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돕다 '저체온증'..서로 손발 되던 부부의 참극

우종훈 2020. 1. 7.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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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남편은 중증 장애인, 아내는 이주 여성인 기초 수급자 부부가 집 안에서 나란히 숨 진 채 발견 됐습니다.

아내가 뇌출혈로 갑자기 쓰러지자, 장애가 있어서 거동이 어려운 남편이, 아내를 도우려고 침대 밑으로 내려 갔다가 저체온증으로 숨 진 것으로 추정 되고 있습니다.

우종훈 기자가 취재 했습니다.

◀ 리포트 ▶

광주 남구의 한 주택가.

어제 오전, 63살 이 모 씨와 필리핀 출신 56살 아내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방바닥에 엎드린 채 쓰러진 아내 옆에는 뇌병변 장애인 남편 이 씨가 숨져 있었습니다.

[이웃 주민] "동네 사람들하고 어울리지도 않고. (그러다가) 동사무소에서 (부부가) 전화가 안 된다고, 문 좀 열어줄 수 없냐고…저기 가서 한 번 확인해보려고 한다고."

부검 결과, 남편은 저체온증, 아내는 뇌출혈로 숨진 것으로 나왔습니다.

경찰은, 아내가 뇌출혈로 쓰러지자, 침대에 누워 있던 남편이 혼자 힘으로 내려와 아내에게 이불을 덮어주려다 몸을 가누지 못해, 난방도 안 되는 냉골 바닥에서 변을 당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들의 집에 설치된 중증장애인용 활동감지센서에는 지난달 29일 이후로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았습니다.

사회복지사는 활동감지센서가 작동하지 않는 것을 수상히 여겨 방문했다가 숨진 부부를 발견했습니다.

원래 4시간 이상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으면 현장을 확인하게끔 돼 있지만, 담당자는 동작이 멈춘 지 나흘만에 이씨 아내에게 전화를 했고, 전화를 받지 않는데도 나흘이 더 지난 뒤에야 현장을 찾았습니다.

[박영술/광주 남구청 노인사업담당] "활동감지 시스템에 뜬 것은 12월 말 정도에 저희가 뜬 것으로 알고 있거든요. 그런데 이제 1일 날 연휴가 끼어서 (확인이 늦었습니다)."

광주시 남구의 경우 사회복지사 1명이 2백명 가까운 독거노인과 중증장애인들의 동작 신호를 살펴보고 있습니다.

[담당 사회복지사] "담당은 어차피 저밖에 없기 때문에, 시스템 관계된 부분이나 그런 부분에서 아는 사람이 없어서 (혼자 합니다.)"

연말연시 아무도 몰랐던 기초수급자 부부의 죽음은 우리 복지 시스템의 현 주소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MBC뉴스 우종훈입니다.

(영상취재: 김상배(광주))

우종훈 기자 (hun@kj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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