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눈의 고장 평창 3일 연속 비..장마철처럼 흙탕물 콸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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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50년을 살았는데 이런 겨울은 처음이야."
겨울철이면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는 강원 평창군 진부면에 사는 장정민(77)씨는 8일 오전 집 앞 송천에 흙탕물이 가득한 모습에 착착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장씨는 "겨울에 비가 내리고, 그것도 1월에 3일씩 비가 내리는 것은 처음 본다"면서 "매연 등으로 인한 기후 온난화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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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령 도로변 절벽 고드름과 빙벽 대신 폭포수
(평창=연합뉴스) 이해용 기자 = "여기서 50년을 살았는데 이런 겨울은 처음이야."
겨울철이면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는 강원 평창군 진부면에 사는 장정민(77)씨는 8일 오전 집 앞 송천에 흙탕물이 가득한 모습에 착착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겨울에는 얼음으로 뒤덮여야 할 하천에는 얼음이 사라지기 시작했고, 대관령과 오대산 방면에서는 마치 장마철처럼 붉은 흙탕물이 계속 흘러드는 모습에 말문이 막혔다.
장씨는 "겨울에 비가 내리고, 그것도 1월에 3일씩 비가 내리는 것은 처음 본다"면서 "매연 등으로 인한 기후 온난화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한숨을 쉬었다.
최근 개막한 평창송어축제장은 갑자기 흙탕물이 유입되면서 물난리를 만나 잠정 중단됐다.
애써 만든 눈은 비에 녹아 푸석푸석해졌고, 얼음판은 곳곳이 녹아 출입이 금지됐다.
축제장으로 들어가는 징검다리는 갑자기 불어난 급류에 잠겨 버렸고, 축제를 개최하기 위해 임시로 막은 보 위로는 흙탕물이 끊임없이 흘러내렸다.
이틀 동안 밤을 새우면서 축제장을 지킨 관계자들은 흙탕물이 맑아지고 수위가 내려가면 신속하게 복구작업에 들어갈 방침이지만 다음 주나 되어야 재개장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평창송어축제 관계자는 "축제다 시작된 이후 한겨울에 3일 동안 비가 계속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얼음이 꺼지거나 물속의 고기가 빠져나갈까 봐 물이 넘쳐도 보를 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태 덕장을 운영하는 대관령 주민들은 포근한 날씨에 비까지 이어지자 애를 태우고 있다.
한파에 얼었다가 녹기를 반복해야 맛 좋은 황태를 생산하는데 올겨울에는 해발 800m 대관령에서도 포근한 날씨에 비가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겨울답지 않은 날씨가 이어지자 주민들은 덕장에 황태를 거는 작업을 중단했다.
늦게 황태 덕장을 만드느라 땅을 깊이 파지 못하고 덕장을 만든 주민은 황태가 비를 머금고 무게가 늘어나면서 덕장이 쓰러지는 피해도 보고 있다.
대관령에는 이날 오전 6시까지 비가 내리다가 눈으로 바뀌었지만 쌓인 눈의 양은 0.4㎝에 그쳤다.
평창에는 최근 3일간 57.5㎜의 비가 내렸다.
이날 오전 눈발이 날리자 덕장을 찾은 한 주민은 황태 상태를 묻자 "올겨울에는 결딴났다"며 "황태가 얼어야 퉁퉁해지는데 지금은 녹아서 물러졌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도 "30년 동안 황태 덕장을 하면서 밥 먹고 아이들 키웠으면 됐지 마음 아프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며 부러진 덕장을 손질했다.
평창과 대관령을 이어주는 도로변에 등장했던 고드름과 빙벽은 겨울비에 녹아 모습을 감추고 있다.
일부 계곡에서는 쌓인 얼음이 한꺼번에 녹으면서 장마철처럼 폭포수를 이루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기상청은 기상 관측 이래 춘천, 원주, 영월 등 강원 곳곳에서 1월 하루 강수량 기준으로 최고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강원지방기상청 관계자는 "겨울비치고는 이례적으로 많이 내려 산불 걱정은 덜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dmz@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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