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 부동산개혁본부장 김헌동 "주택임대사업, 아파트 사재기 제도" [원희복의 인물탐구]

원희복 선임기자 2020. 1. 4.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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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서울대 도시공학과 석·박사로 <주택정책의 원칙과 쟁점>(2008), <부동산은 끝났다>(2011), <꿈의 주택정책을 찾아서>(2017) 등을 저술한 자타가 공인하는 도시·주택정책 전문가다. 그는 노무현 정부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 등으로 최고 실무경험까지 갖췄다. 하지만 그가 책임 있는 자리에 있을 때 부동산 가격은 어김없이 폭등했다. 그는 자신의 지론과 정확히 정반대 정책을 야기한 인물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김헌동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65)은 바로 그 김수현 전 실장의 ‘무능’을 맹폭하는 사람이다. 심지어 그는 김 전 정책실장이 문재인 정부에서 12억원의 부동산 불로소득을 올렸다고 ‘폭로’했다. 지난해 12월 27일 경실련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지난해 11월 28일 김헌동 본부장이 경실련 사무실에서 문재인 정부 부동산정책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 ‘무능’ 지적 -지금 문재인 정부에서 오른 부동산 총액이 2000조원이냐, 1000조원이냐를 두고 정부와 경실련이 논쟁을 벌이고 있다. 그 싸움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토론하자고 해서 ‘좋다’고 했는데 공개토론이 아닌 ‘몰래토론’을 하자고 하더라. 그래서 ‘안 된다’고 했다. 그러자 토론을 교수와 하라는데 나는 ‘정책 결정권자가 나와라, 대통령이 못 나오면 장관이라도 나오라’고 했다.”

-2000조와 1000조 2배 차이가 나는 것은 공시지가 실거래가 비율 때문인가.

“그렇다. 핵심쟁점은 우리는 실거래가 비율이 43%이고, 국토부는 65%라는 것이다. 경실련은 2019년에만 1000군데 6만 가구 이상 실거래가를 조사해 발표했지만 국토부는 한 번도 시세를 밝힌 적이 없다. 국토부는 매년 1500억원을 들여 지가조사를 하는데, 한 번도 발표하지 않았다. 국토부는 자신이 조사한 자료가 있으면서 왜 한국은행 자료만 인용하는가.”

-그것은 비밀도 아닌데 왜 공개가 안 되나. 국회의원을 통하거나 정보공개청구로 밝힐 수 있지 않나.

“국토부가 이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 이유는 재벌 특혜 실태가 드러날까봐 안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재벌이 가진 빌딩의 시세적용률은 28%, 공장부지나 백화점은 시세 대비 30%도 안 된다. 서민은 50%대로, 서민이 재벌보다 훨씬 많은 세금을 낸 것이 드러날까봐 숨기고 있는 것이다. 12·16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공시지가를 7년 동안 매년 1%씩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공시지가 현실화율을 정상화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사실 지난해 11월 19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과 대화에서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고 있다’는 발언을 듣는 순간, ‘대통령은 신문도 안 보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청와대 보고체계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아니나 다를까 뒤늦게 12·16대책을 내놓는 것을 보고 ‘대통령에게 혼났구나’라고 판단했다.

“대통령이 그런 말씀 하는 순간 숨이 탁 막히더라. 그 순간 나는 ‘찬스다’라고 생각했다.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는 참모의 실체를 확실히 드러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때 우리는 청와대 참모들의 아파트값을 이미 다 조사했다. 서울 아파트 가격은 34% 올랐는데 청와대 참모들은 40%나 올랐다. 그런데 국토부는 10% 올랐다고 발표했다. 그래서 우리는 ‘누가 대통령과 국민에게 거짓 보고하나?’라는 보도자료를 냈다.”

