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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대법 다과회 시작하자마자 靑행사 달려간 김명수

양은경 사회부 기자 입력 2020. 01. 03. 03:10 수정 2020. 01. 03. 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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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2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서 새해 시무식(始務式)을 열었다. 대법원장이 각급 법원 판사들과 직원들을 불러 새해 각오를 밝히고 격려를 하는 연례행사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이날 시무식에서 "좋은 재판의 전제인 재판 독립을 위협하는 움직임에 단호히 맞서겠다"고 했다. 곧바로 다과회가 이어졌다.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일선 판사들과 환담을 나누는 자리다.

그런데 다과회가 시작되자마자 사회자가 "대법원장님이 외부 일정이 있어 덕담만 하고 가시겠습니다" 하고 말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김 대법원장은 마이크를 잡고 "금년에 어려움이 많을 테니 열심히 하자"고 한 뒤 10시 23분쯤 자리를 떴다고 한다. 행사장은 잠시 술렁거렸다. 참석자들끼리 "대법원장님이 무슨 중요한 일정이 있으신 것이냐"고 서로 묻기도 했다.

시무식에 참석한 판사들은 잠시 뒤 TV 화면에서 김 대법원장의 모습을 봤다. 이날 오전 11시 서울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정부 신년 합동인사회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악수하는 장면이 보도된 것이다. 한 참석자는 "대법원장이 판사들 불러 놓고 도중에 대통령 행사로 달려가는 건 이전 대법원장 땐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라고 했다.

김 대법원장은 작년 시무식 때도 그랬다. 지난해엔 이유도 밝히지 않고 아예 다과회에 불참했다. 당시 참석자들 사이에선 "대법원장이 갑자기 편찮으신 것이냐"는 말도 나왔다. 최선임 대법관이었던 조희대 대법관이 예정에도 없던 덕담을 하느라 크게 당황했다고 한다. 김 대법원장은 그날 오전 서울 여의도에서 열리는 대통령 참석 신년인사회에 참석했다.

그간 대법원장은 3부 요인 자격으로 대통령 신년인사회에 매년 참석해 왔다. 2018년까지는 대통령 신년인사회가 오후에 열렸다. 이때까지 김 대법원장도 오전에 법원 시무식과 다과회를 다 마치고 오후에 대통령 행사에 참석했다. 그런데 대통령 신년인사회가 오전으로 당겨지자 김 대법원장은 법원 행사 중에 자리를 옮긴 것이다. 한 부장판사는 "법원 시무식 시간을 오후로 늦출 수도 있는데 그리 안 하고 대통령 행사장으로 간 것은 사법부 수장답지 않은 행동"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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