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뉴스] 인감 신청 안 된다고요?.."단지 몸이 불편할 뿐입니다"

남효정 2020. 1. 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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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시청자 여러분의 소중한 제보로 만드는 '당신이 뉴스입니다' 시간 입니다.

'뇌병변 장애인'이라고 하면, 경직된 팔과 다리, 알아듣기 힘든 말 때문에 지적 능력도 떨어질 거라고 생각 하시는 분들 많은데요.

오늘 당신 뉴스는 이런 오해 때문에, 간단한 서류 하나 떼지 못한 뇌병변 장애인 이병기 씨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남효정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 리포트 ▶

서울 광진구에 사는 54살 이병기 씨.

일주일에 세 번 있는 야학 수업을 듣기 위해 전동 휠체어를 타고 집 밖으로 나섰습니다.

이 씨는 손가락 몇 개만 움직일 수 있는 뇌병변 1급 장애인입니다.

손짓이나 표정, 짧은 발성만 가능할 뿐 말을 할 수는 없습니다.

연필을 쥘 만한 힘이 없어서 글도 쓸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 씨는 장애인 활동지원사의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활동지원사가 문자를 음성으로 바꿔주는 앱에 이 씨가 말하고 싶은 내용을 입력해 주면 앱에서 음성이 나옵니다.

[이병기/뇌병변 1급 장애인] "저는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1급 중증 장애인입니다. 하지만 지적 장애는 없습니다."

그런데 이 씨는 지난해 여름 서울 광진구의 한 주민센터에서 인감증명서를 발급받으려다 거부당했습니다.

담당 공무원은 본인이 직접 말이나 글로 신청 사유를 설명해야 한다며 증명서 발부를 거절했습니다.

[이병기/뇌병변 1급 장애인] "(본인) 음성을 통해 발급사유를 확인하지 못하면 직접 의사소통이 안 되는 상황으로 간주해 발급이 안 된다고…"

또 성년후견인과 함께 오거나, 후견인이 오지 못한 사유서를 법원에서 받아오라고 요구했습니다.

[이병기/뇌병변 1급 장애인] "장애인은 인감 신청이 안 된다는 말, 불친절하고 귀찮아하던 모습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아 지금까지도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이 씨는 무엇보다 '성년후견인을' 데려오라고 한 건, 담당 공무원이 자신의 겉모습만 보고 지적장애가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씨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이 사건을 알렸습니다.

인권위는 해당 공무원이 "장애에 대한 충분한 이해나 의사소통 노력 없이, 겉모습을 기준으로 행정 서비스에서 이 씨를 배제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장애의 유형과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인감증명 발급을 거부하지 않도록 사무편람을 개정하라"고 권고했습니다.

전국에는 25만여 명의 뇌병변 장애인이 있습니다.

이 씨는 이들 중 다수가 단지 몸이 불편할 뿐 지적 능력이 떨어지는 건 아니라며 편견을 버려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이병기/뇌병변 1급 장애인] "장애인들을 바라보는 시선에 편견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언제든지 내 가족이, 나도 장애인이 될 수 있습니다. 같이 가는 행복한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MBC뉴스 남효정입니다.

(영상취재: 고헌주, 영상편집: 정소민)

남효정 기자 (hjhj@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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