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2억 보석금 내고 탈출 곤 회장, 일본 사법체계에 열폭한 이유

김성은 기자 2020. 1. 6. 0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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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검찰에 체포 후 구금·보석 반복
악기통 탈주? 쿠데타 희생양? 기자회견 주목
일본 사법당국 눈을 피해 레바논으로 도피한 카를로스 곤 전 닛산 자동차 회장에 대해, 도피 수단뿐 아니라 그가 "도피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에도 외신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곤 전 회장이 도쿄에 있을 때 자신의 이야기를 영화화하는 것을 논의했다면서, 당시 그가 그린 영화 속 악당은 '일본의 사법체계'였다고 보도했다.
"일본의 인질사법 체계, 전세계 도마 위로"
카를로스 곤 전 닛산 자동차 회장/사진=AFP
BBC는 곤 전 회장의 레바논 도피 사실 보도 이후 "곤 전 회장의 도피로 '인질 사법체계'로 묘사돼온 일본 사법체계가 다시 주목받았다"고 보도했다.

실제 곤 전 회장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대변인을 통해 낸 성명에서 "나는 더 이상 유죄로 전제하고 차별이 만연하고 기본적 인권을 무시하는 부당한 일본의 사법제도 인질이 아니다"라며 "나는 불공정한 정치적 박해로부터 도망쳤다"고 밝혔다.

곤 전 회장은 자신의 보수를 유가증권보고서상 축소 신고했다는 혐의(금융상품거래법 위반) 등을 받아 지난 2018년 11월19일 일본 도쿄지검 특수부에 의해 하네다 공항에서 긴급 체포됐다. 이후 특별배임 혐의까지 적용돼 기소됐으며 네 번의 체포와 두 번의 보석 석방을 반복했다. 총 구금 기간만 약 130일이며 그가 낸 보석금은 총 15억엔(약 162억원)이다.

그의 구금 기간에서 알 수 있듯이 외신들이 우선 지적하는 일본 사법체계의 문제점은 장기 구속수사가 가능하단 점이다. 일본 검찰은 범죄혐의가 있는 피의자를 최초 체포 후 최장 23일간 구속할 수 있으며 만일 수사 도중 다른 혐의가 발견되면 구속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BBC는 "영국에선 테러 용의자만이 기소없이도 14일간 구속이 가능하다"며 "일본에서는 좀도둑조차도 23일간 구속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현지 언론도 우려…"변호사 입회 없는 구금 조사, 선진국에선 이례적"
지난 2019년 3월, 언론을 피해 작업복 차림으로 보석 석방중인 카를로스 곤 전 닛산 자동차 회장/사진=AFP
변호사 입회 없이 이뤄지는 심문도 문제로 지적된다. 가디언은 "검찰은 곤 전 회장의 구금 연장을 위한 법원의 허가를 얻어 그의 변호사 입회 없이 하루 몇 시간 동안 그를 심문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는 일본 내에서조차 우려가 나오는 부분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해 3월 '일본의 형사사법, 무엇이 문제인가'란 기사에서 "조사에 변호사의 입회를 인정치 않는 것은 주요 선진국 중에선 이례적"이라며 "밀실 조사에서는 (자백) 유도 등이 이뤄져 원죄(유죄)를 초래한다는 지적이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검찰이 기소한 사건의 1심 유죄율은 99%에 달한다.

곤 전 회장의 경우 적용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될 경우 최장 15년의 징역형이 가능한데 이 같은 계산이 그의 도피 결정에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곤 전 회장 "나는 무죄"…佛·日 알력다툼 희생양?
곤 전 회장은 체포 순간부터 줄곧 '무죄'를 주장했다. 지난해 1월 도쿄지방법원에서 진행된 구속사유공개절차를 통해 처음으로 공개법정에 나온 곤 전 회장은 "가치 없고 근거도 없는 비난에 기반해 잘못 기소됐고 부당하게 구금됐다"고 주장했다.

곤 전 회장 측은 자신에 대한 기소를 일본 닛산 측 일본인 경영진의 쿠데타 결과로 본다. 르노-닛산 경영권을 둘러싼 프랑스와 일본 간 알력 다툼의 희생양이란 것이다. 지난 2018년 11월 곤 전 회장의 체포 직후 파이낸셜타임스(FT)는 "곤 전 회장이 르노·닛산 합병 계획을 공식화한 후 합병을 추진하고 있었다"며 "닛산 측에서 이를 막기 위한 방법을 찾고 있던 도중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는 지난 1999년 닛산이 2조엔에 달하는 부채로 고전하고 있을 때, 르노가 닛산 지분 35%를 사들이는 조건으로 도움의 손길을 내밀면서 탄생했다. 자본적 제휴를 맺은 셈인데 현재 르노는 닛산 지분 43.4%를, 닛산은 르노 지분을 15.0% 갖고 있다. 단 닛산의 르노에 대한 지분은 의결권이 없다. 이후 닛산이 미쓰비시 지분을 34% 확보해 지금의 3사 연합체가 탄생했다.

20년 가까운 동맹 관계에 균열이 생긴 것은 르노가 르노 주도로 닛산과 합병, 이후 주요 생산시설도 프랑스로 옮기려 한다는 설이 제기되면서부터다. 르노의 지분을 15% 들고 있는 프랑스 정부가 자국 고용을 늘리려는 계산을 세웠다는 관측까지 나왔다.
진실은? 8일 기자회견
/사진=AFP
곤 전 회장이 2018년 체포 이후 기자회견 등 공개적 발언권을 얻은 적은 없다. 따라서 오는 8일로 예고된 그의 기자회견에 관심이 집중된다.

우선 그가 어떤 방법으로 일본 도쿄→오사카→터키를 거쳐 레바논에 도착했는지가 관심이다. 당초 그가 악기통에 숨어 자택에서 탈출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일본을 떠난 것으로 추정되는 날 그가 홀로 자택을 떠나는 모습이 감시 카메라에 찍힌 것으로 전해졌다. 더 큰 관심은 곤 전 회장이 자신을 축출하기 위한 닛산 경영진의 '쿠데타설'을 뒷받침할 발언을 내놓을지 여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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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은 기자 gtts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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