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읍에 독수리 떼 출현..아프리카돼지열병 여파?
[앵커]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인 독수리는 몽골 등지에서 서식하다 겨울철에는 경기 북부와 강원도 철원 지역으로 내려오는데요.
그런데 이번 겨울엔 이례적으로 전북 지역까지 남쪽으로 더 내려갔습니다.
어찌 된 일인지, 한희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들녘 곳곳에 독수리들이 무리를 지어 앉았습니다.
큰 날개를 펴고 하늘을 가르는 모습이 장관입니다.
좀처럼 볼 수 없었던 낯선 광경에, 주민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합니다.
[최정임/주민 : "큰 것이 있어서 한참 거길 쳐다봤어요. 그냥 입도 큰 것 같고, 날개도 엄청 큰 것 같고 그랬어요."]
3천km 이상 떨어진 몽골에서 날아온 독수리는 해마다 11월부터 넉 달가량 한반도에서 겨울을 납니다.
먹이 주기 활동이 이뤄지는 철원과 파주, 고성 등에서 주로 관찰됐는데, 전북에서 독수리떼 수십 마리가 발견된 건 이례적인 일입니다.
정부가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을 막기 위해 먹이 주기를 자제할 것을 당부하면서 굶주림에 시달리던 독수리들이 전국 각지의 축산 농가 주변으로 퍼져나간 것으로 추정됩니다.
[문화재청 관계자/음성변조 : "(아프리카돼지열병 때문에) 저희가 먹이 주기를 보류했어요. 근데 먹이를 안주다 보니까 개체가 분산을 한 것 같더라고요."]
대부분 어린 개체들인데다 스스로 사냥을 못해, 자칫 떼죽음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김명수/한국조류보호협회 군산지회장 : "(독수리들이) 살아남을 길이 없어요. 일정한 지역에서 먹이 공급을 하면서 방역 관리를 하는 등의 대책이 절실하다고 봅니다."]
문화재청은 독수리 개체 분포 현황을 파악해, 먹이 주기 사업을 다시 할지 말지를 논의하기로 했습니다.
KBS 뉴스 한희조입니다.
한희조 기자 (gmlwh1010@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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