그는 청와대 참모들이 가진 부동산을 조사했더니 청와대 참모 37%가 다주택자였고, 이들이 소유한 부동산 가격은 3억~12억원씩 올랐다. 특히 경제정책을 책임졌던 김수현 전 정책실장은 12억원, 장하성 전 정책실장 역시 10억원, 김상조 현 정책실장은 5억원이 각각 올랐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결국 연이은 그의 폭로에 국토부는 손을 들고 12·16대책을 발표했다.

책상머리 선무당이 사람 잡은 꼴

김 본부장은 “김수현은 노무현 정부 4년간 부동산값 폭등으로 노 정부를 망가뜨린 사람이고, 박원순 서울시장과 3년을 같이하며 서울시 부동산을 망치고, 문재인 정부 2년 부동산정책을 망친 주범”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솔직히 유명대학 부동산정책 석·박사면 뭐하나. 정책 실패는 물론 오히려 역효과를 냈으면 ‘무능한 것’이고, 책상머리 선무당이 사람 잡은 꼴이다.

적잖은 사람들이 문재인 정부 경제 참모들은 입(책)으로만 개혁·진보를 따지고 실제 정책은 정반대라고 혹평한다. 김수현·장하성·김상조 모두 요지에 부동산을 포함 15억원에서 30억원 가까운 자산을 보유한 재산가들이고 공교롭게 이들 모두 참여연대 출신이다. 그러나 ‘강남좌파’ ‘입진보’라는 평가처럼 이들의 경제정책은 평소 지론과 많이 달랐다. 결국 문재인 정부의 경제·노동·부동산정책은 촛불초심에서 어긋났다.

그중 김 전 실장은 참여정부 부동산정책 실패를 ‘과잉 유동성에 대한 이해와 대책 부족’이 이유였다고 스스로 시인했다. 그런데 그는 문재인 정부에서 똑같은 실수를 반복했다. 연거푸 실패한 책상머리 학자를 문재인 정부가 계속 기용한 이유는 뭘까. 이에 김 본부장은 “재벌을 비난하지 않으니 조·중·동이 좋아하고 심지어 한겨레·경향도 비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언론플레이를 잘한다는 의미다.

결국 인사문제로 귀결된다. 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문제는 관료 장악을 못한다는 점이다. 아무리 대통령이 개혁철학을 얘기하지만 겉돌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는 장관이 업무를 파악하지 못했거나 조직을 장악하지 못한 것이고, 청와대 참모진 역시 무능하거나 대통령 의중과 다른 인물을 기용했기 때문이다. 김 본부장은 부동산정책 책임자인 김현미 장관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김현미 장관이 첫 국토부 장관이 됐을 때 ‘아파트는 돈이 아니라 집이다. 박근혜 정부 3년간 강남 아파트 산 사람 70%가 집을 여러 채 가진 투기꾼이다. 아파트 공급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투기꾼을 잡아야 한다’고 취임사에서 밝혔다. 정확히 문제를 짚었다. 부동산 투기를 잡기 위해 다주택자가 집을 내놔야 한다. 그런데 대통령과 김상곤 교육부 장관, 김현미 장관 3명을 제외하고 다주택자 누구도 집을 팔지 않았다.”

김 본부장은 김현미 국토부 장관의 취임사는 “관료가 써준 것을 그냥 읽었을 것”이라며 “그는 2년 반 동안 18번이나 찔끔찔끔 부동산 대책을 냈다”고 역시 혹평했다. 그는 12·16대책 역시 시장에서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 부동산 성적은 지난해 10월 분양가상한제 도입이 10점, 이번 12·16대책이 10점 도합 20점”이라며 “이것은 대책이나 정책이라고 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혹평했다.

김 본부장은 ‘주택임대사업자’를 가장 큰 문제로 지적했다. 이는 2017년 12·8부동산 대책 때 도입된 것으로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해 표준임대계약서를 쓰고 소득세를 신고하면 세제혜택을 주는 제도다. 그는 “집을 한 채 사는 사람은 집값의 40%, 두 채 사면 80%를 대출해 준다”면서 “강남에 15억원짜리 집 한 채 가지면 400만~500만원 세금을 내지만 아파트 20채 가진 사람이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세금을 한 푼도 안 낸다”고 말했다. 그는 이 정책을 “투기 꽃길을 활짝 열어 전국 아파트를 쇼핑하듯 사재기하게 만든 제도”라고 비난했다.

