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해경, 구조 헬기에 "청장 오실 예정이니 임무에 너무 집착 말라"

김원진 기자 2020. 1. 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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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항공수색 지휘·통제부터 해상과 업무 분담할 ‘조정관’ 지정 안 해
ㆍ처음 도착한 초계기가 떠맡아 고도 조정뿐 ‘청장 의전’ 집중 정황
ㆍ참사 당일 10시30분 이후 “현장 조치할 것 없다” 구조·수색 손놔

완전히 물에 잠기기 직전의 ‘세월호’.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해경이 세월호 참사 당시 항공 구조·수색을 통제하는 항공수색조정관(ACO·Aircraft Coordinator)도 지정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ACO는 해상사고 발생 때 항공 구조·수색하는 헬기나 비행기를 지휘·통제하는 역할을 맡는다. ACO 역할을 떠맡은 해경 초계기 B703호기가 통제보다 의전에 집중한 정황도 나왔다. 해경청장이 참사 현장에 올 때 ‘해경청장이 오실 예정이니 너무 임무에 집착하지 말라’는 취지의 교신이 이뤄졌다.

3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2014년 4월16일 참사 당일 해경은 ACO를 지정하지 않았다.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B703호기가 자발적으로 ACO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보이지만 헬기 사이 고도 조정 등 최소한의 임무만 수행했다.

참사 당시 교신 내용 등을 보면 구조활동 중이던 목포해경 소속 123정과 업무 조정 등 구체적인 구조·수색 지휘 내역은 찾아볼 수 없다.

ACO는 국제항공해상수색구조지침서(IAMSAR)에 나오는 항공수색조정관이다. 헬기끼리 출동하지 않게 고도를 조정하고, 해상 수색 선박들과 업무 분담도 한다.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관계자들에 따르면 일부 해경 구조 담당자만 ACO 개념을 알았다고 한다.

B703호기가 의전에 집중한 정황도 있다. 구조가 한창 진행 중이던 참사 당일 오전 9시58분쯤 B703호기는 교신에서 “잠시 후에 본청 1번님(김석균 당시 해경청장)께서 출발하셔 가지고 현장에 오실 예정이니 너무 임무에 집착하지 말고 안전에 유의하라”고 한다.

오전 10시40분에는 “지금 저 1번님 출발하셨으니까 보고 준비가 완전하게 될 수 있도록 임무 수행한 결과들을 잘 작성하기 바란다”고 교신한다.

참사 당일 오전 10시30분 이후 구조·수색에 손을 놓은 것으로 보이는 교신 내역도 있다. B703호기 교신 내역에는 “현재 헬기로 구조할 상황이 없습니다. 돌아가시라고 하세요”(오전 10시40분), “더 이상 상황이 저희들이 조치할 수 있는 사항이 더 이상 없는 것 같다. 현장 대기 후에 상부지시 받아서 복귀하시면 되겠다”(오전 10시47분)는 대목이 나온다. 세월호가 침몰했더라도 해상 수색을 진행했더라면 고 임경빈군처럼 오후에 발견된 희생자를 이른 시간에 발견해 구조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검찰은 B703호기에 탑승한 일부 해경 관계자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경이 지난해 2월 발간한 ‘해상에서의 대형재난 발생 시 수색·구조, 구난 관련 법제연구’ 보고서를 보면 2014년 노르만 애틀랜틱 화재사고 때 구조 성공 이유로 “해상구조 담당과 ACO의 역할 분리가 초기에 돼 업무 중복을 방지했다” 등을 꼽았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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