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억 완판, 2000억 더 판다..포항시민 줄세우는 이 상품권
인쇄비·할인률 보전 등에 시 예산 184억원 들어
시 "현금역외유출 방지,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 크다"
하지만 지역 안에서만 쓸 수 있는 자체 상품권을 사려고 포항처럼 긴 줄을 서는 경우는 보기 어렵다. 포항상품권은 지난해 1700억 원어치를 발행해 완판했다. 17년엔 1300억 원어치, 18년엔 1000억 원어치를 발행해 모두 팔았다. 포항시는 오는 13일 2020년 상품권 판매를 시작한다. 올해 예정 발행액은 사상 최대 금액인 2000억 원어치다. 포항시 측은 6일 "첫 판매 시작인 1월에 긴 줄을 만들면서 한 번에 다 팔려나가면 안 되기 때문에 400억 원어치만 우선 끊어 판매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포항시가 판매를 자신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포항상품권에는 숨은 성공 공식이 있다. 우선 최대 10% 할인이라는 어느 지역에서도 볼 수 없는 높은 할인 판매다. 1만원권·5000원권 두 가지로 발행하는 포항상품권은 상시 5% 할인해 판매한다. 그러다 1월이나 6월·7월·9월·12월 등 포항시가 정한 특별한 때엔 8% 할인, 최대 10% 할인해 판매한다. 1만 원짜리 상품권을 9000원에 구매할 수 있다는 의미다. 오는 13일 새해 첫 상품권 판매 때도 포항시는 8% 할인을 적용해 판매한다. 포항시가 벌써 긴 줄을 예상하는 배경이다.
이런 포항상품권을 두고, 할인 판매로 만든 '완판 상품권'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중화 제주연구원 박사는 "지역 상품권을 할인 판매하는 게 정상적인 건 아니다"며"할인 판매보다 포인트 혜택 같은 것을 앞세워 지역 내에서 빠르게 상품권이 회전하도록 하는 게 맞다"고 했다. 그는 "하지만 포인트 만으론 회전이 제대로 안되다 보니, 할인 판매를 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장기적으론 할인하는 방식의 상품권 판매는 개선이 필요한 부분 같다"고 말했다.
포항시는 올해 국비 80억원, 시비 80억원 등 모두 184억원을 포항상품권을 관련 예산으로 정했다. 지난해에도 시비 75억원 등 150억원 정도를 상품권 예산으로 썼다. 이 돈으로 상품권을 인쇄하고, 시중 은행에 판매 수수료(0.8%)와 환전 수수료(0.9%)를 지급한다. 시민에게 팔려나간 상품권 할인 금액만큼을 보전한다. 가맹점 업주들은 상품권을 받아 물건을 판매한 뒤 은행에서 현금으로 환전할 때 별도 수수료를 부담하지 않는다. 즉, 할인 상품권이 많이 팔려나가 은행에 되돌아올수록 그만큼 세금이 들어가는 구조인 셈이다. 세금, 할인으로 만든 '포항상품권 대박'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포항=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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