“아파트값 잡는 방법은 분양가상한제”

이 정책을 시행한 이유는 경기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려 경제성장률을 지탱해보기 위해서였을 것이라고 그는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정책을 비판하는 학자도, 언론도, 정치인도, 시민단체도 없었다”고 비난했다. 결국 최저임금이 3000원 오를 때 집값 총액은 3000조원이 올랐다. 집 없는 서민 3700만 명은 자산 양극화로 울고, 살 집 마련이 어려운 젊은층은 결혼을 포기해 출산율은 세계 최저로 떨어지고 있다.

김 본부장은 1955년 충남 부여 출신으로 김태동 전 경제수석의 막냇동생이다. 성균관대 명예교수인 큰형 역시 재벌개혁과 서민경제를 주창하는 진보적 경제학자다. 어린 시절 가난한 소작농이던 그의 부친은 식구를 모두 데리고 서울로 올라왔다. 삼청동 꼭대기 무허가 단칸방에서 할머니·부모·다섯 형제 등 여덟 식구가 살았다. 식구들이 바로 눕지 못하고 옆으로 ‘칼잠’을 자면서 생활해 ‘방’이나 ‘집’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처절하게 체험한 사람이다. 그는 중동 근로자로 일해 20대 말에 일찌감치 집을 샀다.

그는 자신의 학력을 밝히지 않는다. 주변에선 ‘아마 유명대학 출신이 아니어서’라고 한다. 유명대학 석·박사 출신도 맹탕인데 학벌이 뭐 그리 중요할까. 그는 쌍룡건설 부장으로 있으면서 당시 국가예산의 40%를 차지하는 사회간접자본(SOC)에 거품이 많음을 목격했다. 1999년 그는 공공공사 입찰제도 개혁을 요구하는 국책사업감시운동을 하면서 시민운동에 뛰어들었다. 2004년부터 경실련을 통해 아파트 거품빼기 운동을 시작하면서 부동산 문제와 인연을 맺었다. 그는 “돈 안 되는 시민운동을 이렇게 오래할 것이라고, 이렇게 벽이 두터울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아파트값을 잡는 방법은 분양가상한제라고 말했다. 그는 “분양가상한제는 박정희 정권에서 도입돼 전두환 7년, 노태우 5년, 김영삼 5년, 김대중 2년 동안 훌륭히 시행되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제도는 2000년 외환위기로 풀었던 것을 2008년 이명박 정권 때 재도입했다. 2015년 민주당 박기춘 국회 국토위원장이 이 제도를 풀고 건설업자로부터 2억원을 수수해 구속됐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이 분양가상한제를 도입하겠다고 했지만 질질 끌었다. 특히 김수현 전 실장은 시장원리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이 제도 도입을 반대했다. 2019년 11월 겨우 분양가상한제가 다시 도입됐지만 강남에만, 그것도 시행을 6개월 후인 총선 뒤로 미뤘다.

김 본부장은 “정부의 12·16조치에도 불구하고 어제(12월 26일) 위례신도시 9억원 넘는 아파트 분양에 160 대 1 경쟁률을 보였다”면서 “정부의 부동산 안정대책이 가동되지 않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김 본부장은 보수언론이 주장하는 공급부족론자에 대해 “주택 2000만 채 중 본인 이름으로 1300만 명이 가지고 누군가 700만 채를 사재기하고 있다”면서 “아무리 공급을 늘려도 대출을 늘리고 세금을 깎아주는 한 자가보유율이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결국 대출을 조이고, 세금을 늘리는 매우 ‘간단한’ 방법만 시행하면 된다는 것이다.

원희복 선임기자 wonh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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