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핀잔에 "새끼드론이라도.." 무인 전투기 카드 꺼낸 일본

김상진 2020. 1. 8.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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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기 개발 시대 저물어..UCAV 개발 봇물
공중서 다른 무인기 지휘하는 유인기 등 모색
'日 주도 개발' 어려워..기술협력 절실
한국도 UCAV 개발 추세 뒤처져선 곤란
일본도 무인전투기 개발을 검토 중이다. 지난 7월 23일 미 공군 MQ-9 리퍼 무인전투기가 쿠웨이트의 알리 알 살렘 공군기지에서 엔진 테스트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유인기냐, 무인기냐. 일본이 차세대 전투기 개발 방향을 놓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미국, 러시아, 중국, 유럽 할 것 없이 모두 무인전투기(UCAV) 개발로 방향을 틀었는데 일본만 뒤처져서 되겠느냐는 걱정이다. 결국 일본 정부도 2030년경 퇴역을 시작하는 F-2 후속기 개발사업에서 무인기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7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일본 방위성은 F-2 후속기를 일본 주도의 유인기로 개발한다는 기존 방침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무인기 요소를 접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방위성이 2016년 8월 발표한 ‘장래 무인장비에 관한 연구개발 비전’에 따르면 공중에서 다른 무인기들을 컨트롤하거나, 소형 무인기를 ‘새끼 비행기(子機)’로 탑재하는 안 등이다. 일종의 하이브리드 방식인 셈이다.

일본을 자극한 것은 미국이다. 마이니치에 따르면 2018년 말쯤 미 국방부 측이 방위성과의 교섭에서 “이제 와서 유인기를 만들다니, 그런 돈과 시간이 있다면 무인기를 생각해야만 한다”고 압박했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은 통합전투기(Joint Strike Fighter·JSF)로 개발된 F-35를 끝으로 더는 유인 전투기 개발은 하지 않을 방침이다.

어떤 전장 환경에서도 병력 손실이 없다는 점이 무인기의 최대 장점이다. 또 비용 측면에서도 조종사 양성에 드는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일본은 독자적인 UCAV 개발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기술력을 따라잡기엔 역부족이란 판단이다. 미국은 실전에서 UCAV를 폭넓게 사용 중이다. 지난 3일엔 헬파이어 미사일을 장착한 RQ-9 리퍼를 이란 군부 실세 거셈 솔레이마니 사령관 제거 작전에 투입했다.


중국도 UCAV 전력을 빠른 속도로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건국 70주년 기념 군사 퍼레이드에선 무인 스텔스 전투기인 공지(攻擊)-11을 선보여 미국과 주변국을 긴장하게 했다. 이에 반해 일본은 무인기의 자율 제어에 필요한 기초연구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결국 미국 등과 공동 개발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일본은 개발의 주도권을 놓고 샅바 싸움을 벌이려고 한다. 자민당 국방족(族) 의원들은 일본 방위산업체들의 생존을 위해선 록히드마틴 등 해외 업체가 개발을 주도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일본 정부 내에선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마이니치에 따르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국내 개발에 중점을 둔 방위성 계획에 힘을 실어주려 한다. 반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미국 것을 사면 된다”는 의견을 냈다고 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에 미국산 무기의 대량 구매를 압박하고 있는 상황을 의식한 발언이다.

이런 사정 때문에 F-2 후속기 개발은 오는 11월 미국 대선 결과에 영향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한다면 일본을 더 많이 압박할 것이란 뜻이다.

한국이 개발 중인 중고도 무인정찰기(MUAV) 개념도. [국방과학연구소]

전문가들 사이에선 한국도 이런 UCAV 개발 추세를 관망만 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국방과학연구소(ADD)는 2021년 양산을 목표로 중고도 무인정찰기(MUAV)를 개발하고 있지만, UCAV는 개념 설계 수준에 머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양욱 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 겸임교수는 "한국이 UCAV를 개발하기 위해선 미국의 협력이 핵심적"이라며 "일본처럼 안보동맹으로서 동반자라는 확신이 없으면 미국으로부터 그런 협력을 이끌어내기 힘들다"고 말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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