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범 오해 받는 이민자 고통 그려

2020. 1. 4.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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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파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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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밀라 샴지 지음
양미래 옮김
북레시피

지난 2014년 테레사 메이 당시 영국 내무장관이 파키스탄계 영국인 일가족의 시민권을 전부 박탈하는 사건이 있었다. 자녀 중 한 명이 이슬람 테러단체 ‘알카에다(Al-Qaeda)’ 연계 조직에 몸담았다는 이유였다. 다른 가족들은 자신들은 그와 무관하며 ‘뼛속까지 영국인(British through and through)’이라 주장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그 사건을 모티프로 한 장편소설이다. 저자 카밀라 샴지는 파키스탄계 영국 소설가. 전작 『타버린 그림자』 등을 통해 정치적 상황 속 개인의 정체성 갈등을 주로 다뤘다. 이 소설에서도 ‘테러리스트’ 낙인이 찍힌 무슬림 이민자들의 정체성 고민을 다룬다. 제주 예멘 난민 사태를 겪은 한국사회에도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소설은 다섯 인물의 시선에서 그려진다. 전형적인 무슬림 집안 삼 남매와 영국 고위 정치인으로 살아가는 파키스탄계 이민자, 그리고 그의 아들이 주인공이다. 누군가는 테러단체에 들어가 극단적인 정체성을 드러내고 누군가는 무슬림 자체를 거부하며 스스로를 검열한다. 저자는 모두에게 공평하게 서사를 분배해 무슬림 이민자의 갈등을 입체적으로 그렸다.

이 소설은 고대 그리스 비극작가인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 속 딜레마와도 맞닿아 있다. ‘ISIS 시대를 위해 쓰인 그리스 비극’이라는 평을 받는 이유다. 저자는 2014년 사건 당시 ‘안티고네’를 떠올렸다고 말했다. 두 작품 모두 인간의 정체성이 정치의 영역에 갇혀버릴 때 발생하는 개인의 희생에 대해 말하고 있다. “우리에게는 소중한 그들이 조국에겐 적”이라는 소설 앞부분의 인용문은 두 작품의 연결고리다. ‘안티고네’를 바탕으로 한 세이머스히니의 희곡 ‘테베에서의 매장’에도 나오는 대사다. 소설은 2017년 맨부커상 후보, 지난해 국제 더블린 문학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김여진 인턴기자 kim.yeoji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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