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이.. vs 부동산 카르텔이.." 목동 아파트값 담합 논란

문제원 2020. 1. 8.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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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호재로 투자자 유입되면서 갈등 수면위로
역사 깊은 목동 부동산 카르텔 '시세 조정' 주장나와
"어르신들, 중개업소 말 믿고 거래했다 손해보기도"
일각에선 주민들 담합도 만만치 않다는 지적 제기

[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잇따른 재건축 호재로 들썩이고 있는 서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일대 아파트의 가격을 놓고 지역 중개업소와 주민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일선 중개업소들은 거래 성사를 위해 가격을 낮추려는 반면 주민들은 재건축 기대감에 매도 호가를 끌어올리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중개업소들이 친목회 명분으로 카르텔을 형성해 인위적으로 가격을 조정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가운데, 주민들이 담합해 호가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어 논란이 커질 조짐이다.

8일 목동신사가지 일대 중개업계에 따르면 최근 1~3단지가 2종일반주거지역에서 3종일반주거지역으로 종 상향이 이뤄지고 6단지가 재건축 1차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하는 등 호재가 잇따르면서 투자 수요가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집값을 둘러싼 중개업소들과 주민간 갈등도 표면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최근 11ㆍ12단지 주민들은 단지 곳곳에 "우리 가치를 폄하하는 부동산을 이용하지 않습니다"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걸었다. '부동산 클린 캠페인'이란 명분을 내세웠지만 사실상 일명 '중개업소 카르텔'의 인위적인 시세조정에 대한 항의라는 분석이다.

주민들이 지목하고 있는 '중개업소 카르텔'은 이 지역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온 업계 친목단체를 일컫는다. 인근 중개업소 대표는 "1~7단지에는 '목공회', 8~14단지에는 '해누리회'라는 두개의 카르텔이 있다"고 전했다. 두 모임에는 각각 100개 안팎의 중개업소 대표들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교적 최근 이 지역에서 문을 연 중개업소 관계자는 "이들은 같은 친목회에 속한 중개사들끼리만 매물 정보를 공유하고, 새로운 중개사의 진입은 제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6단지 인근 A공인 대표는 "상당수 중개사무소는 거래 완료후 포털에 올린 매물을 아예 삭제시켜 거래 성사 여부나 구체적 거래가격을 감춘다"며 "실거래신고도 최대한 늦추기 때문에 가격 상승기에 집주인들이 상황을 제대로 몰라 제값을 못부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매도 호가가 너무 높으면 거래가 줄 수밖에 없는 만큼 중개업소들이 상한선을 정해놓고 거래를 유도한다는 설명이다.

서울 양천구 아파트 단지 (사진=연합뉴스)

인근 B공인 관계자는 "이들은 다른 중개업소별로 네이버에 올리는 물건 수를 제한하고 고가 매물이 나오면 올리지 못하도록 막기도 한다"며 "이를 따르지 않는 중개업소에는 암암리에 불이익을 준다"고 말했다.

11ㆍ12단지의 경우 거래가 활발한 소형 평수 위주로 구성돼 있어 갈등이 수면위로 드러났을 뿐 다른 신시가지내 단지도 상황은 비슷하다는 것이 이 지역 주민들의 설명이다. 7단지의 한 주민은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들은 중개업소 말만 믿고 거래했다가 시세보다 몇억원 싸게 넘기는 경우도 종종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호가를 과도하게 올리려는 집주인들의 담합도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3단지 인근 C공인 관계자는 "몇몇 주민들이 네이버에 낮은 가격의 물건이 올라오면 허위매물이라고 신고해서 중개사들이 네이버로부터 연락을 받기도 했다"며 "단속 때문에 과거처럼 대놓고 담합 행위를 하지는 않지만 온라인 카페나 카톡방을 중심으로 여전히 담합 움직임이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11단지 인근 D공인 대표는 "몇몇 중개사들이 바쁘니까 거래 완료된걸 포털에서 늦게 지운일은 있었지만 허위매물을 올리거나 시세조정을 한적은 없다"며 "집주인들이 최대한 높은 가격에 팔고 싶은 마음은 알지만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목동신시가지 일대 아파트는 정부의 12ㆍ16 대책 이후 강남권 재건축 추진단지 가격이 약세를 보인 가운데 나홀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 아파트 6단지 전용 47㎡는 지난해말까지만 해도 매도호가가 최고 10억원선이었지만 지금은 11억5000만원까지 오른 상태다. 지난해 말 22억원에 팔렸던 이 아파트 전용 142㎡의 경우 현재 호가가 26억원까지 치솟았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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