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강연 183회.. 앞으로도 지팡이가 필요 없기를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 2020. 1. 4.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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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김형석의 100세일기]
일러스트=김영석

기다리지는 않았는데, 새해가 성큼 다가왔다. 나에게 새해가 온다는 것은 인생의 석양이 다가온다는 신호다. 과거가 길어질수록 미래가 짧아지기 때문이다.

그래도 지난 1년 동안 바쁘게 많은 일을 했다. 사회적으로 한 강연과 교회를 위한 강연을 헤아려보았다. 모두 183회. 이틀에 한 번씩 강연을 한 셈이다. 집필도 1년 내내 계속했다. 조선일보 주말섹션 '아무튼, 주말'에 매주 백세일기를 보냈고 동아일보에도 한 달에 한 번씩 칼럼을 송고했다. 합하면 60여 편이 된다.

저서도 몇 권 출판했다. 계간지 '철학과 현실'에 3년간 연재한 글들이 '고향으로 가는 길'이라는 제목으로 서점에 나왔다. 기독교 계통 TV에서 강연한 내용은 '왜, 우리에게 기독교가 필요한가'라는 책이 되었다. 성경 강좌 일부인 '교회 밖 하나님 나라'도 출간했다. 철학계 후배와 제자들이 집필한 '영원과 사랑'이 출판되었다. 나의 사상과 삶에 관한 글들을 모은 것이다. 비교적 옛날에 썼던 글들은 '100세 철학자의 인생, 희망 이야기', '100세 철학자의 철학, 사랑 이야기' 등 두 권으로 출간되었다.

내 나이에 이렇게 많은 일을 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나 자신도 뿌듯한 마음을 갖는다. 독자 여러분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지금까지 내가 주관한 세 가지 일 가운데 두 가지는 2019년에 끝을 냈다. 먼저 성경 연구 모임을 마감했다. 다 합치면 수십 년 동안 계속했고, 최근에 1000회를 넘긴 모임이다. 13년 동안 한 달에 한 번씩 계속해오던 화요 모임도 연말에 종강했다. 이제는 강원도 양구에서 열리는 인문학 강의 하나가 남았을 뿐이다. 그 책임은 한 해 더 이어갈 예정이다.

종강을 할 때는 무척 허전한 마음이 된다. 정든 여러분을 같은 장소에서 다시 만날 수 없겠다는 생각에 잠기곤 한다. 모든 일에는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 하지만 공허감을 누르기 힘들다.

요사이는 30분까지는 선 채로 강연을 한다. 그 이상이 되면 앉아서 90분까지는 계속할 수 있다. 경청해 주는 자세에 감사할 뿐이다. 지금까지 그랬듯이 2020년 말까지는 지팡이를 짚지 않고 다녔으면 좋겠다. 참석해 주는 분들에게 미안하지 않기 위해서다. 강연을 끝내고 나면 여러분과 인사를 나누고 사진도 찍는다. 피곤하더라도 미소와 감사한 마음을 보여주고 싶어진다. 그것도 내 강연과 같은 마음의 선물이다.

금년으로 만 100세를 넘긴다. 무엇인가 더 새로운 정신적 열매를 남기고 싶은 심정이다. 문제는 ‘내가 얼마나 더 많은 이웃과 사회를 사랑하는가’에 있는 것 같다. ‘더 오래 우리 곁에 있어 달라’는 인사를 받을 때마다 ‘그래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여러분의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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