씹고 맛보고.. 반복해 소리 내 읽으며 말씀을 묵상하라

양민경 기자 2020. 1. 3.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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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을 위한 성경 묵상법/김기현 지음/성서유니온
사진=게티이미지


가히 ‘묵상의 정석’이라 부를 만한 책이 나왔다. 글쓰기 공동체 ‘로고스서원’를 이끄는 김기현 부산 로고스교회 목사의 새 책 ‘모든 사람을 위한 성경 묵상법’(성서유니온)이다. 책은 묵상집 ‘매일성경’에 2년간 연재됐던 글을 모았다. 저자가 서문에서 밝혔듯 세간에 ‘성경보다 주석이, 묵상보다 묵상 안내서가 더 어렵다’는 말도 있지만, 단언컨대 이 책은 그렇지 않다. 어린이부터 성인, 성도에서 목회자까지 누구나 제대로 묵상할 수 있도록 쉬운 말로 ‘묵상 실전 매뉴얼’을 풀어냈다. 책 중간중간에 본문을 요약하고 이를 고딕 처리해 죽 읽어나가면서도 핵심을 놓치지 않았다.


저자는 30여년간 말씀 묵상을 해왔고 그간 묵상의 중요성을 한국교회에 전파해온 ‘묵상 운동가’지만 자신의 시각만 풀어놓지 않았다. 전·현직 묵상집 편집장 등 이 방면 전문가를 취재해 신학·방법론적 깊이를 더하고 한국교회 성도의 묵상 현실도 반영했다.

저자가 정의하는 묵상의 의미는 간단명료하다. 그냥 ‘성경을 읽는 것’이다. 더 구체적으로는 ‘성경을 반복해서 천천히, 입으로 소리 내 읽는 것’이다. 이렇게 정의한 근거는 시편 1편 2절에 있다. “…주야로 말씀을 묵상하는도다”에서 묵상으로 번역된 히브리어 ‘하가’가 ‘중얼거리다’ ‘속삭이다’란 의미다. ‘눈을 감고 말없이 마음속으로 생각하다’로 해석되는 묵상(默想)과는 거리가 멀다.

성경 말씀을 주의 깊게 곱씹고 되씹는 일이 묵상의 요체이므로, 저자는 묵상할 때 주어진 성경 구절을 최소한 3번, 되도록 5번 소리 내 읽을 것을 권한다. 목소리를 내는 게 여의치 않다면 나지막이 읽거나 성경 낭독을 들어도 좋다. 말씀 반복 읽기는 본문을 깊이 있게, 다각도에서 보게 하고 쉽게 기억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때 중요한 것은 말씀을 천천히, 꼼꼼하게 읽어야 한다는 점이다. 저자는 “적지 않은 이들이 본문을 얼른 본 다음 곧장 해설을 읽으면서 본문 내용을 파악하고 적용점을 찾는다”며 “이는 잘못된 묵상 태도”라고 말한다. 해설은 말 그대로 참고용이다. 해설을 읽는 것 자체가 묵상은 아니다. 해설 볼 시간에 본문을 한 번 더 읽으며 숙고하는 자세가 묵상에는 훨씬 긴요하다.

묵상에 마음은 있되 여유가 없어 엄두도 내지 못하는 직장인이나 학생 등에겐 ‘한 줄 묵상’을 제안한다. 시간 없는 이를 위한 방법인 만큼 쉽고 간단하다. 성경 본문을 3번 이상 천천히 소리 내 읽은 뒤 마음에 와닿는 단어나 구절 하나를 외우거나 메모지에 옮기면 된다. 메모지는 책상이나 벽면, 지갑 등 평소 자주 눈길 닿는 데 놓아야 한다. 일하거나 공부하다 흘낏 쳐다보면서, 혹은 짬날 때 말씀을 곱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면 묵상 시간이 10분이 채 걸리지 않으면서도 일상 속에서 묵상 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다. 그는 “한 줄 묵상은 쉐마(히브리어로 ‘들으라’는 의미)의 현대식 적용”이라며 “이렇게 한 단어, 한 문장을 가슴에 오래 품다 보면 나를 찢고 부수고 깨뜨려 변화시키는 하나님의 손길을 경험할 수 있다”고 말한다.

묵상에 관한 오랜 오해를 풀어주는, 목회자로선 다소 급진적인 제안도 나온다. ‘억지로 적용점을 찾지 마라’와 ‘하기 싫은 날엔 하지 마라’는 조언이다. 저자는 성경을 읽는 그 자체가 곧 적용이라고 말한다. 말씀을 읽고 거기에 푹 잠기면, 억지 적용 없이도 응당 삶에 변화가 생긴다. 말씀은 힘이 있기에, 자주 읽고 생각하다 보면 독자의 가치관도 자연스레 닮아간다. 구약시대 제사법이나 성전 건축, 족보를 다루는 등 적용이 힘든 본문이 성경에 적지 않은 것도 한 이유다.

또 목회자건 평신도건 묵상이 힘든 날엔 쉬어도 좋다고 한다. 묵상 시간이 안 날 만큼 삶이 바쁘고 말씀대로 살아지지 않아 고달프다면, 하루 이틀 쉬고 다시 숨을 고른 뒤 묵상의 길을 걷는 것이 낫다는 의미다.

책에는 이외에도 묵상 중급자와 심도 있는 성경 연구가 필요한 목회자를 위한 묵상 전략, 교회 및 소그룹에서 활용할 수 있는 묵상 노하우 등을 공개했다. 방법은 조금씩 달라도 온종일 말씀을 곱씹는다는 점은 같다. 선물처럼 다가온 새해에는 모두 말씀을 씹고, 맛보면서 하나님과의 교제를 즐겨보면 어떨까.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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