심을 끌어올 ‘셀럽’이자 호남당 이미지를 극복할 수 있는 카드다. 유성엽 대안신당 창당준비위원장 대표는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안 전 대표가 만나자고 하거나, 손을 내밀면 못 만날 이유 없다”며 “함께 하자는 의사를 보인다면 그에 따라 당내 협의 후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밖에 ‘황교안 지도부’에 반기를 드는 한국당 내 일부 세력이나 보수혁신을 모토로 내건 시민단체 등과의 연대도 가능하다.
◇파급력은=안 전 대표 복귀와 관련해 정치권에선 ‘국민의당 시즌 2’가 될 수 있다는 긍정론과 "이미 한계에 이르렀다"는 부정론이 엇갈린다.
안 전 대표가 주도해 2016년 2월초 창당한 국민의당은 같은해 치러진 4ㆍ13 총선에서 38석을 확보했다. 특히 정당지지율(25%)에선 민주당보다 앞서 2위를 기록했다. 안 전 대표 측은 “총선 71일 전에 당을 만들어 '녹색돌풍'을 일으킨, 승리의 경험이 안철수 DNA엔 자리하고 있다"라며 "이번에도 과감히 속도전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4년 전과 정치 지형이 바뀌었다는 게 지적도 적지 않다. 당장 바른미래당 공동창업주인 ‘유승민계’와 경쟁 구도가 조성되는 분위기다. 양 극단화된 정치지형에서 가뜩이나 협소한 중도를 두고 유승민계와 자칫 나눠먹기를 할 가능성이 높다는 거다. 유승민 의원은 전날 새로운보수당 신년하례식에서“2년 전에 결혼을 잘못해서 고생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아예 ‘안철수 바람’이 미풍에 그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새정치를 지향한 정치인 안철수의 신선함이 이미 퇴색했다는 지적이다. 정청래 민주당 전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단언컨대 안철수는 성공하기 힘들다. 성공했으면 벌써 했다”고 밝혔다.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 역시 “대통령이 되고 싶어서 진보 세력으로 위장 취업을 했다가 실패하니까 다시 돌아간 분”이라며 “안철수 전 대표가 복귀해도 보수 대통합은 절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보수 통합을 추진 중인 한국당도 안 전 의원의 복귀에 나름 촉각을 세우고 있다. '반문연대'라는 보수통합의 그림을 완성하는 마지막 지점에 안 전 대표가 있다는 당내 분석이 적지 않아서다. 황 대표는 이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헌법 가치에 뜻을 같이하는 모든 분과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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