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m 대형고래 최초 부검 '해양쓰레기로 가득할까?'

문준영 2020. 1. 2.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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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제주시 한림항. 참고래 사체 공동 연구진이 부검 하루 전 현장을 방문해 실측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 최초 부검…'바다의 로또'라는 말, 이제는 쓰지 말자

"고래는 인간과 같은 단계의 먹이사슬에 있다. 고래는 바다에 문제가 생겼을 때 인간에게 올 수 있는 영향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생태계 동물이다. 고래를 '바다의 로또'로 보는 시각은 변해야 한다. 인간의 문제를 알 수 있는 바다 건강의 지표로 봐야 할 때다. 이번 연구가 최초의 발판이 될 것이다."

2일 오후 대형고래 연구진 10여 명이 제주시 한림항을 찾았다. 지난해 12월 22일 제주 해상에서 발견된 참고래 사체를 실측하기 위해서다.

이번 연구는 국내에서 최초로 실시되는 대형고래 부검으로 제주대와 세계자연기금(WWF), 서울대와 인하대, 한양대, 충남대 연구진 등이 참여한다. 오는 3일 오전 제주시 한림항 현장에서 부검이 진행될 예정이다.

2일 오후 제주시 한림항. 참고래 사체 공동 연구진이 부검 하루 전 현장을 방문해 실측을 진행하고 있다.


부검 주도를 맡은 이영란 세계자연기금 해양보전팀장은 "이번 연구는 대형고래류 보전을 위한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주에서 대형 고래 사체가 발견된 건 지난 2004년 이후 16년 만이다. 참고래는 해양보전관리법상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돼 가공이나 유통, 보관 등이 불가능하다. 최초 발견 당시 해경이 유통이 가능한 밍크고래로 추정했지만, DNA 분석 결과 참고래로 확인되면서 연구의 발판이 마련됐다.

현장에서 실측을 진행하던 이 팀장은 "산업혁명 때부터 고래잡이가 성행했다. 2차 대전 때는 연료 에너지인 기름과 고기로 활용됐다. 특히 우리나라는 큰 고래가 회유하는 경로였는데, 일제강점기 당시 마구잡이 포획이 이뤄졌다"며 "당시 러시아가 울산에 포경기지를 만들었다. 외세나 열강에 의해 잡던 게 우리의 문화처럼 남아 있다. 이제는 고래에 대한 시각이 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 최초 부검, 어떻게 진행되나

고래는 이빨고래와 수염고래로 나뉜다. 이번에 발견된 참고래는 수염고래로, 소형 갑각류나 소형 물고기 등을 먹는데, 플랑크톤이 잔뜩 든 물을 한꺼번에 먹고 입을 다문 뒤 수염으로 걸러내는 방법으로 먹이 활동을 한다.

참고래는 전 세계에 서식하지만, 아시아 쪽에서는 개체 수가 없어 보호종으로 취급되고 있다. 이영란 팀장은 "현재 보고된 바에 따르면 최대 길이가 27.3m, 무게가 113톤에 달한다"며 "제주에서 발견된 참고래는 길이가 13m 정도로 이제 막 젖을 뗀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2일 오후 제주시 한림항. 참고래 사체 공동 연구진이 부검 하루 전 현장을 방문해 실측을 진행하고 있다.


참고래는 고래 가운데 가장 빠른 종으로 알려져 있다. 시속이 최대 37~46km로 주로 온대 지역에 서식한다. 이 팀장은 "한여름에는 플랑크톤이 많은 극지방에서 살고, 한겨울에는 적도에서 새끼를 낳고 번식 활동을 하는데, 이제야 젖을 뗀 참고래가 무슨 일로 제주 해상 근처로 왔다가 죽었는지, 그 원인을 부검을 통해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부검은 바이러스나 세균, 기생충 감염 여부를 비롯해 인간생활이 고래류 생태에 미치는 영향 등을 밝히기 위한 잔류성 유기오염 물질 분석, 해양쓰레기 분석, 외상 등 다양한 분야로 진행될 예정이다.

부검은 육안 확인을 시작으로 복강을 제거해 가스를 빼낸 뒤 절개 부분을 결정할 예정이다. 이후 지방(blubber)과 견갑골 제거, 복강 등을 노출한 뒤 장기 적체가 이뤄진다. 이 팀장은 "현재 부패가 상당히 진행돼 현장에서 작업 순서 등이 변경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일 오후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제주지사에서 열린 대형고래 공동연구 워크숍 현장. 연구진이 부검계획과 업무 분장을 하고 있다.


기생충 분야를 맡은 김선민 연구원(서울대 수의과대학 박사과정)은 "대형 고래 부검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현재 참고래에서 가장 많이 발견돼 보고되고 있는 '클라시카우다'라는 기생충과 눈에 보이는 기생충 위주로 샘플링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연적으로 분해되지 않아 생태계 동식물 체내에 축적되는 오염물질인 잔류성 유기오염물질(Persistent Organic Pollutants)에 관한 연구도 진행된다. 목소리(한양대 해양융합학과 박사과정) 연구원은 "다양한 유기오염물질이 마지막으로는 해양에 도달하고, 결국 상위포식자까지 올라간다. 태아에게도 영향을 주고, 2세와 다음 세대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며 "해양 포유류가 환경오염의 지표종인 만큼 구체적인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22일 제주 비양도 북서쪽 약 40km 해상에서 죽은 채 발견된 13m 길이 참고래 사체. (사진 :제주해양경찰서)


해양쓰레기 관련 부검도 진행된다. 임지빈 연구원(인하대학교 해양동물학 연구실 석사과정)은 "수염고래는 이빨고래와 달리 비선택적 여과 섭식 방식으로 먹이 활동을 한다. 확인된 고래가 어린 개체라면 쓰레기를 먹을 가능성은 적지만 그래도 사인을 고려해야 한다"며 "고래수염으로 먹이를 걸러 먹는 만큼 수염을 샘플링 해 플라스틱이나 미세플라스틱 등이 없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살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공동연구를 주도한 김병엽 제주대 돌고래연구팀 교수는 "여러 대학에서 분야별로 연구를 진행한 뒤 자료를 공유해 연구 결과가 잘 표출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부검 진행 이후 남은 사체는 전남 장흥에 있는 의료폐기물 전문 소각장으로 옮겨져 폐기처분 될 예정이다. 남은 골격은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에 골격 표본으로 제작될 계획이다.

문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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