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돼지 포획' 요청한 정부, 엽사 목숨 잃자 '나 몰라라'

김덕현 기자 2020. 1. 4.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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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아프리카돼지열병, 중국과 북한을 초토화시키고 우리나라까지 번진 지 1백일이 지났습니다. 민간과 정부 모두가 합심해서 지금까지 잘 막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부족한 점 따져볼 부분이 있습니다. 이 열병바이러스 퍼트리는 야생 멧돼지들 잡아달라는 정부 요청을 받고 산에 들어간 민간인 엽사들이 많은데 그러다가 멧돼지한테 공격을 받고 숨진 사람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부탁을 했던 정부와 지자체가 규정이 없다면서 아무 보상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김덕현 기자가 앞뒤 사정을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달 21일 강원도 영월 한 야산에서 배와 다리에 피를 흘린 채 숨져 있는 남성이 발견됐습니다.

10년 넘게 멧돼지 사냥을 해온 엽사 우 모 씨였습니다.

사고 현장입니다.

평소처럼 포획에 나섰던 우 씨는 멧돼지의 공격을 받고 치명상을 입은 채 이곳에서 발견됐습니다.

[인근 마을 주민 : 그 양반이 생전에 덩치도 좋고 총도 잘 쏴요. (산에서) 내려오면서 그냥 부딪힌 거야. 멧돼지한테 총도 못 쏘고.]

숨진 우 씨는 지난달 초 영월군청이 꾸린 기동 포획단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었습니다.

[영월군청 관계자 : 아프리카돼지열병 때문에 하라고 환경부에서 지침이 내려와서. 포획이 강화돼서 따로 수렵단 구성해서 운영하라고.]

국가 요청을 받고 자원해 총을 들었다가 목숨까지 잃었지만 우 씨 유족은 정부에서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농사를 짓거나 일상생활을 하다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야생동물 습격을 받을 때에만 보상하고, 수렵처럼 야생동물 포획 허가를 받고 활동하다 죽거나 다친 경우는 보상에서 제외한다는 규정 때문입니다.

[환경부 관계자 : 자발적인 선택으로 포획 활동 참여하고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거든요. 자발적인 선택으로 위험에 직면한 것까지 다 보상 범위에 넣기에는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어서.]

엽사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더니 정작 사고가 난 뒤엔 자발적인 선택으로 몰고 가는 정부에 대해 엽사들은 한숨만 나옵니다.

[동료 엽사 : (정부) 활동을 하다가 불의의 사고 당하셨는데. 유가족분들한테 위로가 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보완책이 좀 필요하다고 봅니다.]

지자체 소속으로 야생 멧돼지 포획에 나선 엽사는 지난달 말 기준 전국 약 5천4백 명.

환경부는 뒤늦게 피해 보상 여부를 내부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주용진, 영상편집 : 박지인)  

김덕현 기자dk@